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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인하세요, 사회적 가면은 벗고요

이름도 얼굴도 성별도 모른 채 일대일로 연결되는 ‘커넥또 호텔’ 운영하는 맥스의 플레이리스트
등록 2026-08-13 22:11 수정 2026-08-20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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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커넥또 호텔 제공

사진 커넥또 호텔 제공


나는 66일 동안 비슷한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일기를 나누며 서로 연결되도록 돕는다. 그런데 내 방식과는 정반대로, 정체를 숨긴 채 ‘익명’으로 사람을 연결하겠다는 친구가 있다. ‘커넥또 호텔’을 운영하는 ‘맥스’다.

“저는 익명성이 ‘사회적 판단’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가장 나다울 수 있는 상태’를 가능하게 하는 장치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이미 사회에서 너무 많은 가면을 쓰고 살잖아요. 그래서 그 가면을 벗은 상태에서 사람들을 연결해주고 싶었어요.”

요즘 유행하는 독서모임, 러닝크루, 솔로파티, 로테이션 소개팅까지― 첫 만남을 앞두고 우리는 외모·직업·재산 등 사회적 자본을 한껏 무장하고 나가야 한다. 사람을 만날 통로는 어느 때보다 많아졌지만, 편안한 연결은 오히려 드물다. 그가 ‘소셜 웰니스’를 지향하는 이유도 이 소셜 버블에 있다.

대학에서 호텔경영을 공부한 맥스는 제주와 부산에서 각각 호텔 두 곳을 운영하며, 오랫동안 품어온 복합문화공간의 꿈을 하나씩 이뤄가고 있다. 그런 그가 온라인에서 ‘커넥또’라 불리는 또 다른 호텔을 운영한다. 이곳의 특징은 익명으로 체크인하고 투숙객에게 ‘사회적 가면’을 반납하라고 요구한다는 점이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어쩐지 의뭉스러운 공간처럼 느껴진다. ‘익명’이란 말에는 그늘이 따라붙기 마련이다. 얼굴도 조건도 모르는 상태에서 좋은 사람을 어떻게 가려낼지 의문이 든다. 그의 답은 간단하다. 사람을 거르지 않는다. 대신 진심이 오갈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한다. 커넥또 호텔을 신청할 때는 자기소개를 작성하는데, 1천 자를 빼곡히 채워 보내는 사람이 나올 정도다. 학교나 직장 같은 사회적 성취가 아니라 ‘자기 이야기’를 꺼내게 만드는 것.

커넥또 호텔의 또 다른 특징은 체크인과 함께 대화 상대 한 명이 ‘마니또’로 배정된다는 점이다. 일대일로 연결된 두 사람은 매일 30분씩 대화하며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추리해간다.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서로의 안부를 묻고 돌보게 된다. 학창 시절 추억의 게임으로만 남아 있던 마니또가, 어른이 되어 새로운 돌봄의 형식이 되는 셈이다.

맥스가 그리는 종착지는 온라인에서 익명으로만 알던 사람들이 자신이 운영하는 오프라인 호텔에서 만나는 것이다. “부산과 제주도뿐 아니라 전세계 각 나라에 커넥또 호텔이 하나씩 생겼으면 좋겠어요. 지치고 힘든 순간에도 사람들과 연결되며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상징적인 공간으로서요.”

커넥또 호텔을 운영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그는 잠깐 말을 고르며 뜸을 들였다. 한 참여자가 장문의 편지를 보내왔다고 한다. 그 편지에는 커넥또 호텔에 오기 전, 삶을 놓아버리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는 고백이 담겨 있었다. 그러다 속는 셈 치고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당시 매칭된 동성 친구와는 끝난 뒤에도 영화도 보고 밥도 먹으며 지금은 ‘찐친’이 됐다고 한다. 그 인연 덕분에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고, 그 시작이 커넥또 호텔이었다며 고맙다는 말을 전해왔다는 것이다.

커넥또 호텔에는 새로운 사람과의 연결보다 더 중요한 퍼즐이 있는지도 모른다. 사회적 가면을 벗고, 아직 발견하지 못했거나 잊고 지냈던 자기 자신과 다시 연결되는 것. 커넥또 호텔에 사회적 가면을 반납한 뒤, 내 안에서 어떤 새로운 모습이 드러날지 상상해본다.

사진 맥스(곽근영) 제공

사진 맥스(곽근영) 제공


 

■ 맥스(mr_maximoos)의 플레이리스트

 

1. QWER

https://youtu.be/bjq3GHO_Cc0?si=lofhy4oa7tZi0sW1

‘마니또’라는 제목과, 각자의 개성이 모여 하나의 팀과 세계관을 만들어가는 방식이 커넥또가 지향하는 ‘연결’의 감성과도 잘 맞는 것 같아 공감하면서 즐겨 듣고 있어요.

 

2.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https://youtu.be/yT5237cBGIo?si=iesNGNR9ZpJLZGvt

호텔을 하나의 세계관이자 관계의 무대로 보여주는 영화라 좋아합니다. 커넥또 호텔도 단순 숙박이 아니라 사람과 경험이 연결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3. EO

https://youtu.be/TTE1EKKGTM8?si=ekf_iFVHD55ukW2p

창업자들의 생각과 문제 해결 방식을 깊이 있게 보여주고 많은 영감을 줘서 꼭 챙겨 보는 채널입니다.

 

김수진 ‘66데이즈' 대표

 

*김수진 소셜저널링 ‘66데이즈' 대표와 정성은 비디오편의점 대표PD가 ‘지인'에게 유튜브 영상을 추천받아, 독자에게 다시 권하는 칼럼입니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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