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태원의 한 떡볶이집에 간 적이 있다. 맛있고 가격도 저렴한데 코로나19로 매장이 텅 비어 있길래 중년의 여성 사장님께 배달앱을 권했다. 그러자 그분이 손사래 쳤다. “그거 하면 신경 쓸 게 이만저만이 아니래요~ 그냥 덜 벌고 말지….” 그땐 몰랐다. 주문이 늘수록 괴로울 수도 있는 자영업자들의 고충을.
2021년 5월 서울 동작구에서 김밥가게를 운영하는 50대 여성 업주 A씨가 한 고객의 항의와 배달앱 회사의 압박에 시달리다 그 자리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3주 뒤 사망했다. 쓰러지기 1시간30분 전 A씨는 가게 화장실에서 울고 있었다. 손님 B씨로부터 ‘부모가 그렇게 가르쳤느냐?’는 식의 폭언을 들었기 때문이다. B씨는 전날 배달시킨 새우튀김 3개 중 한 조각의 색깔이 이상하다는 이유를 들면서 새우튀김 1개 가격을 환불해달라고 요구했다. 주인은 환불해줬지만 B씨의 항의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배달앱 업체를 통해 시킨 음식 전부를 환불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앱 리뷰에는 ‘개념 없는 사장’이라는 댓글과 함께 별점 1점을 줬다.
주인은 진상 고객에게만 시달린 게 아니었다. ‘더 이상 문제없게 해달라’는 배달앱 업체의 집요한 전화에도 시달렸다. 손님으로부터 3통, 쿠팡이츠로부터 4통의 전화를 받았고 이 중 한 통의 쿠팡이츠 전화는 A씨가 쓰러진 다음에 왔다. 쿠팡이츠는 “전화를 못 받는다”는 직원의 말에도 “동일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저희 사장님께 좀 전달 부탁드리겠습니다” “추후에 조금 조심해주시고요” 등의 말을 했다(MBC가 공개한 녹취록).
고객의 기분을 맞춰주는 것이 사람 목숨보다 중요한 일일까? 애초에 리뷰에 이렇게 목매게 한 것도 배달앱이 유도한 일인데,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실제 쿠팡이츠는 점주가 리뷰에 댓글을 달 수 없게 돼 있다. 이는 주관적 평가를 절대적 기준으로 만들고 이에 대한 점주의 방어권을 보장하지 않는 행태다. 쿠팡이츠는 6월22일 입장문을 발표하며 점주를 보호하기 위한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정성은 콘텐츠 제작사 ‘비디오편의점’ 대표PD
관심 분야 웃기고 슬픈 세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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