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를 외국에 두고 있다. 대화 기록은 남지 않는다. ‘털릴 일 없는 보안 메신저’라 절대 잡히지도 않는다. 5년 전인 2019년 11월 한겨레의 심층 탐사보도 ‘텔레그램에 퍼지는 성착취’를 시작으로 텔레그램에서 유통되던 잔혹한 성착취 범죄들이 고발됐다. 그때 그 텔레그램 방에 있던 운영자, 관전자들은 광신도처럼 텔레그램의 보안성을 찬양했다.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었다. 마약상, 테러리스트, 피싱 범죄자들이 텔레그램으로 모여들었다. 전세계적인 ‘구전신화’였다.
하지만 ‘n번방’을 만들었던 ‘갓갓’ 문형욱과 유료 회원제로 ‘박사방’을 운영했던 조주빈은 결국 검거됐다. 문형욱은 34년 형, 조주빈은 42년 형을 선고받았다. 디지털 성범죄자의 통상적 양형 기준을 획기적으로 돌파한 기념비적 선고였다. 그들과 함께 범죄에 가담한 이들도 ‘범죄단체 조직원’으로 규정돼 중형을 선고받았다. ‘야동’ 또는 ‘음란물’로 뭉개져 불리던 잔혹 범죄의 이름은 이제 범죄 혐의와 가해/피해를 구분하는 ‘성착취물’로 명명이 바뀌었다.
가해자는 엄벌을 받았고, 단죄를 계기로 해당 행위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은 달라졌다. 이제 그런 협박 행위가 범죄라는 걸 누구도 모르지 않는다. 지금 10대들에게 “상대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동영상을 촬영하고 유포하면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지체 없이 “범죄”란 대답이 나올 것이다. 규범화, 마땅히 따르고 지켜야 할 사회적 가치판단의 기준은 분명 마련됐다. 일정한 진전을 이룬 셈이다. 그런데 왜 다시 ‘딥페이크’를 이용한 불법합성물 성범죄가 전염병처럼 창궐한 것일까. 무엇이 변하지 않았고, 어떤 부분만 달라졌기에 또 같은 돌부리에 걸려 실패하고 있는 것일까.
어렵게 한겨레21의 취재에 응한 딥페이크 불법합성물 성착취 협박 피해자 민지(가명·13)는 경기 남부권의 한 도시에 산다. 불법합성 사진을 뿌리겠다는 협박을 당한 2024년 4월11일이라는 날짜를 또렷하게 말한 민지는 그러나, 구체적인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말을 얼버무리곤 했다. 13살 민지가 아무리 그 날짜를 머릿속에서 파내려고 발버둥 쳐도 그 순간의 무서움은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된 듯했다. 어딘가에 내 사진이 떠돌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어서다.
관심을 받고 싶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들이 화근이 됐다. 또래 아이들이 흔히 그러는 것처럼 ‘필터’를 끼운 셀카를 올려 뽐냈고, 친구들과 시내에 나가 노는 사진을 올렸다. 잔뜩 꾸미거나 과장된 표정의 ‘네컷 사진’들을 올렸을 땐 특히 팔로우가 많이 늘었다. 인근 도시의 한 고등학교에 다닌다는 “2008년생 오빠”도 그런 민지의 사진을 보고 인스타 디엠(DM·디렉트 메시지)을 보내왔다. 올해 학기 초의 일이었다.
그 오빠는 “소통하고 지내자”며 “친해지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 프로필 사진이 깔끔하던 오빠였다. 몇 번 소소한 이야기가 담긴 DM을 주고받았다. “찾아오겠다” “조만간 만나자”고도 했다. 그러던 오빠가 4월11일 돌변했다. 민지가 올린 얼굴 사진들을 이상하게 만들어 보내며 “네 얼굴 알고 있고, 이상한 짓 했다고 주변에 다 뿌리기 전에 얼른 몸 사진을 보내라”는 메시지를 하루에 수십 통씩 보내왔다. 메시지 속에는 여러 이상한 사진들이 섞여 있었는데 “사진을 누르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아서 무서워 자세히 보지도 못했다.”
