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7월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3대특검종합대응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전현희 총괄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한겨레 선임기자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 특검) 전담재판부(이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는 집권여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의 여러 갈래(대법관 증원, 판결문 공개, 대법원장 권력 분산 등) 중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다. ‘법관 임명과 재판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흔드는 조처라는 야당과 사법부의 반발에 더해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나왔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여당에 힘을 실어주면서 급물살을 탔다.
사법부는 내란 사건을 맡은 재판부에 인력을 보강하고 항소심부터는 ‘집중심리 재판부’를 운영하는 등의 대책을 뒤늦게 내놓았다. 그런데도 사법부를 향한 여권과 국민의 의심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 불신이 사법부의 이전 행태에서 비롯했음을 여러 사건과 판결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이 처음 공개된 시점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놓고 박찬대 의원과 정청래 의원이 맞붙었던 때다. 강성·투쟁 이미지의 정청래 의원에 맞서 박찬대 의원은 2025년 7월8일 ‘내란특별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국회와 법원, 대한변호사협회가 각 3명씩 추천해 총 9명의 위원으로 특별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를 꾸려 특별재판부 판사 3명과 특별영장전담법관 1명을 법원에 추천하는 방식으로 내란특별재판부를 구성하는 내용이 담겼다. 재판 지연을 막고자 1·2심을 각각 3개월 안에 선고하도록 규정했다.
이 법안은 내란 재판 진행 과정에서 나온 사법부의 결정을 놓고 국민적 공분이 누적된 결과다. 2025년 3월7일 내란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합의 25부(재판장 지귀연)가 구속 기간 산정을 ‘날’이 아닌 ‘시간 단위’로 계산한 뒤 “구속 기간이 지난 뒤 기소됐다”는 이유로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을 풀어주는 결정을 내렸다. 이 원칙은 다른 피의자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윤석열에게만 적용된 특혜였다. 구치소에서 풀려난 윤석열이 개선장군처럼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포옹하는 모습이 생중계되자 “법원이 무책임한 판단을 저질렀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후 8월27일 법원이 특검의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기각하자, 민주당 지도부는 “특별한 수사에는 특별한 재판부가 필요하다”며 3대특검종합대응특별위원회(특위)를 꾸리고 법안 마련에 본격 착수했다. 이후 판사 출신인 박희승 민주당 의원이 9월8일 특위 회의에서 “헌법 개정 없이 국회가 내란특별재판부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입장을 냈다가 강성 당원과 강경파 의원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째가 되는 2025년 9월11일 오전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야당은 “헌법과 삼권분립 원칙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사법부·법조계에서도 “사법부 독립성 침해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자 이재명 대통령은 9월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사법부는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 속에서 헌법과 양심에 따라서 판단하는 것이다. 그게 뭐가 위헌인가”라며 “입법권을 통한 국민의 의지를 (사법부가)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심’이 수면 위로 드러나자 민주당 지도부는 “재판을 신속하게 처리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다만 법관 인사와 사건 배당에 국회가 관여하는 게 문제라는 지적은 받아들였다. 용어 역시 ‘특별’이라는 단어를 빼고 내란전담재판부로 수정했다. 특위가 9월18일 내놓은 ‘국정농단 전담재판부 설치법’(이성윤 의원 대표 발의)을 보면, 국회는 재판부 추천에 참여하지 않는다. 법무부(1명), 판사회의(4명), 대한변호사협회(4명)가 모두 9명을 추천하고 대법원장이 이들을 위촉하는 방식으로 전담재판부를 구성한다. 전담재판부는 서울중앙지법(1심)과 서울고등법원(2심)에 두고 각각 6개월, 3개월 안에 재판을 마치도록 규정했다. 3심 역시 3개월 안에 재판을 마쳐야 한다.
