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 2012년 7월,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의 한 주상복합단지 건설현장.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당시 현장에 있던 형틀목수(콘크리트 부을 거푸집을 만들고 해체하는 일) 김윤영(57)씨도 이 소리를 들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사람이 바닥에 누워 있었다. 불과 조금 전에 함께 새참을 먹은 동료였다. 바닥에 누워 있는 동료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였다. 원청 관리부장이 신고부터 막았다. “일단 기다려봅시다. 잠시만 상황을 지켜봅시다.” 다들 선뜻 나서지 못했다. 윤영씨가 휴대전화를 꺼냈다. 119와 112에 차례로 전화를 걸었다. 동료는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나흘 뒤 끝내 숨을 거뒀다.
사고 직전 그 동료는 A동에서 B동으로 이동하기 위해 임시로 설치한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균형을 잡기 위해 의지할 것이라고는 로프가 유일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안전난간대를 설치해야 하지만 당시 안전난간은 없었다. 안전망도 없었다. 한두 시간만 투자하면 설치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원청은 유가족과 합의했다. 원청과 하청업체, 현장 팀장이 나눠서 4천만원을 지급했다. 그게 끝이었다. 한 건의 추락사고가 기록되지 않고 넘어갔다. 언론 보도도, 수사기관의 수사도 없었다.
이 사건 이후 윤영씨는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그러나 사고는 또 그의 곁에서 발생했다. 2019년 서울 여의도 ‘파크원' 공사현장에서 일할 때였다. 지하 공사를 하는데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웠다. 현장에 설치된 조명 간 거리가 너무 먼 탓이었다. 노조를 통해 여러 차례 얘기해도 바뀌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상 사업주는 통로에 75럭스(LUX) 이상의 채광 또는 조명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당시 현장의 조도는 50럭스 수준이었다. 램프 설치가 지지부진하던 어느 날 윤영씨의 동료 ㄱ씨가 바닥에 있던 쇠파이프를 미처 보지 못하고 밟았다. 입술이 터지고 얼굴을 크게 다쳤다. 조명이 더 설치된 것은 그 이후였다.
건설업은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업종 중 하나다. 2022년 12월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2022 산업재해 현황'을 보면 건설업 종사자 2만7432명이 사고재해를 당했다. 사고사망자 수는 402명으로 업종 중 가장 많았다. 2021년엔 417명이 사망했다. 함께 공개된 ‘2021년 산업재해 현황 분석' 보고서를 보면 좀더 자세한 이유를 알 수 있다. 2021년 발생한 2만6888건의 사고재해 중 8225건이 ‘떨어짐'으로 인한 사고였다. 사고사망자 417명 중 ‘떨어짐’으로 인한 사망은 248명이었다. 그해 노동부가 전국 건설현장 3545곳을 점검했는데 2448곳(69.1%)이 추락 방지를 위한 안전조치가 미비한 상태였다.
현장의 안전이 지켜지지 않는 건 공정 때문이다. 단지 1시간 혹은 30분, 10분의 작업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안전사항은 뒷순위로 밀린다. “한두 시간이 문제가 아니에요. 어떤 때는 10분, 20분 단축하려는 거예요. 그러다 다치죠.” 윤영씨가 말했다.
건설현장에서 과거부터 모두가 알면서도 꺼내지 못하는 문제가 안전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10년차 형틀목수 임영수씨는 현장의 안전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는 안전고리 같은 거 차면 쌍욕을 먹었어요. 지금도 안전고리 같은 거 차지 않는 곳은 전체 현장의 90%가 넘을 거예요. 최소한의 장비는 갖추고 해야 하는데 장비 자체가 없는 곳도 많아요. 큰 현장이나 이름 있는 곳엔 있어도, 지방이나 작은 현장에는 아직도 없어요.”
