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개팅 100번 주선 경험이 있는 쏘디는 일기 공유 앱 ‘씩씩데이즈’(66DAYS)를 통해 글로만 서로를 알아가는 방식의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를 제안했다. 쏘디 제공
“사진 한 장, 스펙 한 줄에서 걸러지는 거지. 그걸 소개팅 세계에서는 ‘서류 탈락’이라고 불러.”
이효리는 ‘텐미닛’(10 Minutes)에서 10분이면 남자를 사로잡는다 했던가. 요즘 연애 시장은 그 10분마저 길다. 요즘 유행하는 로테이션과 온갖 솔로 파티. 그곳에서는 수십 명, 많게는 100명의 남녀가 회전초밥처럼 5분짜리 대화를 나누다 종소리가 울리면 옆자리로 옮겨간다. 사람을 넘기고 거르는, 요즘 시대 사랑의 속도다.
결혼 적령기를 한참 넘긴 30대인 나는 수많은 소개팅을 전전하다 지쳐 있었다. 그러던 중 소개팅을 100번 주선했다는 친구 쏘디가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라는 새판을 짜자고 제안했다. 내가 운영하는 일기 공유 앱 ‘씩씩데이즈’(66DAYS)에서 외모도 직업도 모른 채, 글로만 서로를 알아가보자는 것이다.
6일 동안 글로만 만나고 오프라인에서 마주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시작은 6일이지만, 궁극적으로는 66일 동안 천천히 알아가는 ‘자만추’ 모임으로 키우는 게 쏘디의 목표였다. 규칙은 단 하나, 그 기간에는 연애 금지. 빠른 연애의 시대를 거슬러 걷는, 진지하고 느린 제안이었다.

6일간의 느린 만남으로 분석한 사랑의 리포트. 66데이즈 사랑 정원 제공
그동안 100번의 소개팅을 주선하면서 쏘디가 가장 안타까워했던 장면은, ‘서류 탈락’이었다고 한다. 오래 보면 정말 좋은 사람인데도, 첫 만남에서는 외모와 직업만으로 거절당하는 일이 많았다는 것. 그러다보니 사랑에 대한 자존감이 떨어지는 친구들을 돕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쏘디는 순서를 뒤집고 싶었다. 사람의 결을 먼저 알고, 그다음에 직접 만나보자는 것. 나도 그렇게 쏘디의 ‘자만추’ 소개팅에 앉아봤다. 그리고 나는 이 자리에 인공지능(AI)을 초대했다. 16명이 사랑에 대해 기록한 글을 AI와 함께 분석해보자고 제안한 것이다.
그날 나는 외적으로 누군가에게 훅 끌림을 느꼈다. 그런데 사귀기 전에 직접 묻기 어려운, 사랑에 관한 애매한 질문들에 서로 인터뷰하듯 답하고 AI가 대화를 분석해준 내용을 읽다보니, 우리 사이 사랑의 간극이 더 선명하게 보였다. “직진과 자기 개방의 롤러코스터 수진님, 당신의 대화엔 늘 본질을 겨누는 힘이 있지만, 때로는 한 박자 쉬어가는 여유도 필요할지 모릅니다. 어떤 상대는 그 깊이에 매료되고, 또 어떤 상대는 그 직진에 잠시 숨을 골라야 할지도 몰라요.”
AI가 분석한 이 리포트 한 줄은,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나를 보여줬다. 그분과는 결국 이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사랑의 모양을 조금 더 알아갔다.
쏘디의 소개팅은 한 번 참여하고 마는 사람이 없다. “돌고 돌아 사랑 이야기만큼 재밌는 게 없잖아. 이걸 하면서 오히려 가장 진한 사이가 되어가는 것 같아.”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빠른 매칭으로 더 많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 아니라, 사랑의 가치관을 느리지만 진지하게 나눌 시간과 공간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김수진 ‘66데이즈' 대표
*김수진 소셜저널링 ‘66데이즈' 대표와 정성은 비디오편의점 대표PD가 ‘지인'에게 유튜브 영상을 추천받아, 독자에게 다시 권하는 칼럼입니다. 격주 연재.

소개팅을 100번 주선했다는 친구 쏘디. 쏘디 제공
■ 쏘디의 플레이리스트
1. 픽고
https://www.youtube.com/watch?v=wxmHFruGaig
사람들이 사랑을 두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 속을 들여다보는 채널. 누군가의 마음이 움직이는 결을 따라가다보면, 내 사랑의 모양도 같이 비춰 보게 되더라고요.
2. 찰스엔터
https://www.youtube.com/watch?v=_zq65ISACqw
귀여운 연애 이야기 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찰스가 모태솔로라 연애를 두고 고민하는 모습이 정말 귀여워요. 연애 프로그램 리액션을 같이 보면 진짜 꿀잼이에요.
3. 권또또
https://www.youtube.com/watch?v=drkxAmbk9tg
이 영상은 반대로 결혼한 커플의 이야기인데요. 또또가 남편을 휘어잡으면서도 알콩달콩 결혼생활 해나가는 게 또 그렇게 귀여워요. 사랑의 그다음 챕터를 미리 엿보는 재미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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