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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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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가 휩쓸고 간 자리 새싹 움트고 있지만…

경북 의성 화재 현장 직접 찾은 시민들, 비극 되풀이하지 않을 방법 없을까
등록 2025-04-25 14:05 수정 2025-04-27 07:22
2025년 4월19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산불 피해 현장. 오랫동안 숲 가꾸기(솎아베기) 사업으로 베어진 싸리나무 뿌리에서 새 가지들이 돋아나고 있다. 김양진 기자

2025년 4월19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산불 피해 현장. 오랫동안 숲 가꾸기(솎아베기) 사업으로 베어진 싸리나무 뿌리에서 새 가지들이 돋아나고 있다. 김양진 기자


 

2025년 4월19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산불 피해 현장. ‘산림피해 회복과 산림관리 전환을 위한 시민모임’이 주최한 제1차 현장 설명회에 시민 19명이 참여했다. 김양진 기자

2025년 4월19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산불 피해 현장. ‘산림피해 회복과 산림관리 전환을 위한 시민모임’이 주최한 제1차 현장 설명회에 시민 19명이 참여했다. 김양진 기자


 

코를 땅에 박고 꼬꾸라진 멧돼지가 눈을 감고 있었다. 불길이 덮친 그날의 다급함을 뼈저리게 전해줬다. 몸길이 120㎝가량, 살갗 군데군데가 빨갛게 벗겨져 있었다. 2025년 4월19일 경북 의성군 점곡면 동변마을 뒷산(해발고도 432m 생해봉) 포장도로(임도) 바로 옆이다. 차가운 물이 담뿍 담겨 있는 점곡저수지까지 불과 270m. 인명피해 82명(사망 31명)을 비롯해 온갖 생명을 품었던 산과 들 10만4천㏊(4월18일 산림청 발표 기준)를 앗아간 ‘2025년 3월 산불’이 남긴 참혹한 흔적이다. 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대참사가 벌어졌을까. ‘숫자들’만으로는 알 수 없는 실상을 두 눈으로 확인하려고 각지에서 시민 19명이 모였다.

 

2025년 4월19일 경북 의성군 점곡면 점곡저수지 주변 산불 피해 현장. 소나무 단순림에서 일어난 비화(飛火)로 우듬지까지 까맣게 불탄 영역과 수간화(樹幹火·서 있는 나무의 줄기를 태우는 산불)에 그친 갈색 영역, 활엽수 중심의 파릇파릇한 영역이 뚜렷하게 구분된다. 지리산사람들 제공

2025년 4월19일 경북 의성군 점곡면 점곡저수지 주변 산불 피해 현장. 소나무 단순림에서 일어난 비화(飛火)로 우듬지까지 까맣게 불탄 영역과 수간화(樹幹火·서 있는 나무의 줄기를 태우는 산불)에 그친 갈색 영역, 활엽수 중심의 파릇파릇한 영역이 뚜렷하게 구분된다. 지리산사람들 제공


숫자만으론 알 수 없는 참혹함

이들은 ‘산림피해 회복과 산림관리 전환을 위한 시민모임’(산불시민모임)이 개최한 ‘제1차 현장 설명회’에 참여한 사람이다. 의성군 산불 피해 주민들도 함께했다. “뉴스를 보면서 산불이 난 산에 있는 동물들이나 생명체들은 어떻게 됐을지 궁금하고 걱정됐어요. 그래서 여기 왔는데, 이렇게….”(권세라씨)

산불시민모임은 이번 산불을 계기로 불교환경연대, 경남·대구·안동환경운동연합, 서울환경연합 등 61개 시민단체가 참여해 4월17일 발족했다.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전문위원은 “대형산불이 날 때마다 산림 구조 문제가 제기됐지만 사회 공론화는 부족했고, 정부 정책은 바뀌지 않았다”며 “대형산불을 불러온 산림청에 책임을 묻는 최초 행보”라고 말했다.