현장은 언제든 교체할 수 있는 ‘소모품’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 문제를 제기하면 바로 교체되는 구조인 탓이다. 이 일터에서는 ‘내일 나오지 말라’는 말이 가능했다. 윤영씨도 그 말을 들었다. “제일 무서운 말이 뭔지 아세요? 나오지 말라는 거예요. 건설현장은 죽지 않도록 내가 알아서 작업해야 해요. 못하겠다고 하면 팀을 빼고 다른 팀으로 바꾸니까요.” 현장에서 안전보다 중요한 것은 내일도 일할 수 있는 권리다. 내일은 나오지 말라는 ‘저승사자의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자신의 안전과 목숨은 스스로 ‘요령껏’ 챙겨야 했다고 건설노동자들은 말한다.
2012년 동료의 추락을 목격한 뒤에도 곧바로 노조에 가입하지 않았던 윤영씨가 노조에 가입한 계기는 ‘임금'이었다. ‘오야지’(일감 소개업자) 밑에서 일하는 목수는 보통 임금을 실제 일한 달로부터 두 달 정도 지나 받는다. 건설현장에선 이를 ‘쓰메끼리'(유보임금)라고 부른다. 노조 가입 전 매번 임금이 늦게 들어오는 것이 반복되면서 문득 불안감이 들었다. 주변에서 임금을 떼먹고 잠수 타는 일감 소개업자 사례를 듣다보니 불안감은 점차 커졌다.
“주변에서 당하는 사람을 많이 봤어요. 오야지 한 명이 현장 몇 군데를 잡고 있으면서 일을 시키고 임금을 주지 않고 잠수 타는 사례도 있었고요. 막상 수소문해서 찾아가보면 돈 없다고 배 째라고 해요. 노름으로 날렸거나. 누구도 도와주지 않아요. 소송을 통해 받아내려면 몇 달이 걸릴지도 모르고요.”
실제 2022년 고용노동부가 적발한 사건 중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한 건설업체 실경영자가 건설노동자 74명의 임금과 퇴직금 4억5144만원을 지급하지 않고 도주한 것이다. 결국 노동부에 적발된 박아무개(59)씨는 구속됐다. 박씨는 전국의 여러 현장에서 임금을 체불했다. 근로감독관의 출석요구만 수십 차례 있었지만 응하지 않았다. 전국에서 박씨 관련 임금체불 진정만 365건이었다.
문제는 이런 사례가 수없이 많다는 점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2022년 11월 건설업계 임금체불액이 2638억원이다. 2021년(2353억원) 대비 12.1% 늘어난 수치다. 아예 잠적해버리기도 하지만 막무가내로 식으로 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30년 동안 굴착기 기사로 일한 최창호(55)씨가 이런 경우에 당한 사례다. 그는 노조에 가입한 2011년께 2700만원 정도 임금을 받지 못했다. 업주가 도망친 것도 아니었다. 두 달 넘게 아무리 말해도 임금을 주지 않았다. 최씨는 혼자 해결하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노조에 이 사례를 알리자 사업주는 하루 만에 밀린 임금을 지급했다.
건설현장에서 임금체불보다 더 빈번하게 일어나는 문제는 이른바 ‘똥떼기’다. 똥떼기는 쉽게 말해 공사의 주체가 하청업체에서 다른 하청업체로 내려가면서 중간에 임금을 떼어가는 것을 말한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만연한 건설업계 특성상 처음 입찰에 나선 건설사부터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까지 돈이 내려오는 동안 중간에서 떼어가는 이가 너무나도 많다.
30년 동안 목수로 일한 김병구(59)씨는 똥떼기 이야기가 나오자 학을 뗐다. “하도급, 하도급, 하도급… 하도 많이 뜯기니까. 사 측에서 나오는 돈을 여기서 뜯어가고 저기서 뜯어가요. 회사가 잡아온 일감이 10만원이라고 해봐요. 그럼 현장에서 일하는 목수는 5만~6만원 받는 거예요.”
