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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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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세입자로 살아도 안심할 수 있도록

등록 2026-10-01 21:40수정 2026-10-07 08:39


제1632호 표지 사진 속 주인공인 경기도 성남에 사는 이아진(32)씨는 몇 달 전 동네에서 열린 ‘재개발사업 주민설명회’에 참석했습니다. 그날 아진씨는 자신이 처한 주거 불안의 현실을 맞닥트렸습니다. 온통 소유자뿐인 설명회에서 떳떳하게 목소리를 낼 수 없었을뿐더러, 재개발이 진행되면 가장 먼저 떠나야 하는 사람은 ‘세입자’인 자신이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만 19~34살 청년 10명 가운데 8명은 임차 가구, 즉 ‘세입자’입니다.(국토교통부 2024년도 주거실태조사) 그런데 종종 부동산 대책을 논하는 자리에서 무주택 세입자보다 대출 규제를 풀어달라는 일부 ‘실수요자’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곤 합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이 2026년 7월14일 국토교통부 주최 토론회에서 “여기에 세입자들 목소리가 얼마나 있는지 유감”이라고 지적한 이유입니다. 그래서 한겨레21은 공론장에서 소외된 청년 세입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한겨레21이 주거권 단체 ‘민달팽이유니온’과 함께 만 19~39살 청년 11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6명 이상은 ‘내 집(자가)을 가져야 한다’(66.1%)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이유로 ‘자산 증식 및 보전’(10.8%)보다 ‘주거 안정’(44.6%)을 꼽은 응답이 4배 많았습니다. 청년들이 집을 ‘자산 사다리’로 여기기보다는, 한곳에서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지를 중요시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또 대출 지원보다 주거 안정 대책을 원하는 청년도 많았습니다. 응답자가 ‘가장 필요한 주거 정책’으로 꼽은 것은 ‘공공임대주택 입주 지원 및 조건 완화’(36.6%)였고, ‘주택 구입 자금 대출’(18.8%)이 뒤를 이었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청년을 위한 주택 공급과 대출 지원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높지 않은 노동소득과 물려받을 자산소득 없이 주거비를 부담하는 대다수 청년 세입자에게 당장 필요한 정책이 구매 지원책만은 아닐 겁니다.

청년들이 발 딛고 선 땅부터 단단하게 만드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동시에 세입자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계약갱신권과 계속거주권을 강화해 세입자가 한집에서 오래 살 수 있도록 하고, 빠르게 오르는 임대료를 제어할 방안도 절실합니다. 집을 소유해야만 안심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닌, 세입자로 살아도 안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부동산 개혁’이 아닐까요?

 

공주경 기자 wnrud12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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