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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반도체 산단’ 유지? 지역 식민지론 나오는 이유

지방선거 앞두고 이전 논란 커져…전력공급·용수 확보 어려워 ‘부적합론’ 대두
등록 2026-02-12 16:49 수정 2026-02-16 11:44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600조원을 투자하는 415만㎡ 규모의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 현장. 한겨레 이정하 기자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600조원을 투자하는 415만㎡ 규모의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 현장. 한겨레 이정하 기자


최근 960조원이 투입되는 ‘용인반도체 생산기지’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거나 분산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도 용인에는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600조원을 투자하는 415만㎡ 규모의 원삼면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일반산단)와 삼성전자가 이동·남사읍 일대 777만㎡ 용지에 360조원을 투자하는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국가산단)가 들어선다. 일반산단 조성 공정률은 70%를 넘어섰고, 국가산단은 토지보상 절차에 들어가는 등 이미 본궤도에 오른 상황이다.

수도권 위해 초고압 송전탑 놓나

논란의 발단은 전력공급 문제였다. 두 산단에 필요한 전력은 15GW 규모로, 이는 원자력발전소 15기 수준에 달한다. 수도권은 자체 전력 생산 여건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산단을 운영하려면 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을 용인까지 끌어올 수밖에 없다. 이에 345㎸ 초고압 송전탑이 놓일 것으로 예상하는 전국 각지에서 주민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수도권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비수도권의 희생을 강요한다는 ‘비수도권 식민지론’까지 나온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2025년 12월26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용인반도체 생산기지를) 전기가 많은 지역으로 옮겨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한 발언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600조원을 투자하는 415만㎡ 규모의 원삼면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 현장. 용인시 제공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600조원을 투자하는 415만㎡ 규모의 원삼면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 현장. 용인시 제공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장관의 발언이 에너지 지산지소(지역 생산 지역 소비)의 대원칙을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이후 호남권을 중심으로 용인반도체 생산기지 새만금 이전론 등을 거론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재생에너지가 풍부하고 송전망 구축에도 문제가 없는 지역에 용인반도체 생산기지를 두자는 것이다. 이들은 일자리 빈곤을 겪는 지방의 ‘지역균형 발전’에도 부합한다고 주장한다. 하루 수백만t을 공급해야 하는 공업용수도 마찬가지다. 이미 포화 상태인 한강수계보다 비수도권이 수원 확보에 유리한 것도 사실이다.

“반도체 생태계 이미 구축” 반박도

반면 용인시를 포함한 경기도와 지역 정가, 산업계는 ‘반도체 생태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정치 셈법’에 불과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반도체는 단순히 생산공장만 짓는다고 될 일이 아니라 우수한 인재,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협력업체, 연구소 등의 여건과 함께 이들 간 물리적 거리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경기 남부와 충청 북부로 이어지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 벨트가 형성돼 있는데, 다른 지역으로 이전을 주장하는 것은 애써 쌓아온 반도체 경쟁력을 망가뜨리는 행위라는 주장이다.

삼성전자가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남사읍 일대 777만㎡ 용지에 360조원을 투자하는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감도. 용인시 제공

삼성전자가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남사읍 일대 777만㎡ 용지에 360조원을 투자하는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감도. 용인시 제공


논란은 일단 ‘용인 유지’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이전 자체를 고려한 적이 없고, 정부와 청와대 역시 이전 검토는 없다며 선을 그었다. 사법부도 용인반도체 국가산단 승인 과정이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붙은 이전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 때 환경과 전력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 방안도 없이 용인반도체 생산기지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부작용의 결과이기도 하다. 인구소멸 위기에 내몰린 비수도권의 현실과 환경·전력·에너지 정책의 대전환, 숙고를 통한 ‘사회적 합의’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설득과 합의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용인=글·사진 이정하 한겨레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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