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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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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 집게 가까이서 일하다 사망한 30대 노동자

50명 미만 사업장서 사망사고로 중대재해법 첫 적용
‘집게 동선 내 사람 출입 금지’ 왜 안 지켜졌나 수사
등록 2024-02-02 21:25 수정 2024-02-02 22:37
산업재해·재난 피해자 유가족과 종교·인권·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2023년 1월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4.16연대 강당에서 정부와 재계의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시도에 반대하며 엄정한 법 집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앞서 산재 사망자 등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한겨레>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산업재해·재난 피해자 유가족과 종교·인권·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2023년 1월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4.16연대 강당에서 정부와 재계의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시도에 반대하며 엄정한 법 집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앞서 산재 사망자 등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한겨레>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50명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처음 적용된다. 2024년 1월31일 오전 9시께 부산시 기장군의 폐알루미늄 수거·처리 업체 노동자 ㄱ(37)씨가 폐기물 하차 작업을 돕던 중 사고로 숨졌다. 직원 10명 규모 업체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폐기물 하역은 5t 트럭(집게차)에 실린 폐기물을 운전자가 대형 집게로 집어 옮기는 작업이다. 이때 사업주는 집게가 움직이는 범위 안으로 사람이 들어가지 않게 해야 한다. 노동자 신체가 기계에 부딪히거나 끼일 위험이 있어서다. 그러나 실제로는 집게로 잘 안 집히는 폐기물을 줍거나 한쪽으로 모으는 등의 이유로 집게 이동 반경 안에 노동자가 들어가게 두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고 당시 ㄱ씨도 집게가 좌우로 움직이는 반경 안에 있었다. 그는 폐기물이 들어 있는 트럭 위로 올라섰다가 집게가 옆으로 움직이면서 집게 지지대와 트럭 사이에 가슴 부위가 끼였다. 경찰은 운전자가 ㄱ씨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 채 집게를 운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위로 돌출된 집게 지지대 때문에 운전석 시야가 제한됐을 가능성이 있다. ㄱ씨 는 사고 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고용노동부가 발행한 ‘중소기업을 위한 안전보건관리 자율점검표(폐기물 수집·운반·처리 및 원료재생업 편)’를 보면 집게차 작업 반경 안으로 노동자가 출입해선 안 되며, 작업 도중 집게차 몸체를 급격히 회전시키거나 관절 굴절 동작을 해선 안 된다. 고용노동부는 이 회사가 평소에도 노동자를 기계 가까이 출입하게 했는지, 작업장의 사고 위험 요인을 제대로 알고 관리했는지 파악 중이다.

이 업체는 직원 10명 규모의 영세한 사업체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에 더해 중대재해처벌법도 함께 적용된다. 2022년 1월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4년 1월27일부터 5명 이상 50명 미만 사업장에 확대 적용됐다.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던 수준을 넘어 그 위반 행위가 반복적이고 고의적인지, 시정하려는 노력이 있었는지 함께 수사할 수 있다.

사고 현장을 둘러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현장 자체가 협소하고 위험해 보이는데도 위험에 대한 안전보건조치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전형적인 재래형 사고”라고 진단했다. 그는 고철 상하차 관련 작업 일체에 작업 중지를 명령하고 해당 사업장의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수사하라고 수사관들에게 지시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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