일용직 건설노동자를 현장에 연결해주는 인력사무소만 해도 소개비 명목으로 일당의 10%를 떼어간다. 그렇게 중간에서 하나씩 떼어가다보면 마지막에 남는 금액은 처참한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그 금액으로 공사를 진행하면 또 다른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2021년 붕괴사고가 일어난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 철거공사 현장이 대표적이다. 하도급이 이어지면서 3.3㎡당 28만원이던 공사비는 4만원까지 낮아졌다.(‘건설노조를 아무리 때려도 이 현실은 바뀌지 않아’ 기사 참조) 큰 회사가 작은 회사로, 작은 회사가 더 작은 회사로, 더 작은 회사가 개인에게, 개인이 다시 더 약한 개인에게 착취를 이어가는 구조다. 2023년 5월1일 경찰의 노조 표적 수사에 반발해 분신한 양회동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이 노조에 들어간 것도 이런 ‘똥떼기' 때문이었다.
안전과 임금에 관한 문제가 건설업계의 구조적 측면에서 시작됐다면 건설현장에서 비롯된 문제도 있다. 차별과 인권에 관련된 것들이다. 건설현장 하면 흔히 50·60대 남성 노동자의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청년·여성 건설노동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여성 건설노동자 수는 2021년 기준 약 22만 명으로, 전체 건설노동자의 약 10%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이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수십 년이 뒤처져 있다.
백설향(49)씨는 마흔넷에 처음으로 건설업계에 발을 들였다. 북한에서 간호사로 일하던 그는 2016년 탈북했다. 처음엔 한국에서 간호사로 일하려 알아봤지만 쉽지 않았다. 간호조무사를 준비하던 중 건설업에 종사하는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이후 남편의 권유로 2018년 건설현장에 발을 들였다.
그가 현장에서 처음 들은 말은 “집에서 신랑이 뭐 하는데 현장에 나오느냐”는 것이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현장에서 만난 노동자든 관리자든 “신랑이 능력이 안 돼서 여성을 건설현장에 보냈다” “능력이 안 되는 사람이랑 살지 마라” “나랑 살면 건설현장일은 시키지 않겠다” 등의 말을 서슴지 않았다. “여자 좀 소개해달라”는 말도 수없이 들었다.
가장 곤욕스럽고 힘들었던 문제는 화장실 이용이었다. 여성용 화장실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현장이 너무나도 많았다. 4년차 형틀목수 조순영(51)씨도 “요즘은 그나마 많이 개선됐지만 (일을 시작한 초기에) 화장실이 부족한 게 많이 힘들었다”고 지적했다. 건설노조 부위원장을 맡은 박미성(60)씨는 “현장을 보면 여성 전용 화장실이 있어도 너무 후미진 데 만들어놓는 곳이 많다”며 “비밀번호도 없어서 아무나 들어갈 수 있다. (여성 노동자 처지에선) 무서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남성 노동자들의 화장실 이용이 편리한 것은 아니었다. 건설현장에서 화장실 이용은 모두의 문제였다. 2022년 경기도와 부산 등의 아파트 벽 안에서 인분이 발견되면서 논란이 됐던 것도 건설현장의 부족한 화장실 문제에서 시작했다. 고층 건설현장에서 화장실이 밖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한번 다녀오려면 최소 30분이 걸린다. 승강기는 쉴 새 없이 이동하는 각종 자재로 가득 차고, 계단으로 오르내리기는 쉽지 않다. 대변이 큰 문제였다. 내려가서 볼일을 보고 오는 이들도 있지만 위에서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뒤처리를 해서 가지고 내려오지 않고 위에 두고 내려왔던 것이 나중에 드러났다.