산비탈에는 듬성듬성 남은 소나무 단순림이 우듬지(수관)까지 까맣게 타버린 채 서 있었다. 20년 이상 숲 가꾸기 사업(솎아베기)이 이뤄진 지역이다. 가로세로 20m에 소나무 12그루만 남기고 떨기나무나 덩굴 등을 모두 베어버린 결과다. “산불이 났을 때 가장 중요한 건 시간 벌기예요. 사람이 대피할 수 있는 시간과 비가 내릴 시간을 벌어주기 때문이에요. 하층·중층 식생이 남아 있으면 불이 빨리 번지지 못하고 위로 솟구칠 수 없어요. 하지만 이렇게 소나무 단순림으로 인위적으로 관리된 숲에선 불이 빠르게 날아다니면서 계속 이동합니다. 최악이라 할 수 있죠.” 이날 현장 설명회를 이끈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가 경북 지역 산불 피해를 촬영한 유럽우주국 위성사진을 펴며 말했다. 산불이 옮겨붙는 속도가 산불 진화의 관건이라는 건 이번 산불에서도 확인됐다. 의성에서 영덕까지 78㎞ 거리에 이르는 지역이 불과 12시간 만에 급속도로 불에 탔다.

어떤 식물들이 그 산에 살아가는지를 말하는 산림 구조가 산불 피해 정도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라는 사실이, 이날 걸으면서 또한 현장에서 띄운 드론 사진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뚜렷하게 다른 색상이 한눈에 들어왔다. 소나무·리기다소나무 등 침엽수 중심 숲은 우듬지까지 새까만 숲으로 변해 있었다. 하층 식생이 일부 남아 있는 곳은 소나무 몸통(수간)까지만 피해를 보아 솔잎이 변색한 갈색 숲이었고, 활엽수 중심의 숲은 별 피해 없이 햇잎을 막 틔웠거나 틔우려는 하얗거나 연한 초록빛을 띠고 있었다.

 

2025년 4월19일 경북 의성군 점곡면 점곡저수지 주변 산불 피해 현장. 지리산사람들 제공

2025년 4월19일 경북 의성군 점곡면 점곡저수지 주변 산불 피해 현장. 지리산사람들 제공


산불 진화의 관건은 산림 구조인데…

산불 확산 원인을 어디서 찾는지는 피해 주민의 지원 규모도 결정한다. 대한변호사협회 생명존중재난안전특별위원회 위원장인 황필규 변호사(공감)는 “그간 대형산불에 대한 정부의 계획과 대응 매뉴얼이 적절했는지, 제대로 가동했는지, 감독 책임은 없는지 등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진상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 책임이 없다는 전제하에 피해 주민에 대한 지원은 시혜적인 조치로만 이뤄졌다. 회복을 전제로 한 지원이나 보상은 전혀 아니었다”며 “이번 산불이 특별하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많은 사망자가 날 수밖에 없었는지 케이스 하나하나를 살펴보는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림청이 산불영향구역을 3월28일 이후 4만8천㏊로 공표하다, 20일 뒤인 4월18일이 돼서야 2배 이상인 10만4천㏊라고 정정한 사실도 논란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산불영향구역’은 진화에 초점을 맞춘 면적으로 피해면적과는 다르다. 진화 후 피해면적을 정확하게 계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럽우주국 위성자료(산림청도 활용 중인 정보) 등을 바탕으로 3월29일부터 이번 산불의 피해 규모를 “10만㏊ 이상”이라고 주장해온 홍석환 교수는 “진화 목적으로 잡은 면적이었다면 더 넓게 잡고 대응하는 것이 상식이다. 이번 진화작전이 계획 단계부터 엉터리였다는 의미가 된다. (산림청이 계산한) 4만㏊ 밖에 있는 주민들에 대해 적절히 대피명령을 했는지, 진화대를 투입해 재산보호를 했는지 등도 정확히 밝혀야 한다. 이번 산불 대응 실패는 정부의 무능한 행위가 원인으로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4월22일 국회에 제출된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산림복구 정책 방향을 보면 이미 현 정부는 이번 산불 확산을 ‘불가항력적인 재해’로 규정했음을 알 수 있다. 추경안을 보면 산불 추가 복구, 여름철 집중호우 대응 등 예비비(1조4천억원)를 비롯해 긴급벌채(1740억원), 임도 확장(1008억원) 등 기존 산림정책을 지지하는 예산이 대거 편성됐다. △재개발식 대규모 벌채와 조림 △임도·사방댐 건설과 같은 토목공사 △장비 도입 등과 같이 앞선 대형산불 때와 똑같은 패턴을 이어가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주택 복구 및 저리 대출 지원 등은 8600억원이다.


