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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노숙인, ‘잔혹한 낙인’ 대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등록 2026-09-04 00:42수정 2026-09-09 08:43


“노숙인들이 자주 쓰는 말이 있어요. 급전직하. 한 번의 실패나 미끄러짐이 회복되지 않는다는 의미더라고요.”

노숙인 인권단체 홈리스행동에 10년 넘게 몸담은 안형진 활동가가 한 말입니다. 처음에 한 번 미끄러지더라도 다시 일어서도록 사회안전망 체계가 잘 갖춰져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보니 노숙인들에게 본인의 삶이 ‘급전직하’했다고 느껴질 수 있다는 겁니다.

2026년 8월24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퇴거명령서를 받은 노숙인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말을 새삼 실감했습니다. 수십 년 식당을 운영하던 대표로, 대기업 사원으로 각자 열심히 살던 이들에게 투자 사기란 실수는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놨습니다. 이후 안전망 없는 사회에서 추락해 인천공항으로 밀려난 이들은 ‘노숙자 아지트?… 손발 다 든 인천공항’이라는 제목의 채널에이(A) 보도 이후 거리로 또 한 번 밀려났습니다.

공항에서 쫓겨난 여성 노숙인 안나(69·가명)는 본인이 머물던 공항 구석구석을 보여줬습니다. 구석 벤치, 편의점 뒤쪽, 주차장 뒤 공터…. 모두 사람의 시선이 잘 닿지 않는 공간이었습니다. 그곳에서도 안나는 ‘혹시 민폐가 될까, 누군가에게 해코지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늘 숨죽여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채널A 보도에서 집중 조명한 ‘민폐 노숙인’과는 달랐습니다.

2026년 8월1일 채널A 누리집에 올라온 시청자 의견 갈무리.

2026년 8월1일 채널A 누리집에 올라온 시청자 의견 갈무리.


안나와 함께 인천공항에 동행한 날 환경미화 노동자 세 명을 만났습니다. 안나가 없는 자리에서 “여기 머문 노숙인들이 민폐를 끼쳤냐”고 묻자 “일부 노숙인으로 인해 냄새가 밴 의자를 닦아내느라 힘들었다”는 말도 있었지만, “본인들에게 민폐를 끼친 적은 없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환경미화 노동자의 인권을 위협하는 뉴스 영상 속 노숙인의 모습과 직접 들어본 발언에는 간극이 컸습니다.

일부 문제가 되는 노숙인을 전체 노숙인의 모습으로 낙인찍고 환경미화 노동자와 노숙인의 갈등 구도를 부각한 보도 속에 왜 노숙인들이 공항으로 밀려와야 했는지는 빠져 있습니다. 8월1일 채널A 누리집에 올라온 한 시청자의 의견은 채널A 보도가 놓친 지점을, 그리고 한겨레21이 이 기사를 써야 했던 이유를 말해줍니다.

“집이 없는 사람들은 공공장소에서 삶을 의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상식이고 세계 어디서나 보편적인 일입니다. 이는 정부와 지자체가 제대로 된 주거, 의료, 고용 정책을 만들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공항 홈리스들의 씻고, 먹고, 자는 일상을 도촬하고 이를 일탈로 비난하고 조롱하는 것은 채널A와 해당 기자가 빈곤과 불평등에 대한 기초 이해조차 없거나 홈리스에 대해 악의적 의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 볼 수밖에 없습니다. 해당 보도(를) 속히 삭제하고 당사자들께 사과하고 정정보도 하시기 바랍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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