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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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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성폭력 피해자’ 부현정을 ‘무고죄’로 몰았나

힘겹게 성폭력 경험 공개 뒤 유·무죄와 피해·가해가 수시로 뒤바뀌는 아수라장 내몰려

수사 및 재판 기록 꼼꼼히 살펴봤더니… ‘미투 이후’ 대비하는 한국 사회의 고민 제시
등록 2018-03-06 17:13 수정 2020-05-03 04:28
‘역고소’가 한국 사회 #미투 운동의 향방을 가를 최대 난제로 공론화하고 있다. 2월2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도 한국에서 성폭력 피해자를 상대로 한 역고소가 피해자를 침묵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은 성폭력 가해자로 고소한 사람에게 무고죄로 역고소당해 ‘무고녀’가 된 실제 사례와 무고 사례를 연구한 전문가를 취재했다. #미투 운동에 대해 ‘공작’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킨 김어준 총수에게 “부적절하다”고 직격탄을 날린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만났다. _편집자
부현정씨는 무고로 고소당한 뒤 제출한 의견에서 자신의 학력을 ‘고졸’로 적었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자궁 종양이 발견돼 자퇴했기 때문에 대학 중퇴보다는 고졸이 진실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부현정씨는 무고로 고소당한 뒤 제출한 의견에서 자신의 학력을 ‘고졸’로 적었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자궁 종양이 발견돼 자퇴했기 때문에 대학 중퇴보다는 고졸이 진실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2014년 5월 KBS에 ‘#미투’(ME TOO·나도 성폭력을 당했다)가 있었다. 가해자는 ‘선배 기자’였고 피해자는 행정업무를 보조하던 ‘파견직 여사원’ 부현정씨와 ㅊ씨였다.

부현정씨는 그해 5월26일 ‘선배 기자’가 불러서 나간 술자리가 끝나고 귀가하는 길에 성추행을 당했다. 선배 기자와 통성명을 한 지 나흘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부현정씨가 이 일을 회사에 알리며 문제제기하자, 두 달 전인 3월28일 같은 사람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ㅊ씨의 ‘#미투’가 나왔다.

선배 기자가 부른 술자리, 악몽의 시작

직장 내 권력관계에서 이뤄진 일이고 피해자가 2명인 사건이었다. 부현정씨는 회사로부터 직장 내 성폭력 피해 처리 절차를 안내받지 못했다. “회사에서 해준 건 없어요. 고소하기 전엔 위로는 해줬는데, 고소한다고 하니까 선배 기자의 동기가 고소하지 말라고 했어요. 직속 상사는 저한테 바보라며 ‘합의금 받고 끝내지, 일을 피곤하게 만든다’고 했습니다.” ‘선배 기자’는 사건 직후 지방으로 발령났다. 징계는 없었다.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 침묵하지 않은 이의 비율은 1.9%(성폭력을 당하고 경찰에 신고한 비율, 2016 여성가족부 성폭력 실태조사)에 불과하다. 부현정씨와 ㅊ씨의 사연은 이 ‘용감한’ 1.9%가 이후 과정에서 겪게 되는 지독히도 뻔한 레퍼토리를 압축해 보여준다. 부현정씨와 ㅊ씨가 선배 기자를 강체추행 혐의로 고소한 사건은 2015년 2월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이 났다. 성폭력 범죄 불기소 비율은 2016년 기준 36.1%로 전체 불기소 평균(25.5%)보다 높다. 이들은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항고했으나 기각당했고, 역시 불복해 2015년 5월 재정신청을 냈다.

어렵게 신청한 재정신청을 고비로 ㅊ씨의 성폭력 피해는 전혀 다른 대접을 받게 됐다. ㅊ씨의 성폭력 고소 사건은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져 피해 2년 만인 2016년 2월 1심에서 강제추행 혐의에 유죄 판결이 나왔다.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고,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무죄로 확정됐다. 그러나 형사와 별도로 진행한 민사소송에서 최근 대법원이 ㅊ씨의 승소(위자료 600만원)를 확정됐다. ㅊ씨의 소송을 대리한 천정아 변호사(법무법인 소헌)는 “ㅊ씨 소송 결과를 요약하자면, 형법상 강제추행은 인정되지 않았지만 직장 내 성희롱으로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제추행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문도 강제추행은 아니지만 선배 기자가 부적절한 행위를 한 사실은 인정했다”고 말했다. ㅊ씨 쪽은 지난 2월20일 민사소송 확정 판결 사실과 함께 KBS에 선배 기자에 대한 ‘징계요청서’를 보냈다. KBS 홍보 담당 관계자는 에 “관련 서류가 수신된 것으로 안다. 개인 신상 관련 사안이라 내부에서도 자세히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익명 뒤에 숨지 않고 이름·얼굴 공개
#미투 운동 이후 성폭력 피해자들이 역고소를 당해 무고와 명예훼손의 가해자가 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연합뉴스