이번 산불로 주택 4354채, 전업시설 3675채 등 8792채의 시설 피해가 집계됐다. 하지만 주택 복구비용으로 전소시 한 채당 3600만원 정도가 지원될 뿐이다. 산불 피해를 본 농업시설이나 농기계, 농작물 등에 대한 중앙정부 지원은 없다. 각 시·군에 문의해보니 이번 산불로 긴급벌채는 1977㏊(경북 1947㏊)가 예정돼 있다. 2022년 울진·삼척 산불 때 긴급벌채 규모(622㏊)의 3배다. ㏊당 벌채비용만 3170만원이 투입되고, 복구 후 정비비와 조림비(각각 1500만원)가 추가로 투입된다. 점곡면 주민 장정희씨는 “집이 몽땅 타도 3600만원이고 나머지는 대출 지원을 해준다는 건데, 이런 막막한 상황에서 당장 살 곳도 막막한 사람들을 두고 그 많은 국가 예산을 산림복구에 쓴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동시 길안면 고향집이 전소된 공원국 작가도 “산불로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사실상 파산 상태에 빠진다. 숲은 그냥 둬도 저절로 회복하고 오히려 조림했을 때 회복이 더뎌진다. 그럼에도 산에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 벌목·조림을 한다는 건 국고를 너무나도 우습게 아는 것이며 사람을 짐승 취급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5년 4월19일 경북 의성군 점곡면 점곡저수지 주변 산불 피해 현장. 소나무 단순림에서 일어난 비화(飛火)로 우듬지까지 까맣게 불탄 영역과 수간화(樹幹火·서 있는 나무의 줄기를 태우는 산불)에 그친 갈색 영역, 활엽수 중심의 파릇파릇한 영역이 뚜렷하게 구분된다. 지리산사람들 제공

2025년 4월19일 경북 의성군 점곡면 점곡저수지 주변 산불 피해 현장. 소나무 단순림에서 일어난 비화(飛火)로 우듬지까지 까맣게 불탄 영역과 수간화(樹幹火·서 있는 나무의 줄기를 태우는 산불)에 그친 갈색 영역, 활엽수 중심의 파릇파릇한 영역이 뚜렷하게 구분된다. 지리산사람들 제공


터무니없이 적은 주민 피해 지원 예산

“얼마 전 농협에서 연락받았어요. 담보물이 사라져서 대출을 일시상환하라고 하더라고요.” 점곡면 주민 최기철씨가 말을 꺼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 2008년 귀농한 최씨는 17년간 일궈온 집과 창고, 그리고 농기계와 화물차, 과수원을 이번 산불로 모두 잃었다. 농가주택개량 사업, 후계농업자금 등 명목으로 대출받은 2억5천만원으로 집과 창고를 짓고 농협에 집·창고를 담보물로 제공한 상황이었다. 담보물인 집·창고가 산불에 소실됐으니 대출금을 갚으라는 요구였다.

“농기계에, 사과나무 600그루까지, 이번 산불로 5억원 정도 피해를 봤어요. 정부 지원은 주택복구비 3600만원이 전부더라고요. 여기저기 알아보니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금융 상환이 2년까지 유예된다고 해요. 그런데 지금 사과 묘목을 사다 심어도 수확은 5년 뒤에야 가능합니다. 그때 가서 2억5천만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농가 어려움에 대해서는 행정 여력이 없나봅니다. 정부가 ‘복구’라는 말을 쓰는데 ‘복구’는 원래 있는 상태가 되는 거잖아요. ‘복구’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허술합니다. 답답합니다.” 최씨가 말했다.

