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무너진 ‘국가유산’ 방치, 20억 들여 ‘울산교’는 단장

옛 삼호교 폭우로 무너진 뒤 7개월째 미복구… 울산시, 시민 안전·불편 뒤로하고 ‘관광사업’에만 ‘열일’
등록 2026-02-12 15:19 수정 2026-02-16 17:09
2025년 7월21일 울산 중구 다운동의 옛 삼호교 일부가 무너진 모습. 이 다리는 폭우로 인해 전날 저녁 붕괴됐다. 울산시 제공

2025년 7월21일 울산 중구 다운동의 옛 삼호교 일부가 무너진 모습. 이 다리는 폭우로 인해 전날 저녁 붕괴됐다. 울산시 제공


울산 태화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가운데 최근 눈길을 끄는 두 다리가 있다. 한 곳은 2025년 여름 폭우로 무너진 뒤 7개월째 방치된 국가등록문화유산이다. 다른 곳은 세계음식점을 선보인다며 수십억원을 들여 단장을 마쳤다. 보행자 전용 다리인 옛 삼호교와 울산교 이야기다.

강 건널 길 잃은 주민들 ‘아슬아슬’ 보행

옛 삼호교는 일제강점기인 1924년에 지은 울산 지역 최초의 근대식 철근콘크리트 다리다. 역사성을 인정받아 2004년 9월4일 국가등록문화유산 제104호로 지정됐다.

이 다리 역사상 가장 잔혹한 시기는 2025년 여름 보수공사를 하던 중구청이 난간에 무지개색 페인트를 칠하면서 시작됐다. ‘보기에 좋다’는 이유로 현상변경 신고 없이 덧칠된 공사는 7월 초 중단됐다. 그로부터 보름여 뒤인 7월20일 저녁 8시33분께 알록달록 무지갯빛 다리가 무너졌다. 사흘가량 이어진 폭우에 태화강 물이 크게 불어났고, 다리는 거센 물살을 이기지 못했다.

무너진 다리는 7개월째 같은 모습이다. 들머리에 가림막을 세워 통행만 막고 있을 뿐이다. 중구청은 2025년 말 국가유산청에 요청한 예산 8억원을 기다리고 있다. 다리의 모든 구간에 대한 정밀안전진단과 설계비 등의 명목이다. 중구청은 이 예산을 확보하는 대로 안전진단을 하고 무너진 구간을 부분 철거한 뒤 복구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이 다리를 복구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돈이 든다. 강물이 불어나는 장마철에는 작업이 불가능하다. 중구청이 추산하는 복구 비용은 100억원대에 이른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중구청은 국가유산청과 울산시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2023년 국가유산청이 찍은 울산 신삼호교(왼쪽부터), 옛 삼호교, 삼호교. 옛 삼호교는 보행자만, 삼호교는 자동차만 오가는 다리다. 국가유산청 누리집

2023년 국가유산청이 찍은 울산 신삼호교(왼쪽부터), 옛 삼호교, 삼호교. 옛 삼호교는 보행자만, 삼호교는 자동차만 오가는 다리다. 국가유산청 누리집


강을 건널 길을 잃은 주민들만 답답하다. 걸음이 무거운 어르신들은 15분가량을 돌아가는 신삼호교 대신 차도뿐인 삼호교 갓길을 아슬아슬하게 다닌다. 대체 보행로를 요구하는 민원이 이어졌고, 중구청은 삼호교 가장자리에 보행자 길을 덧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예산이다. 7억원을 울산시에 요청했지만 아직 확답을 받지 못했다. 이르면 다음달부터 편성하는 추경예산에 반영될지도 미지수다. 최악의 경우 중구청은 예비비 등 자체 예산을 투입하는 방안도 고심하고 있다.

울산 남구 삼호교 들머리에 보행로가 없으니 인도교(옛 삼호교)를 이용하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다리 너머로 상판이 무너진 무지개색 난간의 옛 삼호교가 보인다. 한겨레 주성미 기자

울산 남구 삼호교 들머리에 보행로가 없으니 인도교(옛 삼호교)를 이용하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다리 너머로 상판이 무너진 무지개색 난간의 옛 삼호교가 보인다. 한겨레 주성미 기자


울산시, 대체 보행로 예산 요청에 ‘묵묵부답’
2024년 4월25일부터 28일까지 전국생활체육대축전 기간에 진행된 울산교 빛쇼. 울산시 제공

2024년 4월25일부터 28일까지 전국생활체육대축전 기간에 진행된 울산교 빛쇼. 울산시 제공


반면 옛 삼호교에서 약 5㎞ 떨어진 울산교는 수십억원을 들여 새로운 관광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1930년 준공한 이 다리에는 수시로 조형물이 설치·철거되면서 여러 사업이 반복됐다. 민선 8기 울산시는 2022년과 2023년 이 다리에 약 20억원짜리 경관 조명을 설치했다. 최근에는 20억원을 더 들여 다리 위에 가설건축물 4개동을 얹었다. 이탈리아, 인도, 일본 등 6개국의 음식을 판매하는 ‘세계음식문화관’도 3월부터 운영을 시작한다. 무너진 옛 삼호교와 세계음식문화관이 조성된 울산교는 모두 최근 정밀안전점검에서 시(C)등급을 받았다.

울산=주성미 한겨레 기자 smoody@hani.co.kr

한겨레 저널리즘
응원으로 지켜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