설향씨는 “지금은 웬만하면 (고층 건설현장에) 화장실이 설치돼 있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동식 소변기도 없었다”며 “몇 층마다 하나씩은 설치해둬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현장이 많았다. 화장실 이용도 인권인데 그것도 보장받지 못하고 일만 해야 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2022년 화장실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자 건설노조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신축 아파트에서 인분이 나온 것은 죄송하지만 왜 이런 문제가 생겨났는지도 들여다봐달라는 취지였다. 국토교통부는 2023년 초에야 화장실 설치 기준을 강화하는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건설현장에서 문제를 느낀 노동자들은 자연스럽게 노동조합을 찾았다. ‘똥떼기에 질려서'(병구씨), ‘임금체불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윤영씨), ‘더 나은 노동조건을 위해'(미성씨) 등 저마다의 이유는 달랐지만 큰 범주에선 비슷했다. 레미콘 기사 조남순(69)씨처럼 혼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씨알도 안 먹히”자 처지가 비슷한 이들을 모아 노조를 직접 만든 사례도 있었다. 결국 조금 안전하고 안정적인, 사람다운 삶을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렇게 노조에 들어간 이들의 삶은 많이 달라졌다. 남편의 권유로 노조에 가입한 김인숙(57)씨는 이전에 쓰지 못하던 보건휴가를 썼다. 병구씨는 똥떼기를 하는 오야지가 없어진 것도 좋았지만, 거주지 인근에서 출퇴근하며 일할 수 있는 것도 행복했다. 윤영씨와 미성씨는 원청이나 건설업체들이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인간답게 바라봐주는 점이 좋았다. 최재영(29)씨는 받지 못했던 수당을 받고 공휴일을 보장받을 수 있어서 대우가 달라졌다고 느낀다. 옆에 있던 동료가 노조에 가입해 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노조에 가입하는 이가 늘었다. 2016년 3만644명이던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 수는 2022년 7만1139명으로 늘어났다.
대부분의 직장인이라면 당연하다고 느끼는 것들이지만, 이런 것을 쟁취하기 위해 노조팀장이나 간부들은 쉴 틈이 없다. 똥떼기를 없애기 위해 직접 사업주들과 계약을 맺고 지역별로 나눠 일감이 끊이지 않도록 일감을 따내야 한다. 불합리한 점이나 문제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안전조치 없이 공정이 진행되면 제동을 건다.
“이 정도 실력을 갖춘 사람이 있으니까 고용 좀 해주세요’라고 하는 게 우리가 하는 교섭이에요. 가서 고용하라고 윽박지르는 게 아니라 이 정도의 생산성과 능력과 자질이 있는, 기능이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 여기서 같이 일하면 어떻겠냐. 니들(원청)이 원하는 안전성을 지키고 생산성까지 좋은 조직이라고 어필하는 거예요.”(윤영씨)
공갈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양회동씨도 조합원의 일이 끊기지 않도록 일감을 구해오는 일을 맡았다. 수사기관은 구속영장에 협박과 강요 행위를 강조해 적시했다. 오히려 강원도 지역 건설업체 15곳에서 법원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회동씨 등에게 범죄 피해를 봤다고 적시된 업체 중 한 곳의 현장 소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문제가 생기면 양씨가 조합원과 회사를 중재하는 역할을 교과서처럼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이런 것을 ‘채용 강요’라고 몰아갔다. 건설현장의 안전과 임금착취 문제 등 노조에서 직접 채용을 요구하게 된 이면은 생략됐다. 회동씨는 마지막 순간까지 “억울하다”는 말을 반복해야 했다. 