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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중에 그가, 흉중에 말을 하려 펜을 들었다

그가 나타난 시점
등록 2020-03-07 05:06 수정 2020-05-02 19:29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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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사회적으로 시끄럽고, 가슴 아픈 일들이 계속되는데 상황에 공감하지 못하고 튀는 행동을 하거나 논란이 될 만한 발언을 하는 이들을 비판할 때 ‘이 와중에…”라는 말을 앞에 붙이는 경우가 많다. 포털 사이트에서 ‘이 와중에’로 뉴스를 검색하면 수많은 ‘이 와중에 기사’가 쏟아진다. 별일 아닌 일에도 ‘이 와중에’가 남발돼 요새는 ‘약발’이 잘 안 먹히기도 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튀어나오는 몇몇 인사 앞에 붙는 ‘이 와중에’는 우리 사회 많은 구성원의 얼굴을 찌푸리게 한다.

3월4일 이 와중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측근 유영하 변호사(위 사진 왼쪽)를 통해 옥중 메시지를 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4천 명 넘는 확진자가 발생해 (…)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부디 잘 견뎌 이겨내시길 바란다”고 시작했지만 그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다른 데 있었다.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기존의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립니다.” 현 정부를 비판하며 미래통합당 중심으로 통합해 총선에 임해달라는 정치적 메시지다. 코로나19로 전 사회가 고통을 겪는 시기에 탄핵된 전직 대통령이 감옥 안에서 야당의 총선 전략을 제시하고, 지지층 결집을 호소한 것이다. 당장 정치권은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로 공방을 벌였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은 20대 총선 새누리당 공천에 개입한 혐의로 징역 2년이 확정돼 복역 중이어서 선거권이 없다. 공직선거법은 선거권이 없는 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정의당은 3월5일 박 전 대통령을 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매일 아침 약국과 우체국, 농협 앞에 긴 행렬이 늘어서는 이 와중에, 마스크를 매점매석하거나 폭리를 취하는 이들의 덜미가 잡혔다. 국세청은 2월25일부터 전국 마스크 제조·유통업체 275곳을 점검한 결과를 바탕으로 탈세 혐의가 있는 온라인 판매상과 2·3차 유통업체 52곳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시작한다고 3월3일 밝혔다. 아들이 운영하는 유통업체에 저가로 마스크를 넘기고 12~15배 부풀린 가격으로 판매한 마스크 제조업체, 마스크 사재기 뒤 현금거래를 유도한 온라인 판매상 등이 조사 대상이다.

박 전 대통령과 마스크를 매점매석한 이들도 있지만 이 와중에도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치매노인을, 끼니를 챙기기 어려운 아이들을, 중증장애인 등을 만나고 보듬는 사회복지사, 자원봉사자, 장애인자립센터 활동가들도 있다.

박 전 대통령과 마스크를 매점매석한 이들이 이 와중에 자신보다 어려운 처지의 이들을 보살피는 사람들 마음을 알 수 있을까. 코로나19로 불안한 사람들 마음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이들에게 사회란, 공동체란 무엇일까?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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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블라


의사 최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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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최대집은 서울대 의대를 나온 뒤 한양대 서양철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의사이지만 사회활동을 활발하게 했다. 두드러진 첫 활동은 ‘자유개척청년단’이다. 2005년 4월 만들었다. 자유개척청년단은 강정구 교수 고발, 맥아더 동상 사수 집회, 김대중 전 대통령 방북 저지 집회 등을 했다. 이 단체는 월남한 이들이 1946년 만든 단체 ‘서북청년단’을 모델로 했다고 밝혔다. 2005년 최대집은 뉴라이트청년연합 창립대회에서 공동대표로 뽑혔다.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에선 경찰 물대포에 의한 사망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박근혜 탄핵 반대 태극기 집회를 주최하면서 손석희 JTBC 사장과 문재인 대통령을 고발했다. 2017년 ‘문재인 케어 반대’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반대’를 내걸고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열었다. 2018년 한방건강보험 분리와 선택 가입, 한의과대학 폐지 등 한방의료의 경계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며 대한의사협회(대한의협) 선거에서 회장으로 당선됐다.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대한의협은 ‘중국인 입국 금지’를 여러 차례 정부에 건의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29~31번째 환자의 감염경로가 밝혀지지 않았을 때 ‘지역 감염 의심’을 경고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주요 보수언론의 정부 방역 실패 공격은 대한의협의 논평과 궤를 같이했다. 의사(醫師) 최대집은 ‘최대집 의사(義士)’가 된 듯하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대한의협 사무실을 찾아가 ‘긴급명령권 즉각 발동’을 요구하는 대정부 건의안을 발표했다(사진). 대한의협은 대한감염학회 등 의학단체로 구성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책위원회’에 자신들과 상반되는 주장을 펴지 말라는 ‘공문’도 보냈다. 결국 이 모임은 3월3일 해체됐다. 최대집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보건당국 뒤의 ‘비선 실세’ 등도 거론했다( 3월3일치 등). 3월5일 “빨갱이가 아니라 더한 거라도 필요하다면 힘을 모을 때에, 멀쩡한 전문의들을 빨갱이로 몰아 그 전문성을 발휘할 국가 자문에서까지 배제시키는 걸 보며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한 의사의 ‘의사협회 집행부들의 아집이 선을 넘었습니다’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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