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2026년 9월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7년 만에 임신 9주 이하 여성을 대상으로 임신중지 약물(미프진)을 허용하기로 했다. 여성단체들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환영하면서도 허용 기간과 의료기관 접근성, 건강보험 적용 등 남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2026년 9월16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인공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을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심사가 차질 없이 진행되면 2027년 1분기부터 미프진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초기 2년은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처방·조제하고, 이후 안전성 등을 평가해 약국 조제로 확대할 계획이다.
앞서 헌재는 2019년 4월 형법상 ‘낙태죄’ 조항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고 2020년 말까지 관련 법을 개정하라고 명령했지만 국회는 후속 입법에 실패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6년 7월14일 국무회의에서 임신중지 약물을 국외에서 구입해 복용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입법이 마무리될 때까지 방치할 일이 아니라 정부가 적정하게 투약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두 달 만인 9월16일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약물 도입을 보고하며 이번 조치로 “국가의료체계하에서 보다 안전하게 임신중지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성명을 내어 “안전하고 검증된 의료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라면서도 약물 복용 기간을 임신 10주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계에선 법률과 안전관리 체계를 먼저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산부인과학회, 건강한여성재단 인공임신중절위원회 등은 약물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입 순서와 조건”의 조정을 요구했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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