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7월2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참정당 집회에서 가미야 소헤이 참정당 대표가 연설하고 있다. 전날 참의원 선거에서 참정당은 세를 크게 늘렸다. REUTERS
전 지구적으로 극우가 대세가 돼가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일본에서 ‘일본인 퍼스트’를 외치며 외국인 배제를 넘어 아예 미군 철수까지 주장하는 참정당이 철통같은 보수 자민당을 위협하며 급부상했다. 외국인 혐오와 자국민 우선을 주장하는 이들의 부상과 함께 보편 인권과 민주주의가 사방에서 공격받고 있다. 이들은 민주주의를 왜 혐오하는가?
이들은 민주주의를 단지 외국인에게도 특혜를 베풀고 자국민을 소홀히 하는 정치제도로서만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위선적이며 부패하고 타락한 ‘리버럴’과 구태의연한 기득권 보수에 맞서 ‘신성한 영적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외부에 의해 오염된 땅과 정신을 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혐오의 바탕에는 물질적 이해관계만이 아니라 문화적인 것을 초월한 영적 측면이 있다는 말이다. 이들은 민주주의가 영적 세계를 파괴한다고 믿는다.
‘영적’이라는 말은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지만 무엇보다 이성이나 감성보다 더 상위에 초월적이고 정신적인 무엇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물질을 초월하는 점에서 영적이며 불변하는 근원적인 것이 존재한다고 믿는다는 점에서 영적이다. 또한 그런 차원에서 세상을 보고 평가한다는 점에서 영적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물질 욕망의 차원을 넘어 타락한 세계를 정화하는 신성한 일을 행한다고 굳게 믿는다.
극우가 민주주의를 혐오하는 핵심에는 주권의 문제가 있다. 피에르 다르도 등이 책 ‘내전, 대중혐오, 법치’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무엇보다 극우는 현재 인민주권론에 근거한 민주주의가 가장 타락한 형태의 주권이라고 생각한다. 인민주권은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다수파의 당파적 이해관계에 휘둘리며 다양한 사회적 요구 앞에 굴복해 고귀한 불변의 원칙을 저버린다는 것이다. 극우 세력은 그렇기에 민주주의가 인민을 신성한 존재로 고양하는 것이 아니라 인민 속의 ‘악마적 힘’을 해방하는 사악한 정치에 불과하다고 믿는다.
바로 이런 점에서 인민주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전쟁은 신성한 ‘영적’ 전쟁이 된다. 타락한 것을 정화하기 때문이다. 저 우매한 대중에 통치를 맡겨서는 안 되며 고귀한 자들이 통치해야 한다. 사리사욕과 당파적 이해를 떠나 ‘규칙에 의한 통치’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요구되는 것이 바로 “과거에 대한 지식, 미래에 대한 대비, 가능성에 대한 감각, 그것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수단들에 대한 지식, 책임감, 역량” 등이다. 당연히 이런 역량을 갖추고 자기 파벌의 이익을 떠난 고귀한 귀족들에게 권력이 이양돼야 한다. 따라서 이것은 단지 권력을 둘러싼 계급투쟁이 아니라 신성한 통치를 타락한 정치로부터 보호하고 구원하는 영적 전쟁이다.
이런 점에서 일본 참정당이 인민주권이 아니라 국가주권을 주장하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이들이 자신들의 누리집에 올려놓은 ‘신(新)일본헌법’의 제2장 국가 편에는 “(국민이 아닌) 국가가 주권을 갖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주권의 주체가 국가 자신이다. 그래야지만 국가 자신의 총체성과 보편성, 초월성에 근거할 때만 신성할 수 있는 주권을 타락한 개별 인민과 파벌들로부터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대사회에서 직접 귀족정치를 주장할 수는 없다. 바로 이 점에서 ‘내전, 대중혐오, 법치’의 저자들은 “자신들이 대중에 대항하여 행동하려면 필연적으로 대중을 이용할 필요가 있으며, 따라서 대중이 대중에 등을 돌리게끔 해야 한다는 것을 간파했다”고 말한다. 대중이 주권자일 수 없는 대중을 혐오하며 자신은 다른 대중, 즉 계몽된 존재, 깨어 있는 존재로 여기게 한다. 그렇기에 극우에 이념전쟁은 핵심적이며 이념전쟁의 한복판에 있는 것이 바로 영적 전쟁이다. 바로 이 점에서 현재의 극우는 완전히 대중의 이해에 사탕발림하는 포퓰리즘적 특징과 이념의 가장 초월적 형태인 영적 전쟁 양극단을 동시에 취한다.