뒤늦게 사법부도 대책을 냈다. 서울중앙지법은 9월18일 지귀연 재판부에 법관 1명을 추가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서울고등법원 역시 9월22일 3대 특검 기소 사건에 대비한 ‘집중심리 재판부’를 운영하기로 했다. 집중심리 재판부에는 특검 사건을 제외한 다른 사건의 배당을 중지하고 재판연구원(4~5명)을 배치할 계획이다. 최보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간사는 이를 놓고 “특별재판부 설치 논의가 사법부 불신에서 비롯됐음에도 사법부가 선제적으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9월23일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어 ‘내란특별법’(박찬대 의원 발의)과 ‘국정농단 전담재판부 설치법’(이성윤 의원 대표 발의)을 추후 다시 심사하기로 했다. “많은 논의를 통해 국민 공감대를 얻어 처리할 것”(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이라는 지도부의 입장에 발을 맞춘 것이다. 민주당 소속 김용민 제1소위원장도 “공청회 등 다양한 논의 절차를 거치려 한다”고 말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2025년 9월4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내란사건에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한 법원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신속한 내란 재판이라는 궁극적인 목표에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는 되레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둘러싼 ‘위헌’ 시비가 길어지면 되레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보민 참여연대 간사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요구의 배경과 문제의식은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지금 발의된 두 법안(박찬대·이성윤 의원 발의)을 보면, 현재 진행 중인 1심 재판부를 변경해야 하는데, 입법 절차와 공판 갱신 절차 등으로 사실상 재판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최 간사는 이어 “윤석열 등 내란 혐의 피고인들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면 재판은 더욱 길어진다”고 덧붙였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역시 “재판의 신속성을 보장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위헌 주장 등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켜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저감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이 통과되면 선고 뒤 승복 여부를 놓고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임재성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는 “판결의 핵심은 승복 가능성이다. 통상적인 절차를 통해 이뤄졌다고 해도 이를 수용하기 어려운 국민이 꽤 많을 텐데, 민주당 주도로 법률을 통해 만들어진 특별한 절차인 내란전담재판부에서 윤석열이 사형이나 무기징역이 나오면 수용할 수 있을까”라며 “심리적 불복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국민 통합에는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공동체 분열과 갈등을 더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내란전담재판부가 거론되는 상황은 사법부가 자초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내란전담재판부 제도는 그간 법원에 재량을 줬지만 신속한 재판이 이뤄지지 않으니 나온 논의”라며 “헌정 질서를 파괴하고 어지럽게 하는 이런 재판을 막무가내로 하면 안 되니 국회가 입법으로 관여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호사 ㄱ씨 역시 “내란은 사건이 복잡하고 어려운데 지귀연 재판부는 여전히 다른 사건까지 처리해왔다. 사법부가 너무 안일하게 대처해온 것 같다”며 “정치권에서 때리니까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하는 모습도 아쉽다”고 거들었다.
현행 헌법에서 특정 사건 전담재판부를 따로 설치하려는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양승태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가 개별 재판에 개입해 박근혜 정권과 재판 거래를 하는 등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사법 농단’ 사태 당시, 양 대법원장을 포함해 전현직 판사 14명이 무더기로 기소되자 민주당은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을 발의했다. 주요 현직 법관이 사건 당사자인 만큼 공정한 재판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조처였다. 이때도 위헌 여부가 논란이 됐고 사법부는 “사법권 독립 및 재판 공정성”을 이유로 반대했다.
이 법안은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재판장 이종민)는 2024년 1월26일 양 전 대법원장,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2019년 2월 기소된 뒤 5년이 지나 나온 1심 결과였다. 오지원 변호사(법률사무소 법과치유 대표)는 “특별재판부 설치 논의가 끝난 뒤 공정성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했고 실제 무죄가 나왔다”며 “법원을 신뢰하기 어려운 역사적 근거가 있다”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지귀연 판사의 윤석열 구속 취소 결정과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이례적 속도의 파기 환송 선고를 “사법 불신이 크게 촉발된 사건”으로 짚은 뒤 “우리는 윤석열 등 내란 세력과 법조 세력의 긴밀함을 이미 경험했다. 결국 인맥의 연결성 때문에 국민이 우려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가 2025년 5월2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현대중공업 단체교섭청구소송, 대법원의 원청 사용자성 인정 판결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담재판부가 사회적 의제로 떠오르면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기본권’(헌법 제27조 3항)이 사회의 여러 영역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독 심리가 긴 노동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재명 정부는 선거 과정에서 노동법원 설립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전문성 있는 법관들이 신속히 재판해 노사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정기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법률원장은 대법원이 현대중공업 원·하청 단체교섭 사건을 6년6개월째 심리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노동법원 설치 얘기가 나온 지 20년이 넘었다. 대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기다리며 받는 고통은 당사자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과거 국가기관이 불법적 수단으로 인권을 유린했거나 공권력을 남용한 사건 역시 전담재판부가 필요하다. 당시 법원이 피해자의 목소리를 묵인했는데, 다시 법원에 재심을 맡기는 시스템은 온당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국가폭력 사건들을 보면 법원이 당시 법령과 사회 분위기에 따라 국가의 공권력 오남용으로 인한 인권침해 사건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사실상 국가의 폭력 행위를 묵인하거나 방조한 사례가 있다”며 “그런 법원이 국가폭력 피해자의 재심 여부를 판단하고 피해자에 대한 배상 여부와 액수를 결정하는 것이 굉장히 불쾌하다. 특별재판부는 이런 일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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