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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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펨코의 팬덤, 이준석의 중독

우리 안의 극우 7. 누가 극우인가⑥
엘리트-대중 욕망 맞아떨어진 ‘주목 포획’ 형성… 극우정치 맷돌 맞잡아 돌리는 부창부수
등록 2025-09-04 22:35 수정 2025-09-08 15:38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가 2025년 5월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민주의문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한겨레 자료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가 2025년 5월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민주의문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한겨레 자료


 

정치인 이준석이 ‘에펨코리아’(이하 펨코)라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각별히 참고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그동안 많은 언론 기사들, 그리고 언론이 인용한 전문가들은 펨코발 담론의 내용, 예컨대 여성혐오, 반페미니즘, 능력주의 담론 등에 주목해왔다. 이는 타당하고 필요한 지적이긴 하나 그것이 어떻게 지속되고 재생산될 수 있는지에 대한 분석으로 심화하지는 못했다.

극우 분석에서 개별 극우 담론 분석은 물론 중요하지만 좀더 근본적인 측면은 극우 담론을 추동하는 사회적 조건과 재생산 메커니즘이다. 여기서는 펨코발 담론에 대한 규범적 비판을 넘어 이준석이 펨코와 관계 맺는 방식을 새롭게 개념화하고, 이를 통해 극우 정치와 팬덤 정치가 공유하는 포퓰리즘적 역동(dynamics)을 개괄적이나마 규명하고자 한다. 먼저 이준석이 펨코에 얼마나 심취했는지 보여주는 증언을 들어보자.

온종일 펨코 들여다보는 이준석과 천하람

김용남 전 개혁신당 정책위의장은 2025년 5월26일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 출연해 “이준석 후보는 펨코 여론을 하루에도 수시로 체크했다. 그래서 이 방향으로 가다가도 펨코에서 이쪽으로 가리키면 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며 “(펨코를) 가끔 참고는 할 수 있어도 거기에 끌려다니면 안 된다고 했는데 (이준석 후보가) 못 버린다. 하루에도 12번도 더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1

최고위원회의 때 자신의 모두발언을 마친 천하람 원내대표가 아직 방송 카메라 조명이 들어와 있는 상태에서도 다리를 달달 떨면서 특정 커뮤니티 사이트에 들어가 반응을 살피는 모습을 종종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최고위원들만 참여하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때도 그 정치 커뮤니티에 대해 언급하며 그 자리에서 그것을 확인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오죽하면 개혁신당 사무처 직원들이 그곳 아이디를 만들어 자신들이 원하는 뉴스를 확대재생산하며 여론을 조작하고, 그러다 실제로 한 직원은 그 행위가 적발되어 형사처벌을 받고 전과자가 되기까지 했겠습니까(그럼에도 당 지도부의 비호 아래 아직도 당 사무처에 근무 중이다). 개혁신당을 “이준석당”이라고 부르며 동시에 “펨코당”이라고 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2

펨코는 본래 축구 게임 정보를 교환하던 곳이었는데 신규 유입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종합 커뮤니티로 성격이 바뀐다. 펨코는 2025년 기준으로 ‘디시인사이드’에 이어 커뮤니티 접속자 2위인 대형 커뮤니티지만 디지털 미디어의 특성상 전혀 접속하지 않거나 그런 사이트가 존재하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이곳을 모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준석, 그리고 천하람 등 개혁신당 지도부가 거의 온종일 이 커뮤니티를 들여다본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신뢰성과 대표성 상실한 커뮤니티 여론

직업정치인이 여론을 확인하는 것이 그 자체로 문제일 수는 없다. 이준석이 언제 어디서나 거리낌 없이 펨코에 접속하는 것만 봐도 스스로 그 행위가 문제 되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여론을 확인하는 행위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여론 ‘내용’이다. 이를테면 이준석이 참고하는 펨코에서 활발하게 유통된 담론은 어떤 것이며, 그 담론들이 과연 정치인이 충실히 수용해 정책에 반영할 만한 가치가 있는 여론인지다. 요컨대 여론의 ‘신뢰성’과 ‘대표성’이 관건이다.

우선 신뢰성 문제가 있다. 펨코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는 최소한의 검증조차 거치지 않은 허위조작정보(disinformation)가 넘쳐난다. 허위조작정보는 시민 개개인에게도 해악적이지만,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 그런 정보를 공적 발언의 근거로 삼을 때 문제는 훨씬 심각해진다. 최근 사례로는 대선 당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경기도 시흥 웨이브파크 언급을 두고 ‘거북섬을 만들었다고 자랑했다’며 비판한 사건이 있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는 실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고 거북섬을 만든 주체도 아니었다. 이재명 후보가 ‘거북섬을 만들었다고 자랑했다’는 이야기는 펨코에 올라온 헛소문이었다. 발언 이후 민주당은 이준석 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3