막대한 정부 예산이 특정 산림업체들에 흘러들어 간다는 의혹도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산림개발업체 운영자 ㄱ씨는 이렇게 말했다. “안타깝게 산불이 나면 산림업 쪽 사람들은 돈 잔치를 벌입니다. 벌써 벌목공 구하는 공고들이 떠요. 평소엔 일당 25만원 정도인데, 40만원을 준다고 하면서 구하고 있죠. 그래도 많이 남아요. 벌채비용만 봐도 1㏊당 벌채비용이 평소엔 600만~650만원 정도지만 산불이 나면 5~6배 정도(3170만원) 뛰어요. 작업이 어렵다는 이유인데, 현장에 물어보세요. 큰 차이 안 납니다. 게다가 100% 국비예요. 복구 전 과정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지고, 산림조합이 도맡아 하기 때문에 경쟁도 없습니다.”

이에 대해 산림청 관계자는 “(긴급벌채 단가가 높은 건) 난이도가 높은데다 운반 작업이 곧바로 이어지기 때문”이라며 “산림자원법에 따라 수의계약을 하는 건 맞지만 산림조합과 꼭 계약해야 하는 건 아니다. 다만 규모가 큰 곳이 산림조합밖에 없는 건 사실이다. 언제 일어날지 모를 재난 때문에 (산림업계) 규모를 무작정 키우도록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고 말했다.

이날 산불시민모임은 임도를 따라 등운산(532m, 의성군 단촌면) 정상 부근 큰 바위들이 드러나 있는 한 봉우리에 올랐다. 이 깊숙한 산속까지 알뜰하게 솎아베기가 돼 있었다. 바윗덩어리가 열기로 터져 얼룩덜룩해져 있었다. 살짝 손을 대자 바윗돌이 쩍 하고 갈라졌다. “소나무 단순림에서 산불이 났을 때 온도는 1천도 이상”(홍석환 교수)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강한 불길이 일었을 땐 헬기 접근도, 진화 차량의 임도 진입도 불가능하다. 실제로 산불 확산이 가장 컸던 3월25일 산림청은 헬기 착륙과 진화대원 철수를 지시했다. 헬기와 임도의 ‘대형산불 무용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대부분의 시민은 현장에 와보지도 못하고 충분한 정보도 얻을 수 없는 상황이에요. 그런데 정부는 국민에게 장단점을 제시하지 않고 ‘임도가 필요하다’는 일방적인 주장을 계속했습니다. 언론도 남의 일 얘기하듯 모호한 방향의 정보만 전달해요. 현장을 직접 보는 이런 모임이 많아졌으면 합니다.”(정소은씨) “그동안 산불이나 산림 복구 정책이 경제성장 위주로 결정돼왔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기후위기 시대로 생물다양성·생태에 근거해 우리 생활방식을 최대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윤석열 탄핵 때 응집됐던 힘이 산불 문제에서도 발휘됐으면 해요.”(박지현씨)

 

2025년 4월19일 경북 의성군 점곡면 산불 피해 현장. 오랫동안 숲 가꾸기(솎아베기) 사업으로 베어진 활엽수 밑동에서 새 가지들이 돋아나고 있다. 김양진 기자

2025년 4월19일 경북 의성군 점곡면 산불 피해 현장. 오랫동안 숲 가꾸기(솎아베기) 사업으로 베어진 활엽수 밑동에서 새 가지들이 돋아나고 있다. 김양진 기자


 

2025년 4월19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산불 피해현장. 1천도 이상 올라간 산불로 바윗돌들이 터져 얼룩덜룩해졌다. 이석우씨 제공

2025년 4월19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산불 피해현장. 1천도 이상 올라간 산불로 바윗돌들이 터져 얼룩덜룩해졌다. 이석우씨 제공


