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 국회’ ‘비정의 정치’ 국회에 ‘비정 논란’이 불거졌다. 11월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원회에 올라온 여성가족부의 ‘한부모 가족 복지시설 지원’ 사업 예산 61억3800만원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예결위 위원인 송언석 의원이 61억원 전액 삭감 의견을 강하게 제기했다. “그동안 시설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던 걸 갑자기 국가에서 해주겠다고 하는데, 물론 어려운 환경과 상황에서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엔 근본적으로 동의를 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걸 국가가 책임지는 것은 곤란합니다.” 이에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이 “한부모 시설에 있던 아이가 나중에 고아원에 가게 된다”며 울먹였다. 이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예산 삭감은 비정해 보인다”고 하자 여야는 ‘비정’이라는 표현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송 의원의 주장은 국가 예산의 균형과 복지 확대의 적절성을 따지는 측면에서 국회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이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앞서 송 의원이 “2019년 예산안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김천시 주요 사업에 투입될 국비 827억원을 확보했다”고 보도자료를 낸 사실이 알려졌다. 모두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었다. 결국 그는 11월27일 “예산 삭감과 관련해 상처받은 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문제는 이 논란이 단순히 ‘비정하다’에서만 끝나는 게 아니라 현재 국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다는 것이다. 과거 기재부 2차관 출신으로 국회의원들의 민원성 SOC 예산 증액 요구를 막았을 송 의원도 국회에 들어오자 지역구의 선심성 예산 확보에 힘을 쏟아온 사실이 밝혀졌다. 송 의원이 한부모 사업 예산을 보육교사직 단기 일자리 사업으로 오해하고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반대하려 삭감 의견을 냈다는 이야기도 국회 안에서 나온다. 예산 심사에서 정부와 여당의 사업을 무조건 반대하면서 지역구 예산을 쏠쏠히 챙기는 정당과 국회의원의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정작 국회가 보듬어야 할 한부모 가족 등 사회적 약자는 지금 구조에서는 들어갈 틈이 없다.
국회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국회 안팎에선 선거제도 개혁안으로 표심을 제대로 반영하는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정당득표율과 실제 의석수가 거의 일치하기 때문에 국회 안에 다양한 민심이 반영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 제도다. 하지만 그동안 이를 당론으로 내걸었던 민주당에서 “우리 당이 그동안 공약한 건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라고 정리된다”(이해찬 당대표)며 과거와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우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굳이 선거제도를 바꿀 필요 없다는 ‘전략적 판단’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따른다. 비판이 제기되자 11월29일 민주당은 “우리당 입장은 연동형비례제와 큰 틀에서 비슷하다”고 밝혔다.
‘비정 논란’은 국회가 국민에게 신뢰받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줬다. 여기에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마디 보태며 국회를 더욱 ‘웃프게’ 했다. 앞서 ‘겐세이(견제), ‘야지’(야유)라는 일본말을 써서 빈축을 샀던 그는 11월26일 예산결산특위에서 농촌진흥청 사업 심의 도중 “국민 혈세로 막 이렇게 뿜빠이(분배)해서 이래도 됩니까?”라고 또 일본말을 썼다. 회의 참석자들이 웃자 “웃지 말아요!”라고 소리쳤다. 이래저래 국민은 웃을 수 없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블라블라/ 정봉주 전 의원 무고 기소
무고남?
#미투는 한국 사회에 공기처럼 존재하던 성불평등의 실체를 드러냈습니다. 성폭력 사건에서 의심과 불신도 가해자와 피해자에게 불평등하게 쏠리죠. 진짜 미투와 가짜 미투를 구분하는 이들도 100% 피해자만 의심합니다. 정 전 의원 보도 직후 김어준씨는 팟캐스트에서 “안희정에 이어 봉도사(정 전 의원)까지… 이명박 각하가 (관심에서) 사라지고 있다”며 피해자들의 ‘의도’를 의심해 역풍을 맞았죠.
무고 혐의로 2심 유죄판결을 받은 부현정씨(제1202호 표지이야기)의 경우, 지난 8월 가해자로 지목된 ㅊ씨가 ‘부씨와 키스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진술한 경찰의 피의자 신문조서 두 건이 무고 재판 과정에서 누락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검찰은 ‘부씨가 자연스럽게 다가와 키스했다’는 ㅊ씨의 달라진 진술 등을 근거로 피해자 부씨를 무고로 기소했습니다. ‘무고남’이라는 말이 있었으면 사정이 달랐을까요?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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