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흠 충남도지사(왼쪽)가 이장우 대전광역시장과 2024년 11월21일 ‘대전·충남 행정구역 통합 추진 공동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전시 제공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국민의힘 소속의 대전시장과 충남도지사가 두 광역지방자치단체의 통합을 밀어붙이고 있다. 두 사람의 목표는 2026년 6월 지방선거 전까지 대전과 충남을 합쳐 ‘특별시’를 출범시키는 것이다. 도대체 ‘대전·충남특별시’가 뭐기에 보수정당 정치인 2명이 이토록 조급한 행보를 보이는 걸까?
대전시와 충남도는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충남 서산·태안)을 통해 국회에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안’(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을 제출한 상태다. 법안은 국회 법제실 검토 뒤 공동 발의 의원을 찾아 서명을 받는 중이다. 지방자치법 제5조 1항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명칭과 구역을 바꾸려면’ 관련 법률이 필요하다. 국회가 특별법을 통과시켜주지 않으면, 지방자치단체의 통합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대전·충남 행정통합 민관협의체’가 2025년 7월14일 특별법안을 대전시와 충남도에 전달했다. 대전시 제공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안’은 논의 시작 7개월 만에 ‘초스피드’로 만들어졌다. 이장우 대전광역시장과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갑작스레 “대전·충남을 하나로 합치겠다”고 공동선언을 한 것은 2024년 11월21일, 윤석열의 비상계엄 12일 전이다. 탄핵 정국(2025년 1월22일)에서 윤석열 정부의 행정안전부는 “초광역권 형성과 대도시권 연계·협력 중심의 종합적 개편을 제시한 ‘지방행정체제개편 권고안’”을 내놨다.
비상계엄 3주 뒤인 2024년 12월24일 출범한 ‘대전·충남 행정통합 민관협의체’는 2025년 1월부터 약 5개월 동안 특별법 초안을 만든 뒤 6월9일부터 7월8일까지 한 달 동안 대전·충남 20개 시·군·구 주민설명회와 세 차례의 여론조사까지 ‘초스피드’로 마무리했다. 주민설명회는 시·군·구별로 한 차례씩 평일 오전과 낮에만 두 시간 안팎으로 진행됐고, 충남도 15개 시·군의 경우 거의 하루이틀 간격을 두고 의견수렴(주민설명회) 절차를 끝냈다.
그렇게 빠르게 꼴과 형식을 갖춘 특별법은 곧바로 두 지자체장과 시·도의회 의장에게 전달됐다. 국민의힘이 다수인 양쪽 지방의회는 한두 주 만에(대전 7월23일, 충남 7월29일) 특별법 발의에 필요한 ‘지방의회 의견 청취안’을 통과시켰다. 현재 대전시의회 의원 구성은 국민의힘 17명·더불어민주당 2명·무소속 3명이고, 충남도의회는 국민의힘 31명·더불어민주당 13명·무소속 3명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대전충남특별시 설치 및 경제과학수도 조성을 위한 특별법안’의 핵심은 ‘2개 지자체 통합 뒤 통합단체장 1명 선출’과 ‘특별시장에게 대전·충남 지역에 대한 전방위적이고 절대적인 정책·예산 결정 권한 부여’로 요약될 수 있다. 이 특별법안대로면 대전·충남특별시장은 이 지역에서만큼은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무소불위 권력’을 갖게 된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특별시 출범 뒤 10년 동안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와 행안부의 투자심사·타당성 조사에서 ‘무조건’ 면제되고 △지방채도 행안부 승인 없이 지방의회 의결로 발행이 가능해지며 △특별시장은 투자기업 유치를 위해 지역 내 투자진흥지구 지정·해제와 입주기업 조세·부담금·임대료 감면 등 결정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대전에 있는 연구개발특구(대덕특구)와 관련해서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연구개발특구 종합계획을 세울 때 대전·충남특별시장 의견을 의무로 반영해야 하고 △연구개발특구 내 토지의 용적률·건폐율·건물높이 설정도 특별시장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친환경 탄소중립과 관련해서도 △특별시장은 석탄화력발전소 피해 지역 지원 특구 지정과 기금 설치도 스스로 할 수 있고 △특별시장이 요청하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수소특화단지를 우선 지정한 뒤 행정·재정적 지원을 해줘야만 하고 △해상 신재생에너지사업과 송전선로 등에 필요한 공유수면 점용·사용 허가권도 특별시장이 갖게 된다. 산업단지 조성과 관련해서도 △국토교통부 장관은 의무적으로 특별시에 첨단과학기술단지(국가산단)를 조성해야 하고 △특별시의 신규 산단 진입도로·철도 등 기반시설 조성과 노후거점산단 기반시설 개선에도 국비를 지원해줘야 하며 △매출액 5천억원 이상 기업도 특별시로 이전만 하면 기업상속공제 대상에 포함해주고 △특별시 이전 기업에는 투자금 10% 안에서 정부지원금도 추가로 준다.

