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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사랑받으려 하지 마세요”… 아시아계 코미디언이 건넨 조언

에든버러 프린지에서 만난 샬린 케이 “누군가를 실망시켜야 비로소 내가 될 수 있어”
등록 2026-08-28 07:28 수정 2026-08-3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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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린 케이. 본인 제공

샬린 케이. 본인 제공


샬린 케이(39)는 자신의 겨드랑이털을 엄마에게 보여주는 영상을 인터넷에 올려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중국계 이민자인 엄마는 딸의 체모를 끔찍이 싫어했다. 영상이 퍼지자 이번에는 미국의 남성권리운동 동조자들이 몰려왔다. “역겹다.” “비위생적이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 샬린은 상처받는 대신 슬펐다. “비위생적이라는 건 말이 안 되죠. 남자들도 체모가 있고 오히려 더 많은데요. 여성을 어리고 순수하게, ‘깨끗한’ 존재로 두고 싶어 하는 욕망 같아요.”

샬린은 미국의 뮤지션이자 코미디언이다. 테일러 스위프트 같은 팝스타의 음악 공식을 패러디하며 뮤지컬 코미디언으로 이름을 알렸다. 2026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프린지에서 선보인 신작 ‘다이버시티 슈레더’(Diversity Shredder)에서는 아시아계 여성 기타리스트로 미국 음악산업을 통과하며 겪은 인종주의와 구색 맞추기 관행을 스토리텔링과 스탠드업, 폭발적인 기타 연주로 풀어내 화제를 모았다.

공연 다음날 샬린을 만났다. ‘케이코미디 레이시스트 헌터스’(K-Comedy Racist Hunters)팀의 일원으로, 에든버러 프린지에서 영어로 스탠드업 공연을 하러 왔는데, 일행 중 부산코미디클럽 고민지가 샬린의 열성 팬이라 성사된 자리였다.

가족과 인종, 젠더처럼 민감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에 두려움은 없었을까. “우리 엄마 같은 엄마를 두면 누구나 반항아가 될 수 있어요.” 샬린이 웃으며 답했다. 엄마는 딸이 얌전하고 순종적이길 바랐다. 하지만 샬린은 ‘여자다운 여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음악과 함께, 저속하고 아슬아슬한 농담을 던지고 싶었다. 역설적이게도 엄마에게 이해받지 못한 경험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할 세상에 자기 이야기를 꺼내게 하는 용기를 불어넣었다.

‘다이버시티 슈레더’ 역시 그 이야기다. 미국에서는 인종·성별 등에 따른 차별을 줄이고 다양성을 확대하려는 DEI(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다양성, 형평성, 포용성)가 중요한 화두다. 하지만 샬린에게 ‘다양성’은 마냥 좋은 것이 아니다. 백인 아티스트 뒤에서 기타를 치는 건 안전하고 돈도 버는 기회지만, 실력 있는 음악가가 아닌 다양성을 채우기 위한 ‘토큰 아시안’으로 소비되는 건 아닌지 끊임없이 의심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 경험들이 ‘천 개의 작은 상처’처럼 쌓였고, 그래서 그의 공연은 그 상처를 스토리텔링과 기타 연주로 갈아버리는 과정이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우리는 샬린에게 조언을 구했다. 우리 역시 한국에서 우리 방식의 농담을 계속하며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거나 모두에게 이해받지 못할까봐 겁이 난다고. “그냥 계속 작업을 이어가세요. 모두를 위한 게 아님을 알면 돼요. 단 몇 명이라도 연결되는 사람들에게 정말 깊이 와닿는다면 그걸로 의미가 있죠. 우리답게 살아야 우리가 만나야 할 사람들도 만날 수 있어요. 제가 다른 종류의 코미디를 했다면 당신들을 만나지 못했을 거예요.”

그리고 덧붙였다. “지금 제가 하는 일을 그 어느 때보다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건, 제가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켰기 때문이에요.”

그 말을 듣던 고민지가 갑자기 눈물을 터뜨렸다. 여성의 몸과 성에 관한 농담을 꺼낼 때마다 인터넷에서 수많은 악플을 받아온 코미디언이었다. 샬린의 빠른 영어를 다 알아듣지 못한 내가 물었다. “왜 울어? 뭐라고 했어?” 고민지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모두를 위한 예술을 하지 말래. 자기를 좋아해줄 사람들을 발견해서 그 사람들한테 이야기하면 된대.”

에든버러의 시끄러운 공연장 앞 모퉁이에 앉아 나눴던 그 대화. 샬린이 안전한 농담만 했다면, 혹은 우리가 모두에게 사랑받으려 했다면 서로를 결코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누군가를 실망시킬 각오로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 어쩌면 예술가가 자기 사람을 찾아가는 방법은 그것뿐인지도 모른다.

샬린 케이. 샬린 케이 인스타그램 갈무리.

샬린 케이. 샬린 케이 인스타그램 갈무리.


 

■ 샬린 케이(@charlenekaye)의 플레이리스트

 

1. Demi Adejuyigbe: Is Going to Do One (1) Backflip [Clip]

https://youtu.be/2YFGJHSJ9ko?is=QHGiNN-lUeY7NDW7

제가 좋아하는 코미디언 중 한 명이 제 친구라는 건 정말 멋진 일이에요. 그의 공연 가운데 특히 좋아하는 장면이에요.

 

2. Flo & Joan: I Drank Too Much| Live Comedy

https://youtu.be/tTViy5WK-EY?is=OItBQ94PPCpTr8FH

정말 훌륭한 영국식 정색 코미디(데드팬) 유머예요. 뮤지컬 코미디는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3. 노아 슈토| 2026 멜버른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 빅 포 오!

https://youtu.be/517o2gIV4A8?is=Oui2oHVYkrZmMkI5

제 친구 노아는 의사였다가 지금은 코미디언이 됐어요. 정말 다 가질 수도 있나봐요!

 

정성은 스탠드업 코미디언·‘치부노트’ 저자

 

*김수진 소셜저널링 ‘66데이즈’ 대표와 정성은 치부노트’ 저자가 ‘지인’에게 유튜브 영상을 추천받아 독자에게 다시 권하는 칼럼입니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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