인간 사회가 영적일 수 있는 것은 그 핵심에 ‘민족’(ethnos)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전세계 대부분 극우가 참조하는 것이 러시아 극우 사상가인 알렉산드르 두긴이다. 두긴은 저서 ‘민족사회학’에서 민족은 모든 사회의 토대에 존재하는 근원적인 사회라고 주장한다. 즉 민족은 결코 다른 것으로 나뉠 수도 환원될 수도 없는 ‘기원’이고 ‘원점’이며 “영적인 세계를 창조”한다. 다른 말로 하면 민족을 통해 인간은 영적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민족의 사회적 특징은 내부의 차이보다 공통점이 압도적으로 절대적이라는 점이다 . 전체는 부분을 절대적으로 초월하여 존재하며 부분은 초월적인 전체를 벗어나면 의미도 없고 존재조차 잃게 된다. 민족에서 다른 어떤 차이를 사소하게 만들며 절대적으로 공통된 것으로 만드는 가장 핵심적인 것이 ‘정신’이다. 두긴의 정의에 따르면 민족은 인종과 달리 생물학적인 것과는 아무런 상관 없이 그 자체로 정신적인 것이다. 민족이란 한정된 영역(나치가 주장한 생활권 ‘레벤스라움’의 개념과 일치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의 가자를 넘어 ‘다윗의 회랑’을 향한 거침없는 전쟁 수행 등 지금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확장된 대(大)민족주의는 민족의 생존과 안전지대 확보를 위한 레벤스라움을 주장한다)에 자리 잡고 공통된 도덕과 기원에 대한 ‘믿음’을 공유한 집단이다.
정신적인 것의 핵심이 도덕과 관습이고, 그것이 민족을 혈통과 같은 물질적인 것을 넘어 ‘영적인 세계’로 만든다. 관습, 도덕 그리고 언어를 묶어 민족은 “영적인 세계를 창조”한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두긴이 분명하게 이 세계의 특징을 단지 영토나 문화 같은 것이 아니라 영적인 세계라 부른다는 점이다. 이 영적인 세계를 한편에서는 이른바 인권 같은 ‘보편’으로부터,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 이주민 같은 ‘외부’로부터 지키는 것이 신성한 영적 전쟁이다.
그 논리적 귀결점은 당연히 이주민에 대한 혐오다. 극우는 전세계를 점령할 생각이 없다. 그들은 자신들의 영적인 세계가 터 잡은 최대로 확장된 ‘한정된 영역’, 즉 레벤스라움을 확보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그 영역에서의 영적 삶을 수호하기 위해 그에 동의하지 않고 오염시키려는 외국인을 쫓아내려 할 뿐이다. 단지 ‘국민’에게만 혜택이 분배돼야 하기 때문이 아니다. ‘이익’이라는 관점으로만 극우를 보는 것은 오판이다. 그들이 지키고 싶은 것은 민족의 ‘영적 세계’다.

프랑스 철학자 피에르 다르도 등은 책 ‘내전, 대중혐오, 법치’에서 극우 세력이 민주주의를 혐오하는 핵심에 인민주권에 대한 평가절하가 있다고 분석한다.
이들은 스스로가 민족이라는 물질적 영토의 ‘토박이’이자 이 영적 세계의 ‘상속인’이라 생각한다. 여기서 묘하게 극우의 주권론은 인민주권을 비껴가며 국가주권론과 만난다. 그들은 이 국민국가의 특혜를 받는 권리의 주체, 즉 주인만이 아니다. 국민국가로 외형을 갖춘 사회의 씨앗이자 핵심인 ‘민족’의 상속인이다. 따라서 이 상속인은 권리의 주체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의무의 주체다. 다른 민족과 구분되는 자신들만의 에토스, 그 에토스에 근거해 창조된 영적 세계를 지키는 의무를 진 존재다. 그렇기에 권리의 주체인 국민도, 그저 왕의 명령대로 따르기만 하는 신민도 아니라 상속인으로서 그는 영적 세계를 수호하기 위해 자기를 희생하며 신성한 전쟁을 수행해야 한다.