대표성 문제도 있다. 펨코의 담론은 특정 세대와 특정 성별이 주도하는 경향이 강하며 때때로 특정 집단을 과도하게 적대시한다. 2022년 한겨레21이 데이터 스타트업 언더스코어와 협업해 남초 커뮤니티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와 펨코의 인기글 46만 건을 분석한 기사에 따르면, 2010년대 중반 이후 이들 남초 커뮤니티에서 일관되게 여성혐오적이고 반페미니즘적인 게시물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해당 기사는 ‘급진적 페미니즘 성향 커뮤니티가 ‘남성혐오’와 젠더갈등을 조장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여성혐오가 심해졌다’는 남초 커뮤니티 유저들의 주장을 머신러닝 기반 텍스트 분석 프로그램을 활용해 검증했다. 데이터 분석을 진행한 강태영 언더스코어 대표는 “남초 커뮤니티가 안티페미니즘 성향을 띠는 것을 단순히 온라인 페미니즘 운동의 성장 이후에만 나타난 특수한 젠더갈등이라고 한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쉽게 말해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페미니즘 흐름이 고조되기 이전부터 이미 저들 커뮤니티에서는 여성혐오와 반페미니즘을 드러낸 게시물이 많았으며, 페미니즘의 분위기가 강해진 이후로는 여성혐오의 ‘핑계’가 바뀌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여성을 비하하는 ‘김치녀’라는 말과 동일한 의미인 ‘된장녀’라는 단어가 오래전부터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에서 사용됐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여성혐오가 급진적 페미니즘이나 ‘남성혐오’ 때문이라는 주장의 허구성은 쉽게 반박된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2025년 6월4일 오전 국회 중앙홀에서 열린 이재명 제21대 대통령 취임 선서식에 참석해 휴대전화를 보고 있다. 한겨레 자료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2025년 6월4일 오전 국회 중앙홀에서 열린 이재명 제21대 대통령 취임 선서식에 참석해 휴대전화를 보고 있다. 한겨레 자료


펨코가 합리적 보수 아닌 이유, ‘능력주의’

2023년 발표된 논문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로 살펴본 ‘이대남 현상’’도 펨코의 주된 경향이 여성혐오적이며 반페미니즘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논문은 텍스트마이닝과 의미연결망 분석을 통해 에펨코리아의 정치시사게시판의 주요 단어 중 ‘페미니즘’이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였으며 이는 주로 반페미니즘 정서로 나타난다고 밝혔다.4

그런데 이 논문은 펨코의 여성혐오 또는 반페미니즘 자체보다 그 이면의 논리에 주목한다. 바로 능력주의(meritocracy)다. 펨코에서 표출되는 반페미니즘 정서가 능력주의에 기반한 공정성 논리, 즉 아무런 노력 없이 자신들의 몫을 빼앗는 무임승차자에 대한 혐오라는 점에서 단순한 여성혐오 감정과 구분된다는 것이다.

여성혐오, 반페미니즘, 능력주의는 펨코 담론의 특성이기도 하지만 한국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높은 빈도로 관찰되는 특성이기도 하다. 특히 능력주의가 혐오·차별 담론의 기저에서 작동하는 논리라는 점은 2010년대 초반 일베가 크게 사회문제가 됐을 때 이미 분석된 바 있다. 예컨대 박권일은 일베의 심층 동기 중 하나가 ‘상상된 착취’, 즉 “당연히 내가 받을 몫을 (여성, 장애인 등) 내부의 타자에게 빼앗겼다는 박탈감”에 있으며 그 뿌리에 있는 이념이 능력주의임을 논증한다.5 표면적으로 그것은 ‘공정’이나 ‘무임승차 반대’로 표현되지만, 궁극적으로는 강자 선망과 약자 혐오로 이어지고, 그래서 “스스럼없이 인종주의와 흘레하는 능력주의”로 귀결한다.

혹자는 “일베와 펨코의 차이를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며 전자를 혐오적 극우로, 후자를 자정 능력이 있는 합리적 보수인 것처럼 묘사한다.6 물론 담론의 극단성과 자극성에서 양자는 분명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약자에 대한 차별의식과 강자에 대한 선망이 노골적으로 표출된다는 점에서, 즉 능력주의라는 이념에서 일베와 펨코는 별 차이가 없다. 또한 ‘메갈 손가락’ 논란 같은 사실무근의 음모론에 대해 펨코가 어떤 자정 움직임도 보인 적이 없다는 점에서, 펨코가 일베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

30대 당대표 선출되자 펨코 주인공 등극

능력주의는 한국의 극우를 다른 나라 극우와 구별하는 결정적 요소다. 능력주의는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고 공격할 때만이 아니라, 기득권자의 이익을 수호할 때 더할 나위 없이 유용한 논리로 기능한다. 그것은 ‘공정’을 가장해 차별·배제·불평등을 정당화함으로써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를 심각하게 손상한다.