#미투 운동 이후 성폭력 피해자들이 역고소를 당해 무고와 명예훼손의 가해자가 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연합뉴스

부현정씨 사건은 전혀 다른 경로를 밟게 된다. 부현정씨는 선배 기자에게 무고 혐의로 ‘역고소’를 당했다. ‘성폭력 피해자’에서 ‘무고녀 부현정’으로 전락했다. 검찰은 애초 부현정씨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으나 선배 기자는 포기하지 않았다. 항고와 재정신청 끝에 1심 국민참여재판에서 부현정씨는 무고 혐의가 인정됐다. 1월31일 2심 재판부 역시 유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이 이 판결을 확정하면, 부현정씨의 인생에 ‘무고녀’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진다.

부현정씨와 그의 2심 재판을 맡은 이은의 변호사(이은의법률사무소)는 여전히 성폭력 피해는 사실이고, 무고한 일이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부현정씨 사건을 지원한 여성단체도 같은 입장이다. 부현정씨의 성폭력 고소 사건을 법률 지원한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이미경 소장은 “이렇게 자명한 피해를 두고 형사 사법 절차에서 피해자에게 2차 고통을 주고 있다. 역고소 피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정부가 성폭력 피해자의 현실이 밑바닥에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 2월28일 서울 양천구에서 변호사 입회 아래 부현정씨와 얼굴을 마주했다. 그는 현재 심경을 묻는 말에 담담히 말을 이어가다 끝내 눈물을 쏟았다. “수면유도제를 많이 먹어요. 처음에는 저 같은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싸웠는데, 지금은 죽기 싫어서 싸우는 것 같아요.” 그는 익명 뒤에 숨는 대신 ‘부현정’이라는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성폭력 피해 여성이 자기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는 것의 의미에 대해, 배우 오달수씨에게 성폭력 당한 경험을 공개한 엄지영씨는 2월27일 JTBC 인터뷰에서 “제 이름을 공개 안 하면 나도 없었던 일이 될 거 같았다”고 말했다.

한 여성이 자신의 성폭력 경험을 공개하면, 유·무죄와 피해·가해가 수시로 뒤바뀌는 아수라장이 벌어진다. 이 부씨 개인에게 드리워진 무고 혐의의 진위 여부를 따질 수는 없다. 다만, 한 여성이 성폭력 피해를 호소한 뒤 ‘무고녀’로 몰리는 과정을 되짚어보며, ‘#미투 이후’를 대비해야 하는 한국 사회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들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은 부현정씨로부터 수사와 재판 기록 일체를 제공받아 이를 꼼꼼히 살폈다. 이 가운데 사법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한 번도 주목받지 않은 사실을 여럿 확인할 수 있었다.

① 편집 의혹 있는 CCTV로 진행된 재판

“(골목길에 버려진) 소파에서 일어서는 순간 제 팔을 잡아서 앉히더니 포옹을 하고 입을 맞췄어요. 제가 ○○○씨를 밀쳐냈더니 ‘너도 나한테 뽀뽀해줘’라고 했고 저는 싫다고 했어요.”(부현정씨 피해자 진술조서 중, 2014년 6월3일)

“술집에서 나온 뒤의 상황이 촬영된 CCTV 영상에는 ○○○이 피고인을 추행하였다고 볼 만한 장면을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피고인과 ○○○이 자연스럽게 신체적인 접촉을 하는 듯한 장면이 다수 나타난다. 피고인이 ○○○의 신체 접촉을 저지하려는 모습이나 ○○○에게 거부감을 표현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부현정씨 무고 유죄 2심 판결문, 2018년 1월31일)

부현정씨의 피해 신고 사실과 최근 나온 무고 유죄 판결문의 내용을 대조해보면, 부현정씨의 유무죄를 가른 결정적 변수가 이 CCTV 화면이었음을 알 수 있다. 화면에서 드러난 부현정씨와 선배 기자의 친밀한 모습은 길가에 버려진 소파에서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부현정씨의 증언이 허위로 인정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1심 재판 때는 판사가 CCTV의 특정 시간대를 보며 “저게 뽀뽀하는 거 아닌가요?” “CCTV상으로는, 둘이 데이트 한 거 아닌가요?”라고 묻기도 했다.