대전과 충남의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2025년 9월3일 충남 내포신도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남지부 회의실에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과정과 쟁점에 대한 토론회를 진행했다.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제공
이뿐만 아니다. △상위법(대통령령)과 상관없이 특별시 조례로 ‘농업인 기준’을 따로 정할 수도 있고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권한인 스마트농업육성지구 지정과 간척지 농업업적 이용·관리 권한, 산림청장 권한인 보전산지 지정·변경·해제 권한도 모두 특별시장에게 이양되며 △개발제한구역 지정·해제와 공공주택 분양가상한제·조정대상지역 지정·해제 역시 특별시장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지방경찰청장 임용도 특별시장 동의를 받아야 하고, 법률에 적용받지 않고 특별시만의 방식으로 교육감을 선출할 수 있고 △심지어 ‘고도의 자치권 확보를 위해서’ 특별시는 감사원을 포함한 중앙행정기관의 감사를 ‘어떤 경우도’ 받지 않는다. 대전시와 충남도 관계자는 “지난 1월 행안부가 발표한 ‘지방행정체제개편 권고안’을 참고해 특별법안을 만들었다”며 “2026년 6월 전 통합특별시 출범 작업을 완료해 2026년 지방선거부터 특별시장을 선출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대로 특별법이 통과되면 대전·충남특별시장은 합법적으로 ‘지역의 독재자’가 될 수 있다. 정상적인 민주주의 시스템 안에선 존재 자체가 불가능한, 보수 정치인 2명의 ‘희망사항’에 가까운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여대야소인 여의도 상황을 고려해도 이런 성격의 ‘통합특별시’가 2026년 지방선거 전까지 만들어질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지금의 대전·충남 행정통합 시도를 지역 소멸이나 규모의 경제 등을 명분으로 하는 대구·경북이나 전주·완주 통합 추진, 마산·창원·진해 통합 사례와 동일선에 놓고 설명하기 힘든 까닭이다.
그렇다면 이장우·김태흠 두 정치인은 왜 이렇게 ‘블러핑’(게임에서 자기 패가 좋지 않을 때, 상대를 속이기 위해 허풍을 떠는 전략) 같은 ‘특별시 추진’에 열을 올리는 걸까? 2024년 11월 행정통합 공동선언 당시 이 시장은 김 지사를 ‘충청권 대망론 주자’로 치켜세웠고, 김 지사는 “(도지사 재선에는) 마음을 비웠다”며 특별시장 불출마 뜻을 비치기도 했다.
박정현 민주당 의원(대전 대덕구)은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균형발전 정책(5개 초광역권과 3개 특별자치도)은 수도권에 대항하는 경제블록권을 만드는 것인데, 대전·충남만 따로 행정통합을 하는 것은 그 취지나 방향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 경제적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블록권을 형성해나가고 행정통합은 하더라도 최후 단계에서나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이런 내용의 반민주주의적 법안은 국회에서 소위 통과조차 불가능하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소지역주의를 강화하고, 선거 국면에서 ‘민주당 때문에 통합에 실패했다’는 식의 공격을 하기 위한 시도일 뿐”이라고 말했다.
대전=최예린 한겨레 기자 floye@hani.co.kr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단독] 통일교 윤영호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자금 수천만원 전달” [단독] 통일교 윤영호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자금 수천만원 전달”](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05/53_17649329847862_20251205502464.jpg)
[단독] 통일교 윤영호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자금 수천만원 전달”

박나래, 상해 등 혐의로 입건돼…매니저에 갑질 의혹

조진웅, 소년범 의혹 일부 인정…“성폭행은 무관”
![[단독] 경제지 기자에 1억 주고 “잘 좀 써줘”…‘김건희 집사 게이트’ 조영탁 구속 [단독] 경제지 기자에 1억 주고 “잘 좀 써줘”…‘김건희 집사 게이트’ 조영탁 구속](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06/53_17649845156244_20251206500211.jpg)
[단독] 경제지 기자에 1억 주고 “잘 좀 써줘”…‘김건희 집사 게이트’ 조영탁 구속
![김연경의 독설, ‘너를 믿는다’의 다른 말…좌절을 성장으로 이끈 비결 [건강한겨레] 김연경의 독설, ‘너를 믿는다’의 다른 말…좌절을 성장으로 이끈 비결 [건강한겨레]](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06/53_17649833831326_16176498336525.png)
김연경의 독설, ‘너를 믿는다’의 다른 말…좌절을 성장으로 이끈 비결 [건강한겨레]

김상욱 “장동혁, 계엄 날 본회의장서 ‘미안하다, 면목 없다’ 해”

쿠팡 손배소 하루새 14명→3천명…“1인당 30만원” 간다

우라늄 농축 ‘5대 5 동업’ 하자는 트럼프, 왜?

홍명보호, ‘죽음의 조’ 피했지만…본선 맞붙을 어느 팀도 만만치가 않다

전국 법원장들 “내란재판부 법안 위헌성 커…심각한 우려”















![[단독] 세운4구역 고층 빌딩 설계, 희림 등과 520억원 수의계약 [단독] 세운4구역 고층 빌딩 설계, 희림 등과 520억원 수의계약](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resize/test/child/2025/1205/53_17648924633017_17648924515568_2025120450403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