폐허에서 다시 싹트는 생명

하지만 절망의 공간에서도 생명은 꿈틀대고 있었다. 한쪽에서 꼬리가 긴 도마뱀류가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세 차례 이상 베어진 흔적이 있는 진달래 나무 밑동에는 새 가지가 돋아났다. 흙 밑 뿌리는 튼튼하다는 의미다. 싸리나무 새 가지들도 이미 한 뼘 가까이 올라와 있었다. 봄비를 맞아 초여름이면 1m 이상 자라나, 산불로 불안정해진 토양을 단단하게 잡아줄 것이다. 하산 길엔 냇물을 마시는 고라니 한 마리와 마주했다. 모두 ‘산림 복구’라는 이름으로 중장비가 누비고 다니면 사라질지 모를, 이 산의 원주인들이다.

앞서 경남 산청·하동 산불 현장을 답사하고 이날 현장 설명회에 함께한 정정환 지리산사람들 운영위원은 “지리산 국립공원 쪽은 하층으로만 불이 지나가서 피해를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층으로 지나갈 불을 소나무 위주로 가꾸다보니 불이 날아다니면서 주택까지 피해를 준 게 명확하다”며 “비가 껐지 산림청이 산불을 끈 적이 없다. 산불을 통제한다는 생각으로 산림을 더 파괴하지 말고, 산불 방화선 구축 등 인명과 재산 피해를 막아내는 쪽으로 지금의 산불 대응 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대표는 이번 산불을 “사람에 의한 에코사이드(Ecocide)”라고 강조했다. “숲은 무수한 생명의 집이잖아요. 생명을 배려하기보다는 이해관계나 이득 여부가 복구 등 산림정책에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닌가 의심됩니다. 기존처럼 예산을 늘리는 식의 대응이 아니라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뼈를 깎는 전환을 이루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번 산불로 전소한 천년고찰 고운사는 이날 “거대한 망치로 부순 듯”(정소은씨)한 상태였다. 미혹한 세상에서 중생을 건져낸다는 ‘범종’은 쩍 갈라져 있었고, 주변에 소원을 비는 기왓장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2025년 4월19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 산불 피해 현장. 정소은씨 제공

2025년 4월19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 산불 피해 현장. 정소은씨 제공


 

2025년 4월19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 산불 피해 현장. 깨진 범종 주변으로 소원을 적은 기왓장들이 쌓여 있다. 정소은씨 제공

2025년 4월19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 산불 피해 현장. 깨진 범종 주변으로 소원을 적은 기왓장들이 쌓여 있다. 정소은씨 제공


“거대한 망치로 부순 듯”한 천년고찰

전날 고운사를 다녀간 천도 스님(언양 백련사 주지, 울산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이 말했다. “우리나라 본찰 규모 어느 사찰에 가도 주변 숲은 멋들어진 소나무만 남겨져 있어요. 3~4월이 되면 산림청에서 소나무 외 다른 나무들에 대해 ‘ 잡목 ’ 베기도 해줘요. 한옥은 정말 불에 타기 쉬운 소재죠. (고운사처럼) 깡그리 없어질 수 있잖아요. 스님들이 이런 부분을 좀 인지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굉장히 안타까워요.”

산불시민모임은 4월25일 제2차 현장 설명회(의성군 안평면)를 이어갔다.

의성(경북)=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2025년 4월19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산불 피해 현장. 오랫동안 숲 가꾸기(솎아베기) 사업으로 베어진 싸리나무 뿌리에서 새 가지들이 돋아나고 있다. 김양진 기자

2025년 4월19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산불 피해 현장. 오랫동안 숲 가꾸기(솎아베기) 사업으로 베어진 싸리나무 뿌리에서 새 가지들이 돋아나고 있다. 김양진 기자


 

2025년 4월19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 산불 피해 현장. 소원을 적은 기왓장들이 쌓여 있다. 정소은씨 제공

2025년 4월19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 산불 피해 현장. 소원을 적은 기왓장들이 쌓여 있다. 정소은씨 제공


 

2025년 4월19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 산불 피해 현장. 이석우씨 제공

2025년 4월19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 산불 피해 현장. 이석우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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