안 보면 “장난이다” 버틸 수 있는데 보게 되면 정말 끝이고 안 될 것 같았다. 메시지 확인을 안 하니 끈질기게 전화가 왔다. 많이 올 때는 하루에 수십 통씩 부재중 전화가 찍혔다. 지금까지도 무서워서 모르는 번호로 오는 전화는 아예 받질 못한다. 협박범에게서 다른 요구는 없었다. 오로지 “알몸 사진을 보내라”며 계속 사진을 보내고 협박했다. “학교를 알고 있으니 찾아오겠다”고 했고, 오늘 학교에 가질 않았다며 “잡으러 가겠다”고도 했다.
그날 이후 민지는 주변 어떤 어른에게도 협박당한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 엄마는 평소 인스타 DM을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모르는 사람과 인스타 DM을 하다 문제가 생겼다고 하면 혼날 게 뻔해 도저히 엄마에게 이 사실을 말할 수가 없었다. 중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상한 아이 취급을 당할 것 같아 선생님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주변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 채 메시지 확인을 않고 전화도 받지 않으며 제발 아무 일 없이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렸다. 3주 동안 집요하게 이어진 협박은 민지가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자 점차 잦아들다가 20여 일 뒤 끊어졌다.
그 시간 동안 민지는 가장 가까운 친구 한 명에게만 협박당한 사실을 말했다. 협박이 시작된 이후 두 달간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끊은 채 학교와 집만 오가며 버텼다. 자주 두려움에 온몸이 떨리고, 종종 그게 자기혐오로 이어졌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나’ 세상이 다 싫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나마 친구가 “괜찮다”고 해주어 견딜 수 있었다. 민지는 “다행히 아직 친구 중에 다른 피해자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지의 문제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이다. 이 현실은 인공지능(AI)의 심층 학습 과정을 말하는 딥 러닝(deep learning)과 거짓을 의미하는 페이크(fake)의 합성어인 ‘딥페이크’라는 기술중립적 용어로는 적확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불법합성 기술은 너무 짧은 시간 만에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술로 상용화했다. 한겨레가 ‘텔레그램에 퍼지는 성착취’를 취재하던 2019년만 해도 인공지능을 활용하거나 이른바 ‘봇’을 활용한 불법합성물 자동 생성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5년 전에는 수작업으로 이뤄지던 불법합성 성착취물 범죄가 딥페이크 기술이라는 새로운 통로를 찾아 움직였고, 불법합성물을 만들라고 개발된 기술이 아니었을 그 기술은 불행히도 범죄를 수월하게 만들었다. 누구나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시대, 강력한 범죄 동기가 기술적 돌파구를 활용하면 어떤 사회적 재난이 발생하는지 모두가 실시간으로 목격하는 중이다.
‘엑스’(X, 옛 트위터)에 들어가 ‘#지인능욕 #지인합사 #겹지인’ 등의 키워드를 검색만 하면, 몰랐거나 회피했던 이 사회적 재난 현장을 쉽게 볼 수 있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익명으로 위장한 범죄자들은 쉴 새 없이 참혹한 범죄를 대수롭지 않은 일인 것처럼 떠든다. 범죄 모의가 이렇듯 아무렇게나 하면 되는 행위로 취급되는 모습은 대담함이라기보다는 그 자체로 사법의 무력화다. 그들은 한국의 수사기관이 이 정도 행위를 일일이 추적해 엄벌하진 않는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 확신은 다른 말로 쓰면, 그 세계에 입장하지 않은 대다수 동료 시민들의 정신적 고통일 것이다.
불법합성 성착취 범죄자들은 은밀하고 폐쇄적으로 웅크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를 향해 대차게 메시지를 뿜으며 경쟁한다. 이미 저지른 범죄의 조각들을 널어 과시하며 활개를 친다. 자기소개를 ‘협박플, 신상플 15년 경력’이란 범죄 고백으로 대체한 어떤 가해자는 ‘교회× 정보교환 할 사람. 능욕, 합성 제대로 할 사람’을 공공연히 모집하고 있었다. 우수수 댓글이 달렸고, 댓글을 단 또 다른 가해자는 ‘지인 약점 찾아서 노예 만들고 싶은 사람’을 찾으며 본인 계정으로 유도했다.
그나마 엑스라는 플랫폼이 범죄를 과시하되 결과물은 적당히 숨겨놓는 곳이라면, 텔레그램과 인스타그램은 그야말로 범죄의 현장이다. 엑스가 누군가들을 범죄로 끌어당기는 ‘미끼’ 플랫폼이라면, 텔레그램이나 인스타그램은 ‘타깃’이 된 피해자에게 집단범죄를 저지르는 행위를 ‘관전’하는 플랫폼이다. ‘n번방’과 ‘박사방’이 그랬던 것처럼 텔레그램에서 이들은 범죄의 결과를 순환시키며 악의 규모를 키워간다.
