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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는 살 수 없어

자본주의 넘어선 삶의 방식 <커먼즈란 무엇인가> <예술과 공통장>
등록 2024-02-16 19:03 수정 2024-02-21 10:55
경의선공유지는 한국 최초로 ‘커먼즈’를 전면에 내걸고 벌어진 커먼즈 운동이었다. 2016년, 서울 공덕역 1번 출구 부근의 공터(국공유지)를 시민의 공유지, 모두의 커먼즈로 선언했다. 이곳에 철거민, 활동가, 예술가, 연구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유화된 도시를 커먼즈로 되돌리려는 시도를 했다. 빨간소금 제공

경의선공유지는 한국 최초로 ‘커먼즈’를 전면에 내걸고 벌어진 커먼즈 운동이었다. 2016년, 서울 공덕역 1번 출구 부근의 공터(국공유지)를 시민의 공유지, 모두의 커먼즈로 선언했다. 이곳에 철거민, 활동가, 예술가, 연구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유화된 도시를 커먼즈로 되돌리려는 시도를 했다. 빨간소금 제공


최근 인문사회과학계에서 가장 뜨거운 연구 주제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모든 존재는 서로 얽혀 있으며 타자에게 기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상호의존과 연결성. 철학자 안토니오 네그리는 “너와 내가 무언가 함께할 때 만들어지는 것”을 ‘공통적인 것’(the common)이라고 했다. 버섯과 인간의 얽힘을 추적한 인류학자 애나 칭은 다양한 생물종이 겹치고 교란되는 오염되는 패치들, 복수의 세계를 말했다. 페미니스트 생물학자이자 철학자인 도나 해러웨이는 ‘실뜨기’야말로 무수한 패턴 속에서 세계를 짓는 공통의 원리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서로 침투하고 스미는 존재들이다.

<커먼즈란 무엇인가>(한디디 지음, 빨간소금 펴냄)는 ‘커먼즈’와 ‘프레카리아트’(불안정한 노동자 계급을 뜻하는 합성어)라는 열쇳말로 동아시아 도시 운동 현장에 참여해 연구해온 저자(본명 한경애)가 쓴 커먼즈 이론과 담론의 지도다. 커먼즈란 공유지, 공유재, 공동자원 같은 단어로 번역되는데 ,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를 넘어선 삶의 방식을 구상하는 전환의 패러다임을 가리킨다.

저자는 우선 근대적 이분법에 따른 인식론이 얼마나 우리 삶을 왜곡해왔는지 살핀다. 수평적이고 평화로운 호혜적 관계가 아니라 위계적 관계에서 물고 뜯기며 공통의 것을 없애고 독식하려는 의지가 인간의 본능이 아니라는 점을 상세히 설명한다. 근대 이후 이분법적 아이디어와 자본주의적인 화폐시스템에서 벗어난 새로운 커먼즈의 현장도 보여준다. 커먼즈의 세계는 관념적인 유토피아가 아니라 실제 우리가 만드는 세계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인클로저(울타리 치기) 시기에 벌어진 마녀사냥은 결국 자본주의 시초 축적(자본의 본원적 축적)을 위한 과정이었다든지, ‘공유지의 비극’은 사실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는 점 등을 보여주며 주류 경제학자들의 주장을 혁파하는 부분을 읽는 것도 꽤 재미를 준다.

예술가들이 점거한 공간, ‘스쾃’ 등 공동의 터전에서 예술을 추구하고 상호 부조하는 관계를 만들어내는 문화 현상을 설명하는 <예술과 공통장>(권범철 지음, 갈무리 펴냄)과 함께 읽으면 금상첨화.

(왼쪽부터) <커먼즈란 무엇인가>, 한디디 지음, 빨간소금 펴냄, 1만7천원 / <예술과 공통장>, 권범철 지음, 갈무리 펴냄, 2만5천원

(왼쪽부터) <커먼즈란 무엇인가>, 한디디 지음, 빨간소금 펴냄, 1만7천원 / <예술과 공통장>, 권범철 지음, 갈무리 펴냄, 2만5천원


이유진 선임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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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겸 산림 교육 전문가 강재훈이 사진 찍고 글로 쓴 나무 이야기. 30년 이상 신문사 사진기자로 근무하던 저자는 전국의 분교를 찾아 사진을 찍고 그곳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양한 나무들과도 친구가 됐다. 한결같이 서 있다가 인간의 탐욕 때문에 베어지고 뽑힌 나무 등 인상적인 사진과 단단한 이야기가 풍성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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