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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도울 거니까요

등록 2020-03-02 02:37 수정 2020-05-02 19:29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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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대구 #힘내라경북’

대구와 경북은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치료병상을 늘리고 있지만 확진자 폭증으로 치료시설은 늘 역부족이다. 의료·간호·지원 인력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대구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늘어간다. 확진자 급증 초기 시민들의 불안은 커졌고 정치권은 여야가 사태 책임 여부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하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엔 #힘내라대구 #힘내라 대구·경북 등 해시태그를 단 글이 꾸준히 올라오며 대구·경북을 응원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온라인의 응원 물결은 오프라인으로 이어졌다. 시민들은 자신이 가진 마스크를 십시일반 대구로 보냈다. 기업과 유명 연예인들은 치료·방역·구호에 필요한 돈과 물품을 매일 기부하고 있다. 감염병 재난을 다 같이 극복하자는 손길이다.

의료인력들도 앞다투어 코로나19 한복판으로 달려가고 있다. 이성구 대구시의사회 회장은 2월25일 5700명의 대구시의사회 회원들에게 ‘동료 여러분들의 궐기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보내 “지금 바로 선별진료소로, 대구의료원으로, 격리병원으로, 그리고 응급실로 와달라”고 호소했다. 이 회장은 운영 중인 병원에 휴가를 낸 뒤 보호복을 입고 치료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대구 지역 개원의원들은 자원봉사 대열에 동참하며 이 회장의 솔선수범에 바로 응답했다. 전국의 의사·간호사들도 대구로 향하고 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총괄조정관은 2월27일 정례브리핑에서 “2월24일부터 대구 지역에서 봉사할 의료인을 모집한 결과 이날 오전 9시까지 총 490명이 지원했다”고 밝혔다. 현장에 도착한 의료인력들은 밀려드는 환자와 악전고투 중이지만 묵묵히 자기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한 달째 매일 오후 브리핑에 나서 차분하게 상황을 설명하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에 대한 격려도 쏟아지고 있다.

SNS에 대구의 가게나 음식점의 식재료나 과일 등이 안 팔린다는 글이 올라오면 시민들이 앞다투어 구매하고, 대구를 비롯해 전국의 많은 건물주가 임대료를 내려 자영업자들에게 손을 내미는 훈훈한 이야기도 계속 들려온다.

얼마 전 종영한 SBS 드라마 에서 만년 꼴찌 야구단 ‘드림즈’에 부임한 신임단장 백승수(배우 남궁민)는 홀로 야구단이 가진 온갖 문제에 주목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기존 구성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오고 있었다는 ‘평범한 사실’을 깨닫는다. “그냥 우리는 우리가 하던 일 계속 잘하면 됩니다.” 백승수는 야구단 구성원들의 능력과 열정을 끌어내며 ‘혼자가 아니라 다 같이’ 문제를 하나씩 해결한다. 드라마 마지막 회는 다음과 같은 말로 마무리한다.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말일지도 모르겠다. “강한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우리는 서로 도울 거니까요.”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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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블라


마스크는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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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단지 입을 막는 한 겹의 천에 불과했다. 미세먼지 문제가 겹겹으로 닥치면서, 천과 여러 겹의 부직포가 포함된 복잡한 구조로 진화했다. 겨울에도 마스크를 쓴 그래픽의 미세먼지 예보를 보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2019년 홍콩 시위에선 표현의 자유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등장했다. 경찰이 ‘복면 금지’를 명령하자 홍콩 시민들은 “마스크를 허락하라”며 일부러 마스크를 쓰고 나타났다. 비슷하게 중국에서도 코로나19 실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가 당국의 조사를 받고, 결국 사망한 안과의사 리원량을 추모하며 다시 한번 등장했다. 마스크를 써야 하는 현실이 실제 입도 막는다는 은유다.
표현의 자유와 상관없이 마스크는 필요하다. 코로나19는 예방책이 특별히 없다. 손을 자주 씻는 것과 마스크를 써서 인체의 분비물을 서로 교환하는 것을 방지하는 게 예방책의 다다. 전 국민 1인 1마스크가 필요한 시국을 장사치들이 놓칠 리 없다. 마침 오프라인 매장에서 손님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온라인 매장도 물품을 싸고 배달할 사람이 없어 제대로 운영이 어렵다.
시장은 거의 유일하다시피 마스크에서 형성됐다. ‘10개 2만원’이란 가격도 놀라운데 몇 분 사이 더 오른다. 가습기를 팔면서 마스크를 끼워 준다. 마스크만 파는 SNS 계정이 나타나고, 홍보메일이 등장했다. 자본주의적 인간들은 실시간으로 가격이 오르자 창고 속에 일단 마스크를 집어넣었다. 정부가 나섰다. 전염병 때문에 국회를 비웠던 국회의원들도, 등원하자 ‘코로나 3법’을 제일 먼저 통과시켰다. 제1급 감염병 유행으로 의약품 등 물가가 급격히 오르거나 공급이 부족하면 보건복지부 장관이 공표한 기간에 마스크·손소독제 등 물품의 수출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수출물량제와 공용쇼핑몰 강제 배당과 판매, 1인당 5장 등의 ‘전체주의 배분’을 실시했다. 그러자 창고의 마스크도 쏟아져나온다. 전체주의 경제와 자본주의 경제가 이렇게 밀고 당기기를 한다. 보수언론은 연일 마스크 수급난이 방역 실패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표현의 자유가 넘치는 사회에 마스크가 문제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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