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1월19일 최미정씨가 세종시 국무총리비서실·국무조정실 앞에서 ‘직위해제’ 관련 억울함을 호소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제공
영양사 최미정씨는 한쪽 다리에 장애가 있어 지팡이를 짚고 다닌다. 장애 때문에 고난도 많았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충북 청주여자교도소에서 20여 년 동안 일하며 근무평가에서 우수·탁월 평가를 받곤 했다. 법무부 장관 표창, 대전지방교정청장 표창 등 다수 기관장의 표창장 11개를 받았다. 같은 청주 지역에서 일하는 영양사 동료는 “급식 만족도 향상을 위해 요리를 배우러 다닌다거나 조리원들과의 협업을 고민하는 모습을 봐왔다”며 “전국영양사학술대회도 열심히 참석했고, 충북영양사협회 임원으로 봉사도 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최씨가 청주여자교도소와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둔 청주교도소로 자리를 옮기면서 일어났다. 한 급수 높은 6급(주사) 채용공고가 올라와 자리를 옮긴 것인데, 근무한 지 두 달 만인 2024년 11월 ‘성실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경고장을 받았다. 이후 11번에 걸친 특별사법경찰대 수사팀 조사를 받았고, 직위해제까지 당했다. 청주교도소는 결국 30여 건의 징계 사유로 최씨에 대한 중징계 의결을 법무부에 요구했다.
이후 최씨는 법무부가 2026년 1월16일 정직 징계처분을 내리기까지 1년 가까이 생활비를 벌지 못했다. 3천만원이 넘는 빚을 내야 했다. 이혼 뒤 혼자 자녀들(고등학생 딸, 대학원생 아들)을 키워온 최씨는 억울함에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앞에 찾아가 1인시위를 했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을 통해 받은 법무부 중징계 의결서를 보면 ‘성실 의무 위반’ ‘복종의 의무 위반’ 등이 최씨의 징계 사유로 쓰여 있다. 청주교도소의 주장을 보면 ‘조리원에게 부식 발주량 확인 일임’ ‘의무교도대원 부식 검수 업무 지시’ ‘소모품 대장 미작성’ ‘재고현황판 미운용’ ‘부식물 과발주’ ‘계약 외 업체와 거래’ ‘유연근무 절차 위반’ ‘초과근무 기록 불철저’ 등 수많은 징계 의결 요구 사유가 적혀 있다.
“제가 오기 전엔 발주를 고정적으로 했더라고요. 예를 들어 우유를 100개 시켰으면, 4주 내내 100개. 근데 전 그렇게 일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전주에 많이 남거나 모자라거나 하면 변동 사항을 다 반영해서 발주하려 노력하는 편이에요. 당시 조리사님이 몇 개월간 부재해서 인력 부족 속에 조리원이랑 같이 발주량을 확인했고, 의무교도대원이 제가 부식 검수할 때 필기 등을 도와줬어요.” 최씨가 징계 사유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한 말이다.
최씨가 부임하기 직전 청주교도소 취사장에선 성희롱, 직장 내 괴롭힘 등의 사건으로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인력이 부족해진 상태에서 최씨가 이직해왔는데, 교도소 쪽은 이런 이유로 최씨가 동료들의 도움을 받은 걸 두고 ‘불법·부당한 업무지시’ ‘성실 의무 위반’이란 징계 사유를 제시했다.
새로 부임한 최씨의 적극적인 업무 스타일이 일부 조리원에게 다소 불편함을 줬을 가능성은 있다. 위생 규정대로 조리원에게 취사장에서 마스크를 쓰도록 요구했는데, 조리원들이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면서 갈등이 생겼던 적이 있었다. 처음엔 농산물을 많이 주문했는데, 조리원들이 칼질을 많이 하는 요리가 힘들다고 해서 주문을 줄이기도 했다. 그러나 징계 요구서에선 이런 배경이 모두 소거되고 ‘식재료가 남은 것을 폐기한 적이 있는가’라는 기계적 기준으로 사안을 평가했다. 예를 들어 ‘농산물 등의 부식을 과발주’했다는 게 징계 사유였다. 최씨는 부임한 지 두 달도 안 돼 필요한 식재료량을 가늠해가는 단계였을 뿐이다.
또 2천만원 이하 계약은 영양사가 보고 뒤 수의계약을 할 수 있어, 기존에 주문하던 업체가 아닌 다른 업체에서 식재료를 주문했던 일도 화가 됐다. 최씨는 청주와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한 식품이 좋다고 생각해 업체를 바꿨는데, 이를 두고 ‘계약 외 업체와 거래’라는 징계 사유가 제시됐다. 직원·의무교도대원 등에게 제공할 특식 김밥 메뉴를 만든 것도 ‘식단 변경 보고 및 발주 불철저’라는 혐의가 적용됐다. 주말에도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조리원들에게 업무 관련 연락이 오자 업무에 적응하기 위해 이직 초기에 주말에도 출근했던 것은 ‘초과근무 기록 불철저’ 혐의가 됐다.
