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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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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나경원, 딸 관여 사업 ‘예산 증액’ 문체부 압박…문체부, 발달장애 예산 감액하고 1억 늘려”

임오경 의원 국감서 폭로 “딸 위한 조직 사유화…체육단체가 음악예술 행사에 가장 많은 기금 사용”
등록 2025-11-14 15:47 수정 2025-11-18 07:41
나경원 스페셜올림픽코리아 명예회장이 2025년 8월 서울대학교 예술관 콘서트홀에서 열린 ‘국제스페셜뮤직앤드아트페스티벌’에서 발언하고 있다.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나경원 스페셜올림픽코리아 명예회장이 2025년 8월 서울대학교 예술관 콘서트홀에서 열린 ‘국제스페셜뮤직앤드아트페스티벌’에서 발언하고 있다.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발달장애인의 스포츠·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비영리 사단법인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의 특정 사업에 예산을 투입하라고 문화체육관광부 고위 관료를 압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SOK 명예회장인 나 의원은 이 단체 정관상 문체부 관계자를 만나 업무 협조를 구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공교롭게도 이 사업에는 발달장애인인 나 의원의 딸이 여러 번 참여했다.

나경원 딸 다섯 번 참여한 ‘뮤직앤드아트페스티벌’

2025년 10월27일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SOK가 매해 주최하는 음악행사 ‘국제스페셜뮤직앤드아트페스티벌’(뮤직앤드아트페스티벌)을 문제 삼았다. 임 의원은 2025년 8월 열린 이 행사에 국가보조금(국민체육진흥기금) 3억6600만원이 투입된 점을 지적하며 “문체부에 체육단체로 승인받은 SOK가 음악경연대회에 가장 많은 돈을 쓴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발달장애인의 생활체육 및 대회 지원에 힘써야 할 SOK가 특정 음악행사에 단일 사업 기준 가장 많은 기금을 투입한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임 의원은 “나경원 의원의 딸이 과거 SOK 이사로 재직해 문제가 됐는데, 딸은 뮤직앤드아트페스티벌 사업에 계속 관여했다”며 “2023년 4월 나경원 SOK 명예회장이 당시 문체부 체육국장을 만나 이 사업을 ‘한도 외 증액 사업’으로 (기존 3억원에서 4억원으로) 1억원 추가해달라고 압력을 넣었다. 문체부는 증액이 어렵게 되자 발달장애인 체육 활성화 사업들을 감액해 결국 1억원을 증액시켰다”고 폭로했다.

한겨레21이 확보한 SOK 내부 문건을 종합하면, 나 의원은 2023년 4월 SOK 고위직인 김아무개씨와 함께 최보근 당시 문체부 체육국장(현 국가유산청 차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나 의원은 2024년 뮤직앤드아트페스티벌을 ‘한도 외 증액 사업’으로 추가해달라고 요구했다. SOK는 내부 보고용으로 면담 내용을 정리해 문서로 남겼고, 최 국장은 SOK 소관 부처인 문체부 장애인체육과에 ‘예산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문체부는 해외문화홍보원의 지원 협조와 함께 홍보원 예산까지 끌어다 쓰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장애인체육과에서 ‘추가 증액이 어렵다’는 판단이 나오자, SOK는 문체부의 지시로 장애인스포츠 부문 예산을 줄이고 뮤직앤드아트페스티벌 예산을 1억원 증액했다. SOK 관계자는 “나 의원이 직접 문체부 체육국장을 찾아가 만났고, 결국 아랫돌(스포츠 예산)을 빼서 윗돌(뮤직앤드아트페스티벌)을 막은 것”이라며 “발달장애인 스포츠 업무를 하는 사람으로서 울분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 아티스트들이 2025년 8월 서울대학교 예술관 콘서트홀에서 열린 ‘국제스페셜뮤직앤드아트페스티벌’에서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스페셜올림픽코리아는 음악·예술 행사인 이 행사를 주최하기 위해 수년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국민체육진흥기금을 지원받았다.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발달장애인 아티스트들이 2025년 8월 서울대학교 예술관 콘서트홀에서 열린 ‘국제스페셜뮤직앤드아트페스티벌’에서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스페셜올림픽코리아는 음악·예술 행사인 이 행사를 주최하기 위해 수년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국민체육진흥기금을 지원받았다.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나 의원은 SOK 명예회장인데, SOK 정관상 명예회장의 역할은 “이사회에 참석해 자문”하는 게 전부다. 나 의원과 동석한 SOK 고위직 김씨(현 사무총장) 역시 문체부에 업무 협조를 요청할 수 있는 직무를 맡고 있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ㄱ씨는 “나 의원은 그간 조용하다가 윤석열이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이용훈 당시 회장에게 여러 요구를 했고, 고위직 김씨를 이용해 SOK 사업에 개입해왔다”고 말했다.

