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몽이 ‘폭력’과 ‘광기’가 되지 않으려면“저는 계몽되었습니다.”지난주 한국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말을 꼽으라면 단연 “ 나는 계몽되었습니다 ” 였을 것이다 . 내란죄 피고인인 대통령 윤석열의 변호인단 중 한 명인 김계리 변호사가 최후 변론에서 한 말이다 . ‘ 출산과 육아로 바빠 세상에 신경을 쓰지 않고 살...2025-03-09 15:52
‘빌런’이 점령한 한국 사회2024년 12월3일의 계엄령만큼이나 충격적인 것은 서울서부지법에서 일어난 극우들의 폭동이었다. 이 폭동만큼이나 또 충격적인 것은 극우들이 ‘공관’도 아닌 문형배 헌법재판관의 ‘자택’ 앞으로 몰려가 이웃들을 방해하며 시위를 벌인 일이었다. 그곳은 개인의 사적 영역인데 ...2025-02-22 21:10
곁불이 ‘사회’를 만든다졸업전시회를 갔는데 멀리서 두 학생이 반갑다며 뛰어왔다. 이번 학기에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다. 내가 자기들을 알아보지 못할까봐 오자마자 “저희예요, 저희. 불량학생들! 알아보시죠?” 하면서 킥킥거리고 웃는다. 당연히 알지 왜 모르겠냐며 같이 웃고 “자기들이 불량학생인 ...2025-02-08 22:41
중앙은 이미 ‘귀곡산장’… 희망은 변방에서 일어난다 다시 광장이 뜨겁다. 공화국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이 광장에 나섰다. 눈보라가 몰아치는데 온몸을 은박으로 감고 초현실적으로 싸우고 있다.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옷깃을 여미게 될 정도로 숭고하다. 남태령에서부터 한남동의 초현실적 ‘키세스’ 투쟁까지, 모든 것이...2025-01-20 08:16
‘국힘’은 청년의 마음에서 완전히 끝났다탄핵을 촉구하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은 청년들로 가득 찼다. 지난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도 청년이 많았지만 이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런 시위가 벌어지면 항상 많은 수를 차지하던 4050들과도 비교할 수 없을 ...2024-12-14 21:23
권력자가 ‘주술’에서 배워야 할 것인간이 가장 관심 있는 것은 자신의 운명이다. 운명이 조정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정해져 있다고 믿는 이들도 운명을 알고자 한다. 비판자들은 운명이 정해진 것이라면 안다고 뭐가 달라지느냐 묻겠지만 정해진 것이기에 비록 어쩌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안다’는 것...2024-11-30 23:07
‘정치’가 바라봐야 하는 곳“아버지는 살면서 언제가 제일 기쁘셨어요?”고령의 아버지는 인지 역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었다. 보청기를 하더라도 잘 들리지 않아 말하는 일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전문가인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가장 좋은 게 옆에서 계속 말을 걸어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말을 하도록 하...2024-11-16 22:05
채식자가 아니라 채식‘주의’자인 이유“한강의 ‘채식주의자들’ 앞부분에 아버지가 강제로 딸에게 고기를 먹이려고 하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이 장면이 여러분 생각에는 알레고리 같아요, 아니면 사실적 묘사 같아요?”학생들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듯 당황한 표정을 짓다가 곧 얼굴이 굳어진다. 알레고리라고 생각한다...2024-11-04 10:01
‘이처럼 사소한 친절’, 그 혁명적 선택 *이 글에는 클레어 키건의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 ‘맡겨진 소녀’와 ‘삼림 관리인의 딸’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내용을 알고 싶지 않은 독자는 읽지 않기를 권장합니다. 삶에는 언제나 해명되지 않는 불길한 이물감이 있다. 그것은 내 삶에 들어와 있는 어...2024-10-20 01:07
저들의 말이 시시하고 천박한 이유“읽고 또 읽은 책이 있나요? 몇 번을 읽었는데도 읽을 때마다 재미있는 그런 ‘인생 책’ 말입니다. 어떤 장르의 책이건요.”‘왜 아직 책을 읽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꼭 하는 질문이다. 사실 굳이 글자로 된 책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영화일 수도 있고 만화...2024-10-05 22:54
곁이 곁과 만나 ‘나의 이름’ 묻고 답하다“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이 말은 존재의 사회성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연결은 나라는 존재가 그냥 나 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존재들에게 빚지고 살아가는 것임을 깨닫게 하는 말이었다. ‘인드라망’ 그림이 알려주는 것처럼 나는 나를 둘러싼 많...2024-09-21 22:08
‘주차 빌런’ ‘민원 빌런’… 악당이 주인공인 서사만 가득한 세상지금 일선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지배하는 정서는 무력감과 냉소다. 그 일선이 교실이건, 응급실이건, 동사무소건, 소방현장이건, 주차 단속이건 어디건 그렇다. 일선에 있는 사람들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벌어지는 모든 잘못에 대한 원성과 원망을 온몸으로 받아내...2024-08-31 20:10
“팔레스타인 애들은 ‘노인’으로 태어난 것 같아요”“2003년생. 손재환. 영상연기 전공. 서울. 1994년생. 투파 거주. 사미 제르자위에게. 친한 친구를 잃는 슬픔과 고통을 감히 제가 상상할 수 없네요. 제가 당신의 이야기를 제 몸을 통해 전해드릴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합니다.”낭독이 끝나고 학생 배우들은 자기 이름...2024-08-18 14:09
판타지소설 읽는 자녀가 걱정되시나요“청소년들이 긴 글을 읽지 않는다고 합니다. 정말일까요?”국어 교사를 중심으로 교사나 학부모와 연수를 할 때마다 이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 대다수 어른은 사실이라고 말한다. “판타지소설도 안 읽나요? 에스에프(SF)는 어떤가요? 로맨스나 다른 장르도 안 읽나요? 이런 ...2024-08-03 23:03
영웅의 그늘에서 서사를 읽다한 장의 사진으로 미국 대선이 결정됐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한 총격범의 암살 시도로 총알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귀를 스쳐 지나갔지만, 그는 쓰러지지 않고 일어나 주먹을 불끈 쥐고 공중을 향해 치켜들었다. 그의 주먹 뒤로 파란 하늘에 성조기가 나부낀다....2024-07-21 1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