최씨가 억울함을 호소하자 실제 징계 심의에서 9개 사유는 혐의사실 불인정이 됐다. 최씨는 혐의사실이 인정된 징계 사유에 대해서도 자신의 입장을 해명하기 위한 증거를 다시 모았다. 최씨는 현재 직위해제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정직 중징계에 대해선 소청 심사를 제기했고, 심사 절차를 밟고 있다.
최씨는 6급인데 7급인 다른 영양사보다 직급이 높음에도 훨씬 과중한 업무를 맡고 있다고 얘기했다. 청주교도소 복지과 업무분장표를 보면 최씨가 맡고 있는 ‘직원 및 대체복무단 급양업무 총괄’의 업무량이 7급 영양사가 맡은 ‘수용자 급양업무 총괄'의 업무량보다 훨씬 많다. 식단은 기본이고 창고 관리, 시설 및 취사장비 관리, 급식관리위원회 설문조사, 직원 특식 및 야식 발주, 부식물 소모품 등 차량 및 외부인 출입 동행, 조리원 교육, 대체복무단 근태 및 작업안전 관리 등의 업무가 있다. 흔히들 생각하는 ‘식단 짜는 일’만 하는 곳이 아닌 것이다. 인력 부족 속에 때로는 조리까지 돕던 최씨는 결국 취사장에 오래 서 있다가 넘어져 다치면서 병가를 낸 적도 있다. 거동이 불편한 상태에서 교도소장이 있는 위층으로 오라고 해 남성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계단 위를 올라갈 때는 굴욕감을 느끼기도 했다.
익명의 청주교도소 관계자는 “업무 분장에서 최씨가 맡은 업무량은 비장애인도 감당하기 힘들다. 그런데 6급인 최씨에겐 기피 업무를 몰아놓고, 7급인 비장애인 남성 영양사에게는 상대적으로 편한 업무를 줬다”고 말했다. 최씨 입장에선 자신이 잘하고 싶은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일하고자 하면 제재를 받고, 잡다한 업무는 조정해주지 않는 상황이 장애여성으로서 차별받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인사혁신처 장애인공무원 인사관리 매뉴얼을 보면 보직관리에서 ‘주요 확인 사항’으로 ‘직무분석 등을 통해 업무량과 업무특성, 강도 등을 검토하였나’와 ‘장애 유형·정도를 파악하고 장애유형별 특성을 고려하였나’란 항목이 있다. 이와 관련한 고충을 최씨도 청주교도소 쪽에 이야기했다. 그러나 조치는 없었다. 청주교도소 쪽은 한겨레21의 관련 질의에 “1년씩 돌아가면서 (기피 업무를) 맡기로 얘길 나눴다고 들었다”며 “업무분장표를 보면 최씨 업무가 많아 보이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고 해명했다.

2026년 2월2일 최미정씨가 세종시 국무총리실 앞에서 ‘직위해제’ 관련 억울함을 호소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제공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고 장애특성에 따른 지원을 통해 동등한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장애인권리보장법안’이 3월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과돼 법제사법위원회 및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최씨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법안의 취지다. 조인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전 직장에선 동료들도 최씨의 장애를 이해하고 그에 걸맞은 환경을 제공해 열심히 일할 수 있었던 반면, 청주교도소에선 최씨가 어려움을 호소하면 ‘문제제기’라고 받아들이고 더 과중하게 업무를 시킨다거나 (경고장과 특별사법경찰대 조사를 통해) 괴롭히는 식으로 진행된 것 같다”며 “장애인의 일할 권리가 보장되지 않았고, 정당한 문제제기가 괴롭힘으로 이어진 것이 이 사안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특히 “특별사법경찰대가 교도소 안에서 일어난 상황에 대해 조사하는 게 위법한 건 아니지만 형사사건도 아닌, 징계 사유에 이렇게까지 조사했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최씨와 청주여자교도소에서 함께 근무했던 미화원 동료가 쓴 탄원서를 보면 이런 내용이 있다. “이른 아침 6시에 출근해보면 제일 먼저 불이 켜진 곳이 복지과였고, 들어가보면 최미정 영양사님이 정리정돈하며 박스를 정리하고 있었다. 몸도 불편한데 저렇게까지 성실한 분이구나 생각하곤 했다.”
청주=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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