특히, 주목할 것은 5년 전 조주빈을 정점으로 만들어졌던 디지털 성착취 범죄의 벼슬 품계가 아예 ‘서열방’이란 이름으로 텔레그램에서 이뤄지는 성착취의 기본값으로 굳어진 모습이었다. 불법합성물을 유통하는 텔레그램 채팅방들은 대개 입장과 동시에 특정한 ‘계급’을 부여했다. 조주빈이 운영했던 박사방의 방식이다. 높은 계급이 되면 더 많은 성착취물과 불법합성물을 볼 수 있다. 계급 상승을 하려면 새로운 범죄의 결과를 제시해 인증받거나, 범죄의 대상이 되는 피해자를 물색해 제공해야 한다. 그 둘도 할 수 없다면 돈을 지불해야 한다. 지인을 능욕하는 방이라면 ‘여자친구, 가족, 선생님, 동료’ 등 조건에 맞는 지인 피해자를 늘려가야 한다. ‘겹지인’이란 괴이한 신조어는 이 착란적인 세계가 얼마나 타락한 윤리 감각을 지녔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함께하는 알고 있는 이를 같이 욕보여 능욕의 재미를 배가시키겠다는 의미망 속에서 탄생한 말이다.
서열방들은 사진이나 영상을 더 많이 인증해 계급을 높이기 위해 ‘신체검사’ 등으로 불리는 수법을 쓰는 방도 많았다. 서열에 따라 낮은 계급의 참가자들에게 불법합성물을 상납받거나, 알몸 사진 인증을 요구하는 식이다.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참여 여부로 신분 상승의 기회가 주어진다. 이런 방은 개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고, 때와 조건에 따라 폭파하고 또 생성된다. 한쪽에선 새로 생겨난 방들의 주소를 제공하는 이른바 ‘링크 공유방’이 별도의 생태계를 꾸리고 있다. 학교별, 지역별, 지인별로 구성된 불법합성물 유통 세계의 발견은 그래서 지옥의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된 끝 모를 연옥이다.
이 연옥의 시작에 대해 문화평론가 손희정은 “성착취의 자본화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손희정 평론가는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불법합성물 유통은 성착취물 시장이 규모와 운영 측면에서 모두 산업화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n번방이나 박사방은 돈을 벌기 위한 목적보다는 군림하고 싶다는 특정 개인의 욕망이 발현된 것이었는데, 최근 불법합성물 유통은 성착취물을 매개로 돈을 버는 조직이 있고, 중독경제 안에 있는 개인들이 다단계 형태로 참여하며 체계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딥페이크 불법합성 성착취물 사건은 ‘ n번방’과 ‘박사방’ 사건 이후 5년, 우리가 맞이한 극악한 ‘사이버 재난’ 상황의 다른 이름이다. 분명 이런 범죄에 대한 사회적 대응에 진전을 이뤘다고 믿었는데 어쩌다 다시 재난 상황에 처한 것일까. 이 재난은 정말 막을 수 없던 것이었을까. 어쩌면 기회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텔레그램을 중심으로 지인을 능욕하는 딥페이크 불법합성물 범죄가 만연하다는 것은 5년 전 ‘ n번방’과 ‘박사방’ 보도가 있었던 당시에도 이미 고발된 문제다. 당시 한겨레 취재에 응했던 한 청소년 상담센터 상담사는 “도박에 빠진 10대들이 돈을 만들기 위해 엄마를 촬영한 영상을 팔고 딥페이크물을 만든다”고 했다. 2019년에 이미,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는 불법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같은 학교에 다니는 여자친구들 사진으로 불법합성물을 만들어 팔다 적발돼 강제 전학을 간 학생이 있었고,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선 도박 자금을 구하려고 여자친구 불법합성물을 만들어 팔다 구속된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그 문제를 직시하지 못했다. 그때 가장 경계했어야 하는 태도는 ‘갓갓’ 문형욱과 ‘박사’ 조주빈을 ‘유이하고 절대적인 악마’로 규정해 그들을 단죄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듯한 착시를 일으키지 말았어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수사기관과 언론은 그런 착시에 주목하면서 일정 정도 책임을 진 뒤 상황을 방치해버렸다. 문형욱과 조주빈에 대한 양형을 높이고 치열하게 엄벌주의를 관철해가는 동안 안타깝게도 그 방에 있던 수만, 수십만의 관전자들에 대해 균등한 처벌을 내릴 시간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단 한 번도 성범죄에 대해 엄벌주의를 실현해본 적 없는 사법 체계에서 유의미한 진전을 이룬 것이었지만, 범죄에 가담한 이들을 모두 확실히 처벌하는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잠시 위축됐던 가해자들은 기술적 돌파구를 찾았다.
