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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가 되어

버닝썬 사태 일파만파
등록 2019-03-16 13:55 수정 2020-05-03 04:29
한겨레 신소영 기자

한겨레 신소영 기자

‘동영상 찍어서 보내준 거 걸려가지고 ㅋㅋㅋㅋㅋ’ 조롱기 가득한 이 문자는 가수 정준영(30, 위 사진)이 불법 동영상을 공유한 단톡방에 올린 것이다. 성관계 동영상을 돌렸다가 상대 여성에게 발각된 것을 마치 재수가 없어서 걸렸다는 식으로 표현한 그에게 네티즌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의 시선을 던지고 있다. 그의 문자는 피해 여성을 배려하는 마음이 조금도 담겨 있지 않다. 인기 스타로서 최소한의 공인 의식도 없는 그의 모습에 팬들의 마음은 무너지고 있다.

그는 3년 전에도 비슷한 성범죄 혐의를 받았다. 2016년 여자친구가 “정준영이 내 신체 일부를 휴대전화로 불법 촬영했다”며 그를 고소했다. 정준영은 검찰 수사를 받았으나 여자친구가 돌연 고소를 취하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여자친구와 장난 삼아 촬영했다. 곧바로 삭제했고 불법촬영은 아니었다. 이별 과정에서 여자친구가 우발적으로 신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범행이 최근까지 계속된 것을 보면 그의 기자회견은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동의 없이 이뤄진 촬영이라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리했지만,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정준영이 이를 카카오톡 대화방에 무단으로 유포한 행위는 성폭력 처벌법 위반에 해당한다. 당시 검찰 수사가 제대로 진행됐다면 그의 범행과 그로 인한 여성들의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100여 일 전 버닝썬 직원의 손님 폭행으로 시작된 이번 사건은 성폭력과 마약 판매, 경찰 유착, 성접대 의혹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경찰은 3월14일 빅뱅의 멤버 승리(아래 사진)와 정준영을 동시에 소환했다. 검찰도 이날 국민권익위가 의뢰한 승리의 성접대 의혹과 경찰 유착 의혹에 관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했다. 검찰이 수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을 놓고 깊어진 두 기관의 갈등이 커질 수도 있다. 승리의 단톡방에는 업소와 관련된 민원을 “경찰총장이 (처리할 테니) 걱정 말라”는 대화가 있다. 당사자로 지목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승리와 일면식도 없다”고 주장했다.

정준영은 2012년 한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가수 로이킴과 듀엣으로 김광석의 를 불러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그는 노래를 흉내 내는 데 성공했지만, 소외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김광석의 노랫말은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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