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2024년 4월4일 서울 영등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특수학교 부지에 특목고를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윤희숙 국민의힘 후보(서울 중성동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무릎을 꿇고 “특수학교를 예정대로 짓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김가윤 기자
출근길 지하철에 장애인이 타는 것은 보편이 아니라 특수적인 상황이 됐다. 어디부터 잘못됐을까? 교육부터 점검해본다. 2017년, 서울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을 놓고 지역 주민들이 반발해 장애 학생 엄마들이 무릎을 꿇었다. 2023년 여름에는 유명 웹툰 작가가 자녀 학교의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해 논란이 벌어졌다. 2024년 10월엔 인천의 한 초등학교 특수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업무를 혼자 감당하기 힘든 상태였다.
현재 특수교육 대상자 중 약 73.7%가 일반 학교에서 함께 교육받는다. 하지만 통합된 특수 학생 중 약 57.1%는 일부 혹은 전체 수업을 특수학급에서 분리된 채 받는다. 일반 학급에서 특수 학생들이 모든 학교생활을 하는 경우는 16.6%뿐이다. ‘특수에서 보편으로’(윤상원 외 지음, 교육공동체벗 펴냄)를 함께 쓴 특수교사, 일반교사, 대안학교 교사, 학자·연구자, 장애인 당사자, 장애 학생 부모 당사자 등은 “평등한 분리 교육은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한다.

‘교육’부터가 문제다. 책은 ‘장애 학생’을 바라보는 학교 사회의 태도를 질문한다. 윤상원은 학교에서 특수반이 분리와 낙인, 유배의 공간처럼 여겨진다고 말한다. 손상과 약점을 외면하려는 심리는 타자화를 낳고, 타자화는 폭력과 배제를 정당화하는 기제가 된다. 김병하는 진정한 통합교육은 장애 아동 개개인의 ‘특수성’을 우선 포용하는 교육을 말한다며 “우리나라처럼 치열한 경쟁 교육 체제에서 과연 모두가 존엄한 존재로 인정받는 교육 공동체의 창출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라고 질문한다.
오늘날 공교육은 교육 기회균등의 실패를 은폐하기에 급급하다. 이명훈은 ‘불구’(Crip)라는 용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면서 장애에 대한 질문이 페미니스트나 퀴어들의 질문과 분리될 수 없다며 주변화된 인간, 비인간 동물, 가족, 공동체 등의 연결과 정치성을 강조한다. 구윤숙은 “통합교육은 고상하지 않다”며 “특수 학생을 순식간에 변화시키는 놀랄 만한 기술이나 마법 같은 시간도 없다”고 말한다. 교사는 영웅이 아니지만 크고 작은 방법을 찾아낸 교사는 있고, 성과도 없지 않다. 장애/비장애 학생 모두를 위한 교육, 그리고 모두를 위한 사회로 향하는 제안서로서 이 책은 인간과 교육을 부단히 질문한다. 장애를 철학적으로 접근하면서도 답답한 현실을 함께 타개하자며 손을 내민다. 뜨겁고 급진적이다. 370쪽, 2만1천원.
이유진 선임기자 frog@hani.co.kr

말 더더더듬는 사람
정두현 지음, 어떤책 펴냄, 1만6800원
길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의 인터뷰를 1600여 편이나 발행해온 ‘휴먼스오브서울’ 편집장이자 영어교육 회사 ‘스픽’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는 정두현의 산문집. 어린 시절 형의 죽음은 정 작가에게 ‘말 더듬’이라는 흔적을 남겼다. “말 더듬과 수다스러움이 맞붙는 전투를 수없이 치르며 살아온 분투기”로서 존재감이 확실하다.

아버지의 시간
세라 블래퍼 허디 지음, 김민욱 옮김, 박한선 감수, 에이도스 펴냄, 2만6천원
진화인류학자 세라 블래퍼 허디가 남성의 육아 관련 진화를 다룬다. 영장류, 포유류, 어류와 양서류까지 다양한 종의 양육 사례로 남성의 육아가 진화사에서 의미 있는 행위임을 증명한다. 양육 과정에서 남성도 여성과 다르지 않은 생물학적 변화를 겪으며 새끼를 섬세하게 보살필 수 있다는 것. 감수자의 냉정한 해제도 믿음직하다.

작은 사람들의 일상사
권내현 등 지음, 푸른역사 펴냄, 2만9800원
18세기 조선 후기 사대부가 여성의 적극적인 법 활동, 일제강점기 천황제 이데올로기를 수용하지 않았던 조선인들의 불경 사건, 1950~1960년대 ‘풍기문란’의 내용과 여학생들의 저항, 1970년대 전북 임실의 한 마을에 만연했던 폭력의 실태 등 거대한 역사책에서 볼 수 없었던 흥미로운 ‘일상사’ 연구가 펼쳐진다.

제 얘기가 그렇게 음란한가요?
은하선 지음, 오월의봄 펴냄, 1만7500원
‘이기적 섹스’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은하선의 책. ‘섹스 칼럼니스트’라는 타이틀을 고집하는 이유, ‘반려가전’이라 일컫는 섹스토이 사업을 하면서 느낀 점, 클래식 음악계 내 성폭력, 악플과 괴롭힘 그리고 혐오에 대한 이야기, 채식과 폭력 등. ‘음란’과 ‘문란’이란 말 뒤에 숨은 사람들의 맨얼굴을 폭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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