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농단’과 짝을 이뤄 국민의 환멸을 사던 국정이 드디어 제 짝을 찾은 모양이다. 한국갤럽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차를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문 대통령이 5년 동안 국정 수행을 ‘잘할 것이다’라는 