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오죽했으면….’
오랫동안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고 스스로 죽은 사건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인식은 관대한 자리에 머물렀다. 오죽했으면 부모가 그런 선택을 했을까 하는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는 것이다. 서구권에서는 ‘가족 살인’ ‘자녀 살해 후 자살’이라고 보는 것과 달리, 한국에선 ‘가족 동반 자살’이라는 표현으로 명명됐다. 살인이나 살해보다는 자살에 방점이 찍혔고 그마저도 가족 문제로 보는 측면이 강했다. 하지만 대부분 사건에서 숨진 미성년 자녀가 부모와 합의해 죽음을 자발적으로 선택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니 ‘동반 자살’이 아니라 부모가 아이들을 살해하는 것이다. 극단적 형태의 아동학대다.
죽은 아이는 말이 없다. 생전에 아이가 어떤 꿈을 가졌는지, 어떤 성격이었고 뭘 좋아했는지 등은 알려지지 않는다. 아이에게 있던 무궁무진한 가능성보다는 부모의 경제 사정과 같은 단편적인 정보만 압축해서 알려진다. 성인과 미성년 사이엔 사후에도 명백한 권력 불균형이 존재한다. 살아남은 아이의 말도 들리지 않긴 마찬가지다.
국내에서 ‘자녀 살해 후 자살’로 숨지는 아이들은 매년 10~20명 안팎이다. 2025년엔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이 벌써 4건에 달한다. 한겨레21은 과거 사건과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을 취재했다. 국제 아동권리 비영리 민간기구인 세이브더칠드런이 분석한 자녀 살해 후 자살 미수 사건 판결문 102건도 살펴봤다. 이 사건을 다루는 언론의 보도 경향은 어떤지, 아동·청소년을 보호하는 법이 그동안 어떻게 아이들이 흘린 피로 만들어졌는지도 살폈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사망을 예방하려면 모든 아동이 왜 죽음에 이르게 됐는지를 검토하는 ‘아동사망검토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 제도를 도입한 국가들은 아동 사망을 조사하고 아동학대 사망을 막기 위한 국가와 정부의 책임을 강조한다. 아동의 사망을 개인이나 가정의 비극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로 보는 것이다. 이 제도의 핵심은 병원, 경찰, 지방자치단체 등 여러 기관에 산재한 정보를 통합적으로 연계한 시스템이다. 아동의 죽음에서 알 수 있는 게 많을수록 또 다른 비극을 예방할 수 있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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