정부가 건설노조에 ‘건폭'(건설업 폭력배) 프레임을 씌워 몰아가는 것의 결과는 단순히 개인에게 사법적 책임을 지우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기업이 장단을 맞추기 때문이다. 그 장단을 현장의 건설노동자들은 벌써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건설노조가 2023년 5월 진행한 조합원 긴급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민주노총 조합원 고용에 대한 태도 변화’를 묻는 것에 응답자 610명 중 346명(56.7%)가 “민주노총 조합원은 쓰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타워크레인 기사 미성씨는 2023년 4월 현장에서 잘렸다. 미리 약속했던 현장인데 막상 들어가니 업체에서 민주노총 기사라 앞으로 쓸 수 없다고 했다. 업체에서 아예 노조와 교섭에 응하지 않는 곳도 많다. 건설노조 구리남양주지대에 있는 병구씨는 현재 조합원 800여 명 중 300여 명만 일한다고 말했다. 그 빈자리를 임금이 낮은 이주노동자들이 채웠다. 통계청이 추산하는 이주 건설노동자는 10만 명 정도지만, 건설근로자공제회는 2023년 이주 건설노동자 약 35만 명이 현장에서 일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자리가 모자라니 노조를 통하지 않고 일자리를 알아보려는 이들도 있다. 그래도 쉽지 않다. 형틀목수 이시근(62)씨는 “요즘은 구직하러 가면 노조 여부와 무관하게 내국인이면 잘 안 받아주더라”며 “그쪽에서 ‘우리는 외국인을 쓸 것이기 때문에 (내국인은) 채용 안 한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2023년 지부별 노조원들의 고용인원은 확연하게 줄어들고 있다. 경기건설지부의 노조원 고용인원은 2022년 12월 4천 명대에서 2023년 5월 2천 명 아래로 절반 이상 줄었다.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의 고용인원은 같은 기간 5천 명대 중반에서 4천 명 아래로 줄었다.
청년 노동자의 유입도 줄고 있다. 건설업의 특성상 현장으로 유입되는 노동자는 대부분 인력사무소를 통한 일용직이거나 알음알음으로 들어오는 일이 많다. 정식으로 기술을 배우고 경력을 시작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최근에야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후원금 등을 통해 운영되는 건설기능학교 등에서 교육받고 ‘양성공'으로 건설현장에 들어가는 경로가 자리잡았다. 건설기능학교 등을 운영하는 전국건설기능훈련취업지원센터에 따르면 2022년 경기건설기능교육원과 서울건설기술교육학원 등 건설기능학교에서 훈련한 이는 모두 664명으로, 이 중 479명이 취업했다. 특히 취업자 중 20·30대는 238명으로 약 50%를 차지했다.
그러나 2023년 5월23일 기준 건설기능훈련취업지원센터 훈련 참여 인원도 165명으로 2022년 절반의 절반 수준이다. 이영록 전국건설기능훈련취업지원센터 운영위원장은 “통상 한 회차에 15~20명 정도는 있었다”며 “올해 들어 건설노조 탄압이 생기면서 안 좋은 이미지가 되다보니 평균 5~6명이 출석한다”고 말했다. 김영림 사무국장은 “인원이 모이지 않아 훈련 중단을 고민하는 기능학교도 있다”고 덧붙였다.
5년 경력의 형틀목수 김산(28)씨는 군대 제대 뒤 건설현장에 들어왔다. 일용직으로 시작해 어엿한 형틀목수로 자리잡았다. 산씨가 일하게 된 것은 아버지 윤영씨의 추천이 있었다.
“성취도에 대해서는 자부심이 굉장히 강해요. 예를 들어 다리 공사 한 곳을 지나가면 볼 때마다 내가 잘해서 이놈이 아직도 튼튼하구나라고 느끼거든요. 재산을 물려주는 것보다 이런 걸 느낄 수 있는 가치(를 물려주는 게 좋다고 생각했고) 성취도도 되게 높다고 생각해서 같이 해보자고 했어요.”(윤영씨)
윤영씨와 산씨는 현재 서울 강서구 마곡동의 현장에서 같이 일한다. 윤영씨는 2022년 11월부터, 산씨는 2023년 2월부터 일했다. 다른 팀이지만 우연히 만났다. 당장 함께 일하는 것은 좋지만, 다음 현장이 고민이다. 이번 건설현장이 끝나면 갈 현장이 없다. 팀장인 윤영씨는 또 동료의 일자리를 구하러 새로운 현장을 찾을 것이다. 정부의 시선으로 보면, 윤영씨는 ‘건폭’일까.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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