▣ 조국 한겨레21인권위원·서울대 법대 교수
동성애를 ‘정신질환’이나 ‘성적 변태’로 취급했던 우리 사회 주류의 인식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커밍아웃’을 하는 연예인·정치인이 생겨나고, 동성애를 주제로 한 영화나 TV 드라마가 인기를 끈다. 한국표준질병분류(통계청)나 성교육 교사용 지도지침서(교육부)는 동성애를 질환이 아니라 ‘성적 지향’으로 규정하며,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평등권 침해를 차별로 규정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의 외피를 한 꺼풀만 벗겨보면 상황은 다르다.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은 사회 곳곳에 뿌리 깊게 박혀 있으며, 동성애자에 대한 공공연한 또는 은밀한 비난과 폭언은 쉽게 접할 수 있다. 학교·직장·군대 등에서 동성애자임을 밝힌 사람이 어떠한 대우를 받을지 상상해보라. 동성애 커플은 민법상 배우자로 인정되지 않으므로 재산, 연금, 사회보험 등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게다가 동성애자임을 ‘아우팅’시키겠다고 협박하고 금품을 뜯는 범죄까지 종종 벌어진다.
노무현 정부하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의 입법 권고로 정부가 ‘차별금지법’을 추진했지만, 보수 기독교계는 금지되는 차별 사유에서 동성애를 삭제할 것을 요구했고, 이후 이 법의 제정은 지지부진해졌다. 동성애를 이유로 차별을 하라는 것이 진정 예수님의 가르침이던가.
반면 장구한 기독교 전통을 가진 유럽 국가들의 모임인 ‘유럽연합’은 1997년 암스테르담조약을 통해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것을 회원국의 의무로 만들었고, 2000년 ‘유럽평의회’ 의회는 유럽 각국에 대해 동성애자 차별 금지, 학교·병원·군대·경찰 등에서 동성애 혐오를 없애는 교육을 할 것, 그리고 동성 커플을 합법화하는 법률을 제정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이러한 요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급의 나라에서는 거의 다 실현되어 있다. 가까운 대만도 이 요청을 수용하는 법을 제정했다.
‘퀴어 퍼레이드’의 화려함과 독특함을 보는 것은 즐기면서도 자신 바로 옆의 동성애자는 용인하지 못하는 우리의 분열된 머릿속은 정돈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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