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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350일 만의 재수감

설렁썰렁
등록 2020-02-22 14:30 수정 2020-05-03 04:29
한겨레 김혜윤 기자

한겨레 김혜윤 기자

관심이 없어도 너무 없다. 이명박 전 대통령 말이다. 아무리 ‘코로나 정국’이라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통령이던 그가 법정 구속됐는데도 신문과 방송, 온라인 매체 등에서 톱뉴스로 다루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2월19일 항소심에서 징역 17년이 선고되면서 보석이 취소돼 재수감됐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다가 법정에서 바로 구속되면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이 전 대통령도 한동안 법정을 나서지 못했다고 한다.

340억원대 횡령과 100억원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은 1심보다 형량이 2년 더 늘었다(1심은 징역 15년). 인정된 뇌물이 27억원 늘었기 때문이다. 기소될 때는 뇌물 혐의액이 111억여원이었으나, 항소심 진행 중 검찰이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액 51억원을 더 찾아냈다. 1심 때와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다스는 누구 것인가’라는 질문에 명시적인 답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다스의 회삿돈 횡령을 인정하고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을 뇌물로 판단한 것은, 다스가 이 전 대통령의 소유임을 전제로 했다. 따라서 판결문에 적지만 않았을 뿐 항소심 재판부도 ‘다스는 엠비(MB) 것’임을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 재판부는 국가정보원에서 넘어온 특수활동비 7억원에 대해선 4억원의 국고손실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뇌물 혐의는 1심처럼 무죄를 선고했다. 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2011년 전달한 10만달러(약 1억원)만 뇌물로 인정한 것도 1심과 같은 판단이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에게 ‘공직자 마인드’가 없음을 질타했다. “피고인은 국가원수이자 행정 수반인 대통령으로 본인이 뇌물을 받지 말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뇌물을 받은 공무원이 있다면 관리·감독·처벌해 부패를 막아야 할 지위에 있었다. 그러나 이런 지위에 따른 의무와 책임을 저버리고 공무원이나 사기업 등에서 뇌물을 받고 부정한 처사를 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피고인은 각 범행을 모두 부인하면서 이를 다스 직원이나 함께 일한 공무원, 삼성그룹 직원 등 여러 사람의 허위 진술 탓으로 돌린다. 자신의 행위에 대해 책임질 부분이 명백함에도 반성하고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매우 안타깝다”고 일갈했다. 이 전 대통령이 다시 구속된 것은 지난해 3월6일 보석으로 석방된 지 350일 만이다.

이 전 대통령은 선고 결과가 믿기지 않는 듯 한동안 허공을 바라봤다고 한다. 법정 경위가 퇴정을 재촉해도 피고인석에서 일어나질 못했다. 측근들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봤다. 7분여 지난 뒤 자리에서 일어난 이 전 대통령은 측근들과 악수를 나누며 “고생했어, 갈게”라고 말한 뒤 법정을 빠져나갔다. 고생은 측근들만 한 게 아니다. 부끄러움을 견뎌야 했던 국민의 ‘마음고생’은 누가 위로해줄까.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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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블라


감옥이 된 도시


한겨레 김혜윤 기자

한겨레 김혜윤 기자

지하철 옆자리에서 기침을 한다. 그 기침 소리를 다시 한번 더 되새겨본다. 폐에서 흘러나온 듯한 ‘거억’이 베이스음으로 깔렸던 것 같다. 자리를 일어날까 망설여진다. 옆을 흘낏거린다. 검정 마스크를 하고 있다. 하지만 ‘KF’(입자 차단 성능) 몇과는 관련 없어 보이는 마스크. 얼굴을 힐끗 쳐다본다. 무엇을 하고 계신 걸까. 대구 확진자로 인해 추가 확진자가 나온 다음날이다. 이런 날 기침을 하면서 왜 외출을 하셨을까. 아침 마스크를 두고 온 걸 원망하며 스카프를 끌어올려본다. 마을버스에 올라서는 마을버스에 구비된 손세정제로 달려갔다. 오후 사무실 저쪽에서도 누군가가 기침을 한다. 연이어 터진다. 재채기도 한다. 어제 사무실에는 사내에서도 마스크를 쓸 것을 권고하는 전자우편이 왔다. 하루 사이 두 배로 늘어난 확진자. 사무실 텔레비전에선 질병관리본부(질본)의 기자회견 방송이 나온다. 한 언론사 지국이 폐쇄됐다는 뉴스도 흘러나온다. 회사에서 하루 비누로 네 번 손을 씻었다. 대구, 여성, 60대, 이단 종교, 다단계로 의심되는 회사, 교통사고 뒤 한방병원 입원… 약한 고리를 두루 가졌다. 동선이 공개되고 확진자가 늘면서 대중은 단숨에 과녁을 찾은 듯이 들끓는다. 31번째 확진자는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다. 질본은 초기부터 “(그가) 지표자인지 감염자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단지 31번째 확진자의 존재는 우리 사회 숨은 감염자의 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질본은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해 접촉자의 감염 여부를 검사한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임상위원회는 코로나19가 무증상 감염, 전파가 가능하다는 점을 공식화한 만큼 감염자가 증상 없이 지나갔다면 감염 경로 또한 오리무중에 빠질 것이다. 누가 감염자인지 알 수 없다. 이웃이 적이다. 누구나 적이다.
코로나는 맨 처음 정치인의 악수를 금지했다. 정치인은 모르는 이와의 스킨십을 거의 유일하게 실행하고 있던 ‘도시인’이었다. 그러니 따닥따닥 살 수밖에 없는 대도시 무명의 공간에서 우리는 지나가는 사람의 얼굴을 읽지 않는다. 이제는 옆의 기침하는 아픈 사람 얼굴을 쳐다보며 미워하고, 뭔가 묻었을까봐 손세정제를 사용한다. 여름 감옥에서 뜨거운 상대방의 몸을 증오하게 된다는 게 ‘징역살이’라고 했던 고 신영복 선생의 말처럼, 도시는 그대로 감옥이 된다.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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