수사 당국은 여기에 속수무책이다. 건국 이래 최대 성착취물 사건을 해결했지만, 그 영웅담 뒤에 디지털 성범죄 예방에 실효적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시간이 쌓였다. 이에 대해 국가수사본부에서 근무하는 한 수사관은 “특정 시기, 경찰 조직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조주빈과 문형욱을 검거했지만, 여전히 글로벌 플랫폼에 대한 국제 공조수사는 이른바 ‘건 바이 건’에 따라 개인기로 풀 수밖에 없다”며 “사이버 성범죄와 마약 유통의 경우, 특히 최신 기술에 대처할 수사법 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잠복과 주변 수사라는 관행에 여전히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신호도 퇴행적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하며 법무부 산하 ‘디지털 성범죄 태스크포스(TF)’를 사실상 해체했다. 당시 태스크포스는 디지털 성범죄 대응 컨트롤타워로 활동하며 디지털 성범죄 예방, 피해 회복을 위한 법률 재개정 작업을 주도했지만 이후 흐지부지됐다. 최근 당정이 딥페이크 불법합성물 범죄에 대해 연일 현안 회의를 열고 대책을 발표하지만, 편성된 예산을 보면 정부의 의지가 얼마나 임기응변인지 알 수 있다. 정부가 제출한 2025년도 예산에서 ‘디지털 성범죄 피해 대응 예산’은 8억4천여 만원으로, 12억3천여 만원이던 올해보다 31.5%나 감액됐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운영하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2025년도 예산 역시 올해보다 6.5%가 삭감된 137억3천여 만원으로 편성됐다. 여성가족부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예방 조처와 교육 그리고 사회적 캠페인을 총괄해야 하는 부처이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여가부 역할과 관련한 논의는 사실상 ‘폐지 논란’ 외에 없는 실정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일선 학교 학생들에게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불법합성 및 게시 행위) 금지’ 긴급 스쿨벨을 발송한 게 2024년 8월28일이었다. 두 명의 중학생이 각자도생을 해야 한다며 자발적으로 ‘딥페이크 피해 학교 지도’를 선보인 다음날이었다. 27일에 이미 이곳에 588건의 피해 신고 접수가 이뤄졌는데, 교육청의 대처는 이보다 하루 늦었다. 이 문제에 관한 정부 부처의 공조, 손발이 전혀 유기적이지 못한 실정이다. 여론의 주목 이후 경찰이 ‘숫자’로 포장된 딥페이크 불법합성물 범죄자 검거 실적을 발표하고 있지만, 빙산의 조각은 빙산이 아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학교 안 불법합성물(딥페이크) 성범죄 실태조사’에 착수한 결과, 이틀 만에 학교 내 불법합성 성착취물이 총 2492건 신고됐고, 직간접 피해자는 517명(교사 204명, 학생 304명, 교직원 9명)에 이른다고 8월29일 밝혔다. 실태조사에 응한 응답자 62.3%는 수사를 불신했고, 76.4%는 ‘범정부 차원의 유포 영상 삭제 지원’이 최우선 과제라고 응답했다. 이 상황이야말로 전 국민에게 전해져야 할 ‘재난문자’의 내용이 아닐까.
불법합성물 협박 피해자 민지가 한겨레21과 전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한 말은 이랬다. “제 상황에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른한테는 아예 말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범죄자들을 악마화하는 여론의 소용돌이 시간이 지나면 민지와 같은 수많은 피해자는 또 방치되고, 불법합성물을 만드는 가해자들의 세계는 또 다른 은신처를 찾아 이동할 것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처벌을 넘어서 다른 사람의 신체를 대상화하는 범죄의 심각성에 대해 교육하고 캠페인을 벌이는 사회적 대책을 실행할 수 있을까. 어른과 사회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린 민지에게 ‘우리들은’ 구원이 될 수 있을까.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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