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명태균, 김건희 부부 선거 개입 ‘진실’ 밝힐까

정치범죄 영화 같은 메시지와 녹취, 명태균 게이트는 어디까지

공천 개입 의혹을 받는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가 2025년 7월31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기 위해 서울 종로구 ‘김건희 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명태균, 그가 2025년 7월31일 김건희 특검(민중기 특별검사)에 출석했습니다. 정치 브로커인 명씨는 윤석열 부부의 불법 공천 개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핵심 인물입니다.

명씨는 이날 오전 김건희 특검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케이티(KT) 광화문빌딩에 출석하며 “진실이 뭔지 나도 확인해보고 알고 싶다”는 묘한 말을 남겼습니다. 그는 뇌물공여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이날과 8월1일 연이틀 대면조사를 받을 예정입니다. 명씨는 2021~2022년 윤석열에게 81차례에 걸쳐 불법 여론조사를 해주고 그 대가성으로 2022년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윤석열 쪽이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을 공천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7월2일 출범한 김건희 특검의 초반 수사는 윤석열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에 집중되는 모양새입니다. 7월27일 2022년 재보궐선거 때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던 윤상현 의원을 소환조사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윤석열이 2022년 5월9일 “김영선이 해주라 했는데 당에서 말이 많네. 내가 상현이한테 한 번 더 얘기할게. 걔가 공관위원장이니까”라고 말한 녹음파일이 공개됐습니다. 윤 의원은 특검 조사에서 윤석열로부터 김 전 의원 공천 관련 전화를 받았다는 점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석열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은 김 전 의원에게만 국한된 게 아닙니다. 김건희씨가 제22대 총선 공천을 앞둔 2024년 2월께 명씨와 통화하며 경남 창원 의창구에 김상민 전 검사가 당선되도록 도와달라고 말한 통화 내용이 공개됐습니다. 윤석열이 2022년 대구 수성을 보궐선거에서 이인선 의원 공천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이 한겨레21 보도로 제기됐습니다.(제1574호 참조)

김건희 특검은 7월 초 공익제보자인 강혜경씨의 피시(PC)와 명씨의 피시 자료 등을 넘겨받았습니다. 앞서 한겨레21도 4.3테라바이트가 넘는 이 자료를 단독 입수해 관련 보도를 했는데요. 특검은 2~3주가량 자료 분석을 마치고 관련 인물들을 소환조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공천 개입 의혹 외에 밝혀져야 할 일은 많습니다. 특히 명씨가 다른 이들과 나눈 메시지와 녹취를 보면, 마치 정치범죄 스릴러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일이 수두룩합니다. 명씨가 특정 정치인이 공천 대가로 “20개(20억원 추정)를 받았다”고 언급한 내용, 명씨의 구상대로 입법이 되거나 국정 현안이 결정된 일, 명씨에게 기업과 공무원이 각종 청탁을 해온 일 등이 그에 해당합니다. 일각에서는 그가 과장을 섞어 이야기한다고 말하지만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던 일들의 일부가 이미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특검이 ‘명태균 게이트’의 문을 어디까지 열 수 있을까요. 한겨레21도 ‘명태균 게이트’의 진상규명을 위해 계속 취재해보겠습니다.

 

박준용 기자 [e-mail]·김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