두긴에 따르면 이론적으로 이 상속인은 누구나 될 수 있다. 민족을 정의하는 것은 공통의 기원이 아니라 공통의 기원에 대한 믿음이기 때문이다. 민족은 생물학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 정신의 개념이자 의지에 따른 결정”이다. 바로 이 점에서 민족은 다시 한번 정신이 최고 단계로 고양된 것으로서 영적 측면을 가진다. 민족이 그저 혈통적인 것이기만 하다면 이 정도 영적 차원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민족은 순수하게 정신적인 것이 도덕과 가치의 문제를 포괄하는 가장 높은 차원으로 고양된 영적인 세계다.
그럼에도 이 숭고한 영역은 관습의 영역이기도 하다. 관습은 그저 한순간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반복되며 몸으로 굳어진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관습에는 흉내 내는 사람과 그런 몸을 가진 사람이 구분되며 그 몸을 가진 사람이 바로 ‘상속자’가 된다. 이 상속자야말로 민족이 터 잡은 한정된 영역, 즉 ‘향토’에 속한 이들이며 땅은 오로지 이들에게만 속해야 한다. 이 맥락에서 오스트리아의 극우 정당이 내건 구호가 바로 ‘향토애’다.
이것은 이미 옛 소련이 해체된 다음 유고슬라비아 등지에서 나타난 ‘토박이’로서 ‘상속자’의 배타적 권리를 강조한 데서 나타난다. 자신들이 태어난 땅의 정당한 상속자들이 당연하게 지배적 집단이라는 것이다.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를 쓴 바버라 F. 월터는 이 토박이들이 다수결 민주주의를 전적으로 부정하고 땅과 영성을 오염시키는 타락한 정치로 혐오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분석한다. “다수결 민주주의를 조금이라도 받아들이는 순간 자신들의 정치적 지위를 상실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의 구호는 전세계적으로 동일하다. 우리가 이 땅의 상속인이다. 나머지는 지배받든지 아니면 나가라.
이미 글로벌 엘리트로 지배계급화된 ‘리버럴’ 세력이 정체성 정치를 진보의 알리바이로 삼아 모든 것을 물질적 권리와 쾌락의 문제로 여길 때 극우는 인간 삶이 땅에 속한다는 것과, 그 땅에 속한 것은 한계가 있으며, 바로 그 한계에 의해 구별되는 에토스로 특징되는 삶의 영성적 측면을 들고 폭력적으로 재등장했다. 이들은 리버럴들이 폄훼하듯 탐욕과 착취로만 무장한 것이 아니라 삶에 ‘거룩한 측면’을 다시 불러들이려는 세력과 세계 곳곳에서 ‘신성동맹’을 맺고 있다.(한 예로 미국의 가톨릭은 엄청난 속도로 보수화되면서 교회를 현대화로 이끌었던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공공연하게 보인다.)
가장 세속적이고 물질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 찬 것처럼 보이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나 한국의 윤석열이 뜬금없이 종교적 가치를 수호하는 대표자인 듯 행동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다. 성서에 손을 올리고 교계 인사를 만나 축복받는 등의 행동은 바로 극우가 수행하는 전쟁의 핵심이 영적 전쟁임을 잘 알고 하는 행동이다. 그리고 이들이 영적 전쟁에 적극적 후원자이자 수행자가 되는 한 그들의 과거와 일상은 전혀 문제 삼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가 얼마나 ‘영적’으로 사는지가 아니라 그가 지금 영적 ‘전쟁’에 참전했는지이다. 이 타락한 신성동맹에 대중은 왜 동의하는지를 앞으로 다뤄보려고 한다.
엄기호 사회학자·청강문화산업대학 교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생겨나는 시대와 사회에 대한 고민을 같이 나눕니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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