이 화면은 모조리 선배 기자 쪽이 제출한 것들이다. 부현정씨 쪽 이은의 변호사는 “부현정씨 재판에서 다뤄진 CCTV 가운데 피해 신고 당시 경찰이 확보한 CCTV는 없다. 흔히 성폭력 피해 사건을 신고하면 경찰이 거리 CCTV를 확보해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선배 기자가 제출한 CCTV에는 부현정씨가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장소와 시간대(오후 11시45분께)의 영상은 없다는 것이다. 제출된 영상을 시간대별로 정리해보면, 두 사람이 등장하는 시간대는 11시10분~11시35분뿐이다. 이 25분 가운데 두 사람이 화면에 잡힌 시간은 3분30여 초에 불과하다. 판사와 검사는 이 3분30여초를 근거로 나머지 시간을 ‘추정’했다. CCTV에 잡힌 장소 역시 부현정씨가 추행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곳과는 모두 무관한 곳이다.

선배 기자 쪽이 법원에 제출한 CCTV 영상에는 편집 의혹도 있다. 기자 선배가 부현정씨 손을 잡거나 어깨에 손을 올린 장면이 나오는 또 다른 CCTV 영상은 슬로모션처럼 느릿느릿 움직인다. 재생 시간이 5분인 CCTV 영상의 촬영 시간은 2분40여 초로 실제 영상이 2배쯤 늘어난 것이다. 해당 영상을 본 한 영상 편집 PD는 “CCTV 영상을 재생해놓고 PC에서 재녹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법원에 제출된 증거 가운데 CCTV 화면을 캡처한 증거물을 보면, 재생 속도를 나타내는 부분에 ‘×4’라고 돼 있다. 특히 두 사람이 손을 잡고 등장하는 영상은 ‘-×3, -×2, ×1’로 속도가 바뀐다. 판사들이 “데이트”나 “산책”이라고 언급한 영상들이다. 두 사람이 가까이 있는 장면에서 해당 촬영 시간대(11:29:44~11:31:54)가 아닌 시간대(11:29:33)의 장면이 삽입된 부분도 있다. 은 선배 기자에게 CCTV 영상 편집 의혹에 대해 물었지만, 그는 “(나를 거친 게 아니라) 관할 기관에서 바로 제출했다”고 말했다. 해소되지 않는 의혹에 대해 재차 물었으나 그는 “이미 사법기관의 판결이 난 사건이니 확인하시면 될 거 같다”고 밝혔다.

재판 과정에서는 선배 기자가 영상 편집 능력이 있는 촬영기자라는 사실이 언급된 바 있다. “증인은 혹시 CCTV 이외의 영상 화면을 분석하거나 편집하는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과 기능을 가지고 있나요”라는 판사의 질문에 선배 기자는 “제출한 CCTV는 하나도 손을 댄 곳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은의 변호사는 “CCTV 영상 검증이 이뤄지진 않았다”고 했다.

② 성폭력 피해 경험이 악용된 재판

1심 재판에서 검사는 부현정씨의 성폭력 피해 경험을 들추어냈다.

“피고인 이 사건 말고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신고를 해서 형사사건화된 적 있냐?”

부현정씨는 2006년 8월11일 새벽 3시30분께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고시원에서 잠을 자던 중 방으로 들이닥친 고시원 입주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문 잠그는 것을 잊은 탓이었다. 가해자는 실형을 선고받았다. 부씨의 아버지는 가해자 형을 만나 “자기들은 부모가 없고 형제뿐이다. 동생은 식당에서 요리사를 하고 자신은 조그만 회사에 다닌다”는 얘기를 듣고 합의를 해줬다. 합의금은 300만원이었다. 아버지는 딸에게 돈 받았다는 얘기는 하지 않고 “불쌍하니 그냥 합의를 해주자”고만 했다. 성폭력 피해 경험이 나중에 또 다른 성폭력 피해 경험이 부정되는 데 이용되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한국의 검사와 판사가 성폭력 피해 경험을 마치 일반 범죄의 전과처럼 다루는 일은 매우 흔한 일이다. #문단_내_성폭력 해시태그 운동 당시 한 시인을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한 박지영(가명)씨도 같은 일을 겪었다. 그는 성폭력 피해 조사를 받으러 검찰에 갔다가 검사에게 ‘다른 성폭력 고소 사건이 있다. 무고죄가 의심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과 만나 “그 일로 성폭력 피해 트라우마보다 검사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해당 사건을 조사해 담당 검사와 소속 검찰청에 성폭력 피해자 조사 관련 직무교육을 권고한 결정문을 보면 “진정인이 성폭력 피해를 3회에 걸쳐 고소 또는 신고한 사실이 있어 무고를 의심한 적 있다”는 담당 검사의 진술이 나온다. 서울의 한 변호사는 “부현정씨 재판의 1심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이뤄졌다. 국민참여재판은 이미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성폭력 피해 경험을 배심원들이 좋게 생각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③ 성폭력 가해자는 받지 않았던 질문들

사법기관은 부현정씨의 성폭력 피해에 대한 고소, 항고, 재정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선배 기자는 성폭력 가해자로 끝내 기소되지 않았고, 성폭력 혐의에 대한 유무죄를 가리는 법정 피고인석에 앉지도 않았다. 반면 무고로 기소된 부씨는 법정 피고인석에 앉았다. 무고 혐의에 대한 유무죄를 다투는 법정에서는 성폭력 피해에 대한 책임을 여성에게 떠넘기는 2차 가해에 가까운 질문이 버젓이 이뤄진다.