SOK 안팎에서는 나 의원이 SOK와 뮤직앤드아트페스티벌 예산 확보에 직접 나선 배경이 가족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나 의원의 딸은 이 행사에 드럼 아티스트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다섯 차례 참여했다. SOK의 특정 행사에 이렇게 여러 차례 연주자로 참여한 발달장애인은 드물다. 게다가 SOK는 2026년 뮤직앤드아트페스티벌에서 ‘리더 멘티 봉사단’을 발족해 ‘30살 이상 장애인 멘티’를 뽑는 방안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뮤직앤드아트페스티벌에는 ‘만 30살’ 이하 연주자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30살이 넘은 나 의원 딸이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또 다른 길을 열기 위한 조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딸 나이 제한 걸리자 ‘30살 이상 멘티’ 뽑아라?

실제 2025년 사무총장으로 승진한 김씨는 나 의원으로부터 ‘리더 멘티 봉사단’에 딸을 포함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ㄱ씨는 “과거에도 김씨는 불공정한 절차로 나 의원의 딸을 스페셜올림픽 선수들이 꼽는 최고 명예직인 ‘글로벌 메신저’로 발탁하는 데 관여한 바 있다”며 “나 의원의 딸은 스포츠 선수도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SOK는 글로벌 메신저를 공개적인 공모 절차 없이 내부 추천으로 선정해 문체부의 지적을 받았다.

나경원 스페셜올림픽코리아 명예회장(가운데)이 2025년 8월 서울대학교 예술관 콘서트홀에서 열린 ‘국제스페셜뮤직앤드아트페스티벌’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나경원 스페셜올림픽코리아 명예회장(가운데)이 2025년 8월 서울대학교 예술관 콘서트홀에서 열린 ‘국제스페셜뮤직앤드아트페스티벌’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김 사무총장은 나 의원이 뮤직앤드아트페스티벌의 비상근 조직위원장 겸 SOK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인 점을 들어 “행사에 대한 사업의 필요성과 예산을 (문체부 체육국장에게) 설명한 것”이라고 한겨레21에 해명했다. 그는 ‘문체부 산하기관이 예산 증액에 관한 설명을 유관 부처에 해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런 해명은 사실과 다르다. SOK 정관상 뮤직앤드아트페스티벌 조직위원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또 나 의원은 문체부에 예산 압박을 한 시점(2023년 4월)보다 8개월 뒤인 2023년 12월 정기이사회를 통해 문화예술위원장을 맡았다. 김 사무총장의 해명대로라면, 이 단체는 존재하지 않는 조직위원회를 만들어 나 의원에게 위원장이라는 자리를 준 셈이다. 김 사무총장은 거듭된 한겨레21의 질의에 “뮤직앤드아트페스티벌 질문이 편향돼 있고 왜곡돼 있어 답변드리지 못한다”고 했다.

관리·감독 기관인 문체부는 최근 5년(2021~2025년)간 SOK를 상대로 단 한 번도 감사를 하지 않다가 2025년 10월 국정감사를 계기로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문체부는 SOK가 뮤직앤드아트페스티벌에 나랏돈을 쓴 데 대해 “체육기금 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냈다. 이어 2026년부터는 체육과 예술 기능을 분리해 체육 분야를 중심으로 국비를 지원하겠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또 SOK에 예산을 직접 교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대한장애인체육회를 통해 재교부하는 방식으로 바꿀 예정이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5년 10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임오경 의원실 제공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5년 10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임오경 의원실 제공


다만 문체부는 SOK의 사유화를 막을 근본 대책인 대한장애인체육회와의 통합을 놓고선 “법인의 자율성 침해”라는 SOK의 입장을 방패 삼아 “지속 검토하겠다”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 전체 예산의 70%(약 30억원)를 문체부로부터 받지만, 비영리 사단법인이라 국정감사는 물론 문체부의 감사도 받지 않았던 SOK의 입장을 그대로 수용한 셈이다. 최보근 국가유산청 차장은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임오경 “특정 정치인 조직 사유화 문제”

장애인체육회는 SOK 역시 장애인체육회의 가맹단체로 편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 의원을 중심으로 한 사유화 논란으로 잡음을 만들며 나랏돈만 타갈 게 아니라, 국회와 정부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다. 임오경 의원은 “체육단체인 SOK가 음악예술 행사에 가장 많은 기금을 쓰는 비정상적인 사업 운영을 해왔고 특정 정치인에 의한 조직 사유화 문제가 끊이질 않았다”며 “해마다 국가 예산을 지원받으면서도 감사는 피해왔던 SOK를 지속적으로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스페셜올림픽코리아 명예회장(첫째 줄 가운데)이 2024년 12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연말 음악회 ‘스페셜 하모니’에 참석해 연주자들과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나경원 스페셜올림픽코리아 명예회장(첫째 줄 가운데)이 2024년 12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연말 음악회 ‘스페셜 하모니’에 참석해 연주자들과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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