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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노래와 춤으로 연결된 우리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만난 고려인들의 삶… K팝 더해져 다음 세대로 이어가는 기억
등록 2026-09-17 22:19수정 2026-09-20 08:37
2026년 8월16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있는 그린바자르 시장에 고려인들이 운영하는 반찬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나물이나 버섯류를 포함한 밑반찬은 물론 당근김치, 배추김치, 물김치 같은 김치류, 김밥과 갖은 식재료를 팔고 있다. 고려인뿐 아니라 여러 민족으로 이뤄진 현지인들에게도 인기가 많다고 한다.

2026년 8월16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있는 그린바자르 시장에 고려인들이 운영하는 반찬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나물이나 버섯류를 포함한 밑반찬은 물론 당근김치, 배추김치, 물김치 같은 김치류, 김밥과 갖은 식재료를 팔고 있다. 고려인뿐 아니라 여러 민족으로 이뤄진 현지인들에게도 인기가 많다고 한다.


 

2026년 8월16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의 그린바자르 시장. 좌판에는 김치와 나물, 김밥과 잡채 같은 낯익은 음식들이 빼곡했다. 갖가지 김치 사이에서 맛본 새콤한 당근김치는 한국에서도 통할 맛이었다. 음식만큼 상인들의 얼굴도 낯익었다. 고려인 상인들에게 말을 건넸지만 한국말이 통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맛은 가까운데 말은 멀기만 했다. 대화는 몇 마디에서 멈췄다.

전날인 8월15일 문이 닫힌 고려극장 뒤편을 서성이다 우연히 마주친 한 배우가 “해마다 광복절이면 ‘한국 문화의 날’ 행사가 열린다”고 일러주었다. 부랴부랴 찾아간 알마티 메가센터에 마련된 야외무대는 예상보다 컸고, 객석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다. 한복을 차려입은 아이들의 얼굴에는 들뜸과 긴장이 함께 묻어났고, 장년층 공연팀은 한결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소녀들이 부채를 펼쳐 춤추고, 장년층 합창단이 ‘보리밭’을 불렀다. ‘아리랑’과 ‘강강술래’가 울려 퍼지자 사람들은 무대 아래로 나와 서로 손을 잡았다.

해가 지자 무대의 풍경도 달라졌다. 한복 대신 화려한 무대의상을 입은 현지 케이(K)팝 그룹과 댄스팀이 등장했다. 객석 앞은 스마트폰을 든 젊은이로 가득 찼다. 할머니 세대가 부르던 노래와 아이들의 부채춤,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K팝이 같은 날 같은 무대 위에서 만났다.

1937년 소련 당국에 의해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한 고려인들. 삶의 터전을 빼앗긴 이들은 낯선 땅에 다시 집을 짓고 삶을 일궜다. 어느덧 89년. 세대가 바뀌면서 한국말은 점차 멀어졌지만 음식과 노래, 춤은 다른 모습으로 이어졌다.

누군가에게 한국은 부모와 조부모에게서 전해 들은 먼 뿌리일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음식의 맛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또 누군가에게는 지금 스마트폰으로 찍고 따라 부르는 노래와 춤으로 새롭게 만나는 문화일지도 모른다.

행사가 끝난 뒤 알마티를 떠났다. 끝내 낯익은 얼굴들과 이렇다 할 말을 나누지는 못했다. 그러나 말이 닿지 않았던 자리에는 음식이 있었고, 노래가 있었고, 함께 손잡는 춤이 있었다.

한가위가 다가온다. 멀리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다시 만나 음식을 나누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는 시간이다. 명절을 앞두고 알마티에서 만난 얼굴들을 다시 들여다본다. 89년 전 끊긴 길을 되돌아가기는 힘들겠지만, 오래된 기억은 이곳에서 음식이 되고 노래가 되고 춤이 되어 다음 세대로 건너가고 있다.

 

 

알마티(카자흐스탄)=사진·글 김준웅 사진가 joonwoong@gmail.com

 

*김준웅은 사진가이자 정보통신업계 직장인이다. 2022년 강재훈사진학교 73기를 수료하고 사진가의 길을 걷고 있다. 서울 용산과 을지로 등 동네와 일상을 담는 것에서 시작해, 최근에는 구룡마을, 한남동 재개발지역 등을 살피며 사라져가는 공간과 그 안의 사람들 모습을 기록하고 있다.

 

한 고려인 반찬가게 주인이 활짝 웃고 있다. 이 상점은 주로 한국에서 수입한 식재료와 한국 반찬 등을 판다. 이곳 상인 중 한국말이 조금이나마 가능한 분이다.

한 고려인 반찬가게 주인이 활짝 웃고 있다. 이 상점은 주로 한국에서 수입한 식재료와 한국 반찬 등을 판다. 이곳 상인 중 한국말이 조금이나마 가능한 분이다.


 

8월15일 알마티 메가센터 앞에서 열린 ‘한국 문화의 날’ 행사에서 대기 중인 합창단원들이 공연에 오르기 전 다른 팀의 공연을 즐기고 있다.

8월15일 알마티 메가센터 앞에서 열린 ‘한국 문화의 날’ 행사에서 대기 중인 합창단원들이 공연에 오르기 전 다른 팀의 공연을 즐기고 있다.


 

한복을 차려입고 자기 순서를 기다리는 공연팀 소녀들이 무대 옆에 모여 있다.

한복을 차려입고 자기 순서를 기다리는 공연팀 소녀들이 무대 옆에 모여 있다.


 

어린이부터 10대 후반까지로 이뤄진 공연팀은 무대가 처음이 아닌 듯 빈틈없는 군무를 선보였다.

어린이부터 10대 후반까지로 이뤄진 공연팀은 무대가 처음이 아닌 듯 빈틈없는 군무를 선보였다.


 

행사 마지막에는 현지 케이(K)팝 그룹과 댄스팀의 무대가 이어졌다.

행사 마지막에는 현지 케이(K)팝 그룹과 댄스팀의 무대가 이어졌다.


 

청소년들이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며 케이(K)팝 무대를 즐기고 있다.

청소년들이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며 케이(K)팝 무대를 즐기고 있다.


 

 

 

 

 

 

 

 

장년층 합창단이 한국 가요를 춤과 함께 선보이고 있다.

장년층 합창단이 한국 가요를 춤과 함께 선보이고 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어린이 공연팀이 춤사위를 선보이고 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어린이 공연팀이 춤사위를 선보이고 있다.


 

 

 

여러 세대가 모인 고려인 관람객들의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여러 세대가 모인 고려인 관람객들의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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