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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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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결심 실천편] 2021년에는 다시 쓰자, 소중히 하자 ②

그것은 내 운명
등록 2020-12-27 16:28 수정 2020-12-31 10:47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새해가 와버렸다. 더 강해진 코로나19와 함께. 2021년, 어떻게 살아야 하나. 다짐하자니 막막하고 다짐을 안 하자니 불안하다. 2021년에 크게 기대하는 건 없지만 2020년처럼 살고 싶진 않다.
새해맞이가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최소로 행동하고 최대 효과를 볼 수 있는 ‘2021년 가성비 실천’을 제안한다. 2021년에 같이 갈 것은 무엇인가. 컵과 그릇 재사용, 전자제품 사후관리(AS)는 기본이다. 무기력한 자아와 몸도 조금만 고치면 꽤 쓸 만하다. 노력만으로 될 수 없는 실천은 제도로 뒷받침해야 한다. 아픈 가족과 아픈 몸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다.
2021년 ‘뉴트로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기)’는 시시해 보여도 만만하진 않다. 나와 가족, 일상과 미래, 공간과 환경을 바꾸는 첫 단추다. 일단 사흘만 넘겨보자. _편집자주

*[새해 결심 실천편] 2021년에는 다시 쓰자, 소중히 하자 ① 에서 이어집니다.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727.html

자아 / 찰나의 행복과 재미란

좋고 싫음이 분명한 어린이였다.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남의 말 안 듣는 어른이 됐다. 그렇기에 자아도 튼실할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하고 싶은 것이 하나둘 사라졌다. 어떠한 감정도 느낄 수 없는 무기력에 자주 허우적댄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나라니…. 고민도 사서 해온 나로선 이런 내가 낯설다.

“10년 넘게 일하는 동안 나한테 만족한다, 행복하다고 말한 적 없는 거 알아?”

20년 넘게 지지고 볶으며 친구로 버텨준 이가 말했다. 힘들다, 어렵다, 모르겠다, 고민이다, 부족하다, 못할 거다 같은 비관의 레퍼토리를 수시로 읊어대긴 한다. 그렇지만 그 긴 시간 동안 행복과 재미를 느낀 순간이 단 한 번도 없다고 한다면 거짓일 것이다. 그런데 기억나질 않는다. 정말 말한 적이 없나보다. 무기력이 찾아든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 찰나의 행복과 재미를 느껴 버릇하지 않았기 때문일지 모른다.

2021년 세상은 여전히 엄혹할지라도 내 자아 속 습관적 비관엔 균열을 내보고 싶다. 그 시작을 위해 ‘내가 이제 해야 하는 말’을 꼽아본다. 재밌다, 쉽다, 만족한다, 잘하고 있다, 행복하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계획영농 / 왁자지껄한 가을걷이를 꿈꾸며

11월28일 밭에서 배추와 무, 갓을 수확했다. 그래봐야 배추 열댓 포기에 주먹만 한 무 20여 개 수준이다. 갓은 큰 비닐봉지 한 개를 채우는 데 그쳤다. 사다 옮겨 심은 지 한 달쯤 된 양파 모종 위엔 마른풀을 수북이 덮어줬다. 볏짚 대용이다. 이렇게 하면 어린순이 내년 봄까지 북풍한설을 견뎌내는 데 도움이 된다. 이렇게 2020년 농사를 매조졌다.

올해 작황은 대체로 빈약했다. 옥수수는 젖니 빠진 어린아이 이처럼 듬성듬성 과실이 맺혔다. 거름을 충분히 주지 않은 탓이다. 가을무가 발육 부진에 빠진 이유도 매한가지다. 지난해엔 병충해 하나 없이 근육질 과육을 뽐내던 고추는 탄저병이 돌아 내 마음도 함께 까맣게 타들어갔다. 이유를 모르겠다. 배추는 남들 모종 심을 때 구경만 하다 뒤늦게 이식하는 바람에 결국 동짓달이 가까워지도록 노란 속잎을 보기 힘들었다. 계획 없는 영농이 부른 참사라는 게 내 진단이다.

해마다 개나리꽃 피기 전에는 “올해는 영농 계획을 단단히 세워 준비해야지” 생각한다. 쉽잖다. 평일엔 회사 일을 하고 주말엔 쉬어야 한다. 뭉그적거리다보면 올해처럼 언제 떠올랐나 싶던 해가 어느샌가 서산에 뉘엿한다. 얼치기 농사꾼의 ‘영농 계획서’는 365일마다 반복되는 시시포스의 돌 밀어 올리기다.

새해가 밝아온다. 2021년엔 치밀한 영농 계획을 세워보리라 다짐한다. 왁자지껄한 가을걷이를 꿈꾸며….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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