앞서 우리는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려는 시도 또는 이를 정당화하는 우익 이념’을 극우로 정의한 바 있다. 또한 그 퇴행은 정치 엘리트에 의한 ‘위로부터의 퇴행’과 대중에 의한 ‘아래로부터의 퇴행’이 동시 발현하고 상호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만약 이런 관점이 타당하다면, 펨코가 극우인지를 판단하는 것보다 중요한 작업은 대중 담론이 엘리트 담론과 어떻게 접속하고 폭발하는지, 그 모멘텀과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일일 것이다.

2020년 말까지만 해도 이준석은 한국 정치에서 주변적인 인물이었다. 펨코 같은 커뮤니티에서도 당연히 별로 언급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2021년 5~6월 펨코에서 ‘이준석’ 키워드가 들어간 게시물 수가 급증한다. 마침내 이준석이 30대 최초로 제1야당 대표로 선출되자, 그는 펨코 정치시사게시판의 주인공으로 등극한다. 이준석을 ‘2030 남자의 대변자’로 여기는 사람이 급격히 늘어났고, 이준석 자신도 “펨코를 자기 팬덤이라 생각”하게 됐다.7

물론 이준석은 당대표 선출 이전부터 펨코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펨코 유저들도 이준석의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때까지의 이준석은 그저 수많은 정치인 중 한 명이었고, 펨코 역시 수많은 유권자 중 하나의 덩어리였을 뿐이다. 그런데 모종의 계기로 둘의 관계는 질적 변화를 맞게 된다. 정치인은 이제 ‘원오브뎀’(one of them)이 아니라 ‘온리원’(only one)이 되며, 대중은 이제 유권자(voter)에서 팬(fan)이 된다. 이른바 ‘정치 팬덤’ 혹은 ‘팬덤 정치’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그런데 유권자와 정치인의 관계, 곧 ‘대표되고/대표하는’ 관계가 팬과 스타(우상)의 관계, 곧 ‘특권적 동일시’의 관계로 전환됐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일종의 ‘포획’, 구체적으로 ‘주목 포획’(attention capture)이 발생했음을 뜻한다. 주목 포획은 경제학자 조지 스티글러의 유명한 ‘규제 포획’(regulatory capture) 개념을 원용한 것이다.8

주목 얻기 위해 사익에 봉사하는 정치

스티글러가 말하는 규제 포획이란, 공익에 복무해야 할 규제 기구가 소수의 사익을 위해 봉사하는 일종의 권력 부패 현상을 가리킨다. 대표적인 사례는 고위 공무원이나 대기업 임원이 ‘회전문 인사’로 관련 업계의 규제·감독 기구의 대표 또는 임원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다. 이때 규제의 입안과 집행에서 체계적인 편향과 유착이 일어나게 된다. 비유하자면 규제 포획이란 곧 ‘합법적 심판 매수’다. 이러한 규제 포획 개념을 참고해 주목 포획을 정의하면 다음과 같다. ‘공익에 복무해야 할 정치인 또는 공당이 주목의 획득을 대가로 소수의 사익을 위해 봉사하는 현상.’

현대사회에서 공적 가치에 대한 합의가 어려워지면서, 정치도 점점 가치 경쟁이 아니라 ‘주목 경쟁’(attention struggle)의 각축장이 되어가고 있다. 주목 포획은 이러한 사회적 변화의 정치적 부산물이라 할 수 있다. 주목 포획은 정치 엘리트와 대중의 욕망이 서로 맞아떨어지는 순간 작동하기 시작한다. 그 상호작용이 어떻게 지속되고 재생산되는지, 그렇게 새롭게 설정된 정치 관행이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와 어떻게 충돌하게 되는지를 설명하려면 조금 더 지면이 필요하다. 다음 회에 이어가기로 하자.

 

1. 심우삼, ‘이준석은 ‘펨코 대통령’?…남초 커뮤니티에 찌든 혐오의 입’, 한겨레, 2025년 5월29일

2. 조대현, ‘개혁신당은 “이준석당”이고, 이준석당은 곧 “펨코당”이라 부르는 이유’, 조대현 전 개혁신당 최고위원 페이스북, 2025년 5월28일

3. 고한솔, ‘민주, 이준석 고발…“이재명 ‘시흥 거북섬 발언’ 관련 허위사실 유포”’, 한겨레, 2025년 5월25일

4. 김선영,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로 살펴본 ‘이대남 현상’’, 한국언론정보학보 118(4). pp34~75, 2023

5. 박권일, ‘공백을 들여다보는 어떤 방식: 넷우익이라는 보편 증상’, 박권일·이택광 외, ‘지금, 여기의 극우주의’, 자음과모음, pp56~58, 2014

6. 이범, ‘펨코와 일베 사이’, 경향신문, 2024년 7월2일

7. 채윤태·손고운·장필수, ‘우파 포퓰리즘, ‘펨코’ 밖으로 손 뻗다’, 한겨레21, 2025년 7월3일

8. 조지 스티글러, ‘The Theory of Economic Regulation’, The Bell Journal of Economics and Management Science, Vol. 2 No. 1. pp3~21, 1971

 

박권일 미디어사회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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