“도로를 걸으면서, CCTV가 잡힌 곳에서 ○○○한테 ‘유부남이 왜 이러세요, 남자친구도 있는 저한테!’ 이렇게 얘기한 적이 있나요?”

“그럼 그런(술에 많이 취한) 사람을 어떻게 택시에 태워서 먼저 보낼 생각을 했나요?”

“당장 그 자리에서 ○○○씨한테 화를 내고 집에 가겠다, 혹은 가만히 안 있겠다, 남자친구가 근처에 있으니 연락하겠다, 그래도 되는 거 아니었나요?”

무고 여부를 캐내려고 판사들이 부현정씨한테 던진 질문들이다. 이는 여성단체들이 검찰과 법원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이 겪는 것으로 꼽는 2차 피해의 전형적인 사례다. 특히 부현정씨의 재판에서 부현정씨가 동료 비정규직 여사원 ㅊ씨와 공동으로 선배 기자를 고소한 사건도 ‘꽃뱀들의 공모’로 전락했다. 판사의 질문(“같이 고소하였던 ㅊ모씨와 고소 직전에 ○○○에 대한 어떤 이야기를 서로 공유하고 고소한 것인가요?”)을 보면, 선배 기자가 증인 신문에서 말한 ‘꽃뱀’ ‘합의금’ 같은 이야기를 판사가 상당 부분 받아들임을 알 수 있다.

판사들은 부현정씨의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은 계속 캐묻지만 선배 기자의 진술이 △성폭력 혐의로 조사받을 때 △재정신청을 할 때 △재판 때 각각 달라진 것에는 쉽게 납득하는 모습을 보인다. 선배 기자는 무고 사건 전까지 ‘손만 잡았고, 키스는 없었다’고 했지만, 재정신청 때는 ‘부현정이 애교스럽게 입맞춤하였다’는 CCTV 영상을 캡처한 4장의 사진(11시34분35초, 39초, 40초, 40초)을 제시했다. 그런데 1심 재판 때는 “지금 이 장면을 갖고 입맞춤을 했다고 하시는 거 맞나요?”란 부현정씨 변호인의 질문에 “그 장면은 아닌 것 같다”고 말을 바꿨다. 실제 제출된 CCTV 영상을 확인해보면, 재정신청 당시 캡처된 화면(11시34분40초) 직후 부현정씨가 선배 기자로부터 벗어나려는 모습이 보인다.

무고죄에 대한 대법원의 판례(대법원 2007.10.11. 선고, 2007도6406 판결)는 “신고 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 곧 그 신고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 사실이라고 단정하여 무고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부현정씨 사건은 대법원 판례에 부합하는 무고죄일까. 성폭력 전담 검사로 6년 동안 일하면서 무고 사건도 수차례 다룬 오선희 변호사는 “무고죄는 허위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으면 유죄를 인정하면 안 된다. 부현정씨가 당시 합리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다는 것이 곧 무고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지원 난색 표하는 정부 기관

부현정씨가 무고죄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노심초사하는 사이 선배 기자의 반격은 이어지는 중이다. 그는 부현정씨에게 1억5천만원을 배상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대출을 받아 2심 변호사 비용을 치른 부현정씨는 민사소송을 대리해줄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했다. 여성가족부로부터 성폭력 피해자 법률 지원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여성단체는 부현정씨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 사정을 잘 아는 여성단체 관계자는 “선배 기자께서 무고 유죄가 나온 사람한테 법률 지원을 한다고 단체에 민원 전화를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언론 쪽에 종사하는 분이라 그런지 그냥 하는 게 아니고 굉장히 주도면밀하시다. 정보공개 청구도 하셨다. 여성가족부에 민원도 제기했다. 그 때문에

한 단체는 감사원 감사도 받았다.”

선배 기자는 과 한 통화에서 “무고로 2심 징역 8개월 나오신 분한테 자금 지원하는 게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가부가 죄송하다고 했다. 감사원에도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2017년의 선배 기자와 통화한 3월2일은 ㅊ씨가 민사소송에서 승소 확정된 것을 토대로 징계요청서를 KBS에 보낸 사실이 보도된 날이었다. 선배 기자는 이에 대해 “ㅊ씨는 무고 공동정범이다. ㅊ씨 고소도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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