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여당에 경사가 났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51%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이 5월23~25일 설문조사한 결과다. 역대 민주당 계열 정당이 얻은 가장 높은 지지율이다. 지금까지는 김대중 대통령 취임 첫달인 1998년 3월 당시 여당이던 새정치국민회의 지지율(45%)이 최고였다. 자유한국당(8%), 국민의당(7%), 바른정당·정의당(6%)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 덕분이다. 문 대통령이 ‘앞으로 잘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전주보다 1%포인트 오른 88%에 달했다. 파죽지세다.
02 야당은 맥을 못 추고 있다. 5월24~25일 인사청문회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해 청부 입법, 아들 병역 면제, 교사인 부인의 위장 전입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파고들던 자유한국당·국민의당 의원들이 ‘문자 폭탄’에 시달렸다. 김광수 의원은 “(첫날) 욕설에 가까운 문자 폭탄을 2천 건 받았다”, 박명재 의원은 “밤새 문자 폭탄 때문에 잠을 못 잤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정우택 자유한당국당 대표 권한대행은 “소위 ‘문빠’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문자폭탄은 거의 테러 수준이었다”며 당·청에 그들을 자제시키라고 촉구했다. 정 권한대행도 잠시 휴대전화 꺼놓으시길.
03 가족 생활비는 월급에서 떼라. 문재인 대통령이 ‘가계 독립’을 선언했다. 청와대는 “앞으로 (대통령의) 공식 행사를 제외한 가족 식사 비용, 사적 비품 구입은 예산 지원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사적인 지출은 세금으로 쓰지 않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조처다. 이렇게 아낀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 경비는 청년 일자리, 소외계층 지원에 사용된다. 올해만 53억원 규모다. 그동안에는 내 돈이 내 돈이고, 네 돈도 내 돈이었다는 뜻?
04 ‘인권’의 위상도 제자리를 찾는다. 국가인권위원회의 대통령 특별보고가 부활하고 국가기관 기관장 평가에 ‘인권위 권고 수용지수’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인권변호사’ 출신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대대적인 변화다. 그간 인권위는 백남기 농민 사망, 세월호 참사, 테러방지법 제정 등에 눈감아 국제인권위원회로부터 ‘등급 보류’라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검사 출신 정준길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인권위를 통해 검찰과 경찰, 인권 관련 기관을 직접 통제하겠다는 초법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인권 위에 검찰·경찰이 있다는, 그야말로 초법적 발상.
05 검찰이 바람보다 먼저 누운 걸까. 유성기업에 ‘어용노조’ 조합원들을 늘리도록 지시 개입한 혐의로 당시 현대자동차 법인과 직원 4명을 기소했다. 유성기업의 용역 폭력 사태가 벌어진 지 6년 만이다. 이는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노조를 상대로 한 부당노동 행위에 형사 책임을 물은 첫 사례이기도 하다. 주간 연속 2교대 도입을 요구하는 노조를 무력화하려는 목적으로 유성기업이 직장폐쇄, 경비용역 동원도 모자라 제2노조를 만들자, 현대차는 노조 가입 인원 목표치를 주고 가입을 독려했다. 아직 법원 판결까지 갈 길이 멀다.
06 이분 빠지면 서운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월24일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다. 난민, 기후변화를 비롯한 각종 현안의 대척점에 서 있는 이들의 만남에는 ‘역사상 가장 기묘한 조합’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교황은 “평화를 이루는 올리브나무가 되어달라”고 당부했지만, 트럼프는 “우리는 평화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받아쳤다. 그러면서도 “(오늘) 말씀을 잊지 않겠다”고 예우는 갖췄다. 정말로?
07 유럽이 또다시 슬픔에 빠졌다. 5월22일 밤 미국 팝가수 아리아나 그란데가 공연 중이던 영국 맨체스터 아레나 공연장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22명이 숨지고 116명이 다쳤다. 리비아 출신 아버지를 둔 맨체스터 토박이 대학생 살만 아베디(22)의 소행이었다. 아베디의 배후에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있는 것으로 영국·리비아 정부는 보고 있다. 아베디가 영국에서 활동하는 IS 모집책과 어울렸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틀 뒤인 24일 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버스 정류장에서도 두 차례의 자살폭탄 테러로 사상자 13명이 발생했다.
08 1135일 만에 엄마 품으로 돌아왔다. 세월호 현장수습본부는 세월호 4층 선미 좌현에서 수습된 유골의 유전자(DNA)와 치아·치열이 조은화양과 일치한다고 5월25일 발표했다. 세월호 미수습자 9명 중 단원고 고창석 교사와 허다윤양에 이어 세 번째로 확인된 유해다. 앞서 22일 수습된 유해는 이영숙씨로 추정되지만, 나머지 5명은 아직 바닷속에 있다. 엄마 이금희씨는 “미수습자 9명이 모두 나와서 함께 집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며 마음 편히 반기지도, 울지도 못했다.
09 ‘박사모’ 회장 정광용씨가 구속됐다. 정씨는 지난 3월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에 반발하는 시위를 주도해 참가자 30여 명과 경찰 15명을 다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온라인 매체 손상대 대표도 같은 혐의로 구속됐다. 정씨는 구속 직전 한 카페에 올린 글에서 “14년. 인생의 4분의 1을 한 분의 정치인을 사랑했고. 님이 계신 곳이니 그나마 다행이다. 아니 오히려 영광으로 여기겠다”고 심경을 밝혔다. 한번 박사모는 영원한 박사모.
10 정부와 재계 사이 전운이 감돈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26일 “경총도 비정규직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 중의 한 축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전날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이 “사회 각계의 정규직 전환 요구로 기업들이 매우 힘든 지경”이라며 정부의 노동정책을 강하게 비판한 것에 대한 경고로 풀이된다.
부럽다. 대만이 아시아 최초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한다. 대만 사법원은 5월24일 동성결혼을 금지한 현행법이 위헌이라며 3년 안에 법률 제·개정을 통해 동성결혼을 보장하도록 했다. 성소수자 운동의 상징인 치자웨이(59)는 “기뻐서 새처럼 뛰고 있다”며 좋아했다. 치는 1986년부터 법원에 동성결혼 공증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한 뒤 30년 넘게 무지개 깃발을 흔들었다.
부끄럽다. 3년간 소녀상을 지킨 대가는 벌금이었다. 서울중앙지법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대학생 김샘(25)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길원옥 할머니의 탄원서와 8만 명 시민의 선처 호소도 소용없었다. 김씨는 한·일 ‘위안부’ 합의 외에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위 혐의로도 기소돼, 한 달에 네 번씩 재판을 받아왔다.
마침내 촛불이 꺼졌다. 촛불집회를 이끌어온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이 5월24일 해산을 공식 선언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이라는 임무가 끝나서다. 6개월간 국민 3명 중 1명이 촛불을 들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29일까지 주말마다 23차례 열린 촛불집회에 참가한 인원은 1684만8천 명으로 최종 집계됐다. 퇴진행동은 “그간 함께했던 단체들이 촛불이 남긴 과제를 실현하는 데 앞장서겠다”며 또 다른 시작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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