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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는 말은 너무 어려워

황교안, 청와대, 국방부의 유감
등록 2019-04-06 05:50 수정 2020-05-02 19:29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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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팝스타 엘턴 존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이 5~6월 개봉할 예정이다. 음악영화 의 흥행을 재현할지 관심이 쏠린다. 그의 수많은 히트곡 중에서 〈미안해는 너무 하기 힘든 말〉(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이란 노래가 있다. 4월 첫 주, 한국 사회는 ‘미안하다’고 말하기 힘들어하는 이들로 눈살을 찌푸리거나 가슴을 쓸어내렸다.

먼저 자유한국당과 황교안 당대표의 축구장 난입 사건. 이들은 4·3 보궐선거를 앞둔 3월30일 경남FC와 대구FC 간 프로축구 경기가 열린 창원축구센터를 방문했다가, 자유한국당 로고가 새겨진 붉은 점퍼를 입고 경기장 안까지 들어와 관중석에서 손을 흔들며 선거운동을 펼쳤다. 경기장 내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의 지침을 위반한 것으로, 경남FC가 징계받는 위기에 몰렸다. 선거법 위반 논란도 불거졌다. 하지만 황 대표는 기자들에게 “선거운동 과정에서 규정을 지키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지만, 이번에 혹시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경상남도 선거관리위원회가 잘못된 안내를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는가”(4월1일 전희경 당대변인 논평)라며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한국당 한 당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경남FC 구단주가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경수 경남도지사라는 이유로 “민주당의 함정”이라는 주장까지 했다. 결국 한국당은 경남FC가 제재금 2천만원이라는 징계를 받자 “구단과 축구 팬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는 논평(4월2일 민경욱 당 대변인)을 냈다.

청와대의 ‘외제차론’도 씁쓸함을 남겼다. 김의겸 대변인 사퇴,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와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낙마에 대한 청와대의 ‘메시지’가 논란이 됐다. 4월1일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에서 조 후보자 아들이 보유한 포르셰 가격이 3500만원이 안 되고, 벤츠도 3천만원이 안 된다고 하면서 “가격 기준으로 큰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차량이 외제차라고 하는데 외국에 있으니 당연히 외제차를 타지 않았겠나. 미국에서 벤츠·포르셰를 타는 것이 무슨 문제였겠나”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결국 윤 수석은 다음날 “검증 기준을 강화하더라도 그런 문제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말한 거지, 제가 포르쉐 타는 게 뭐가 문제냐고 말하지는 않았다”고 자신의 발언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 정서를 읽지 못한다”는 비판이 계속됐다.

“미안하다”고 말하는 데 71년이 걸린 ‘사과’도 있다. 국방부와 경찰청은 71년 만에 처음으로 제주4·3에 대해 유감과 애도의 뜻을 밝혔다. 서주석 국방부 차관과 민갑룡 경찰청장은 4월3일 서울 희생자 추모 공간이 마련된 광화문광장을 방문해 헌화하고 유가족에게 머리를 숙였다. 군과 경찰은 그동안 제주4·3을 무장봉기를 진압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사과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만 ‘시효’도 없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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