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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하면 바뀔 때도 됐는데

세월호 참사 5주기 ‘부끄러운 봄’ ‘기억하는 봄’
등록 2019-04-20 02:34 수정 2020-05-02 19:29
한겨레 박종식 기자

한겨레 박종식 기자

“그만하면 바뀔 때도 됐는데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오오 부끄러운 봄, 오오 기억하는 봄, 오오 기울어진 봄, 오오 변한 게 없는 봄”

포크·블루스 뮤지션들이 세월호를 주제로 만든 음반(《다시, 봄 프로젝트》 2015년 2월 발매)에 실린 의 노랫말 한 대목이다. 그만하면 바뀔 때도 됐는데 참사 5주기에도 어김없이 터져나온 세월호에 대한 막말에 한국 사회는 부끄러운 봄을 보내고 있다.

차명진 전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의원은 4월15일 페이스북에 “세월호 유가족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먹고 진짜 징하게 해 처먹는다”고 막말을 퍼부었다. 다음날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세월호 그만 좀 우려먹으라 하세요. 죽은 애들이 불쌍하면 정말 이러면 안 되는 거죠. 이제 징글징글해요’ 오늘 아침 받은 메시지다”라고 올렸다. 차 전 의원은 문제의 페이스북 글에서 “(유가족들이) 참사와 아무 연관 없는 박근혜 전 대통령, 황교안 한국당 대표에게 자식들 죽음에 대한 자기들 책임과 죄의식을 전가,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고도 썼다. 유족들의 슬픔, 시민들의 공감, 진상을 규명하라는 목소리를 모두 자신들에 대한 ‘정치적 공세’로만 보는 것이다.

그들의 속내는 5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바뀌지 않은 것 같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나 ‘조류독감’에 빗대거나 진상 규명을 담당할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를 “세금 도둑”이라고 공격하며 끊임없이 세월호 참사와 유가족을 헐뜯었다. 특조위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이병기 전 대통령비서실장, 조윤선 전 정무수석과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대상으로 진행된 재판 내용을 4월15일 이 공개한 것을 보면 조 전 정무수석의 주도로 청와대와 새누리당, 해양수산부가 ‘특조위 무력화’를 논의하고 실행에 옮긴 정황이 곳곳에 드러났다. 진상 규명보다 세월호의 ‘분노’가 박근혜 정권을 향하는 것을 막는 데만 골몰한 것이다.

비판이 강하게 일자 막말을 한 두 전·현직 의원은 사과했다. 황교안 당대표도 “부적절한 발언”이라하고 두 의원을 당 윤리위원회에 넘겨 징계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조금은 변한 것일까. 하지만 이들의 공감 능력이 ‘단 한 사람’에게만 향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황 대표는 세월호 5주기 다음날인 4월17일 기자들에게 “이렇게 오랫동안 구금된 전직 대통령이 계시지 않았고, 몸도 아프시다. 여성의 몸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계시다”며 박 전 대통령의 석방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변호인을 통해 건강 악화를 이유로 형 집행정지 신청을 검찰에 냈다. 그만하면 바뀔 때도 됐는데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물론 ‘부끄러운 봄’을 ‘기억하는 봄’으로 바꾸려는 이들은 흔들리지 않는 것 같다.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을 설치해 전면 재수사해야 한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4월17일 동의한 사람이 22만 명을 넘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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