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경찰의 ‘불법집회 강경 대응’이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서울 도심에서 열린 2만 명 규모 노동자 집회에 경찰청장은 기동복을 입고 등장했고 경찰은 캡사이신 분사기를 허리에 찼다.
2023년 5월31일 민주노총 각 산별노조는 대통령실과 경찰청 앞 등 도심 곳곳에서 사전집회를 연 뒤 오후 4시20분께 서울 중구 세종로로 집결해 ‘민주노총 총력투쟁 대회’를 열었다. 윤석열 정부의 노조 탄압 중단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단체교섭 권리 보장을 요구하는 자리였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기동복을 입고 등장해 “필요시 캡사이신 분사”를 지시했고 현장에 배치된 경찰도 분사기를 지참했다. 다만 조합원들이 자진 해산해 집회로 인한 충돌은 없었다.
충돌이 격해진 것은 저녁 무렵이다.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6시35분께 서울파이낸스센터 건물 앞 인도에 건설노조 간부 양회동씨의 죽음을 추모하는 분향소를 설치하려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분향소를 지키려는 조합원과 허물려는 경찰이 격한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 4명이 다쳤고 4명이 연행됐다.
경찰의 분향소 철거 근거는 도로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사전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반면 건설노조 쪽은 관혼상제에 관한 집회여서 허가받을 의무가 없고 철거하더라도 그 주체는 경찰이 아닌 지자체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회동씨 추모 분향소는 강원도 강릉시에도 설치돼 있다. 강릉시는 지금까지 따로 철거 요청을 한 바 없다.
같은 날 전남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는 부당노동행위 중단을 요구하며 철탑에 오른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을 경찰이 진압봉으로 수차례 내려치는 모습이 영상에 담겼다. 주저앉은 김 처장을 끌어내린 경찰은 “설득이 안 돼 ‘부득이하게’ 제압했다”는 해명을 내놨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뉴스 큐레이터: <한겨레21> 기자들이 이주의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뉴스를 추천합니다.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28시간 만에 시민들이 뚫었다...트랙터 시위대, 한남동 관저로
“강철 같은 빛”…BBC, 계엄군 총 맞선 안귀령 ‘2024 인상적 이미지’ 꼽아
롯데리아 내란 모의…세계가 알게 됐다
이재명 “이분 꼭 찾아달라”…‘내란의 밤’ 군용차 막아선 시민
“역시 석열이 형은 법보다 밥이야”…모두가 행복했을 텐데
‘트랙터 투쟁단’ 22시간 넘는 대치에…야당 의원들도 남태령행
조국혁신당 “한덕수, 내란 세력 제압 가장 큰 걸림돌”…탄핵안 공개
“윤석열은 방 빼고 경찰은 차 빼라”…‘트랙터 시위’ 남태령서 대치
[단독] 검찰, 조태용 국정원장 소환…윤석열 정치인 체포 지시 조사
현실의 응시자, 정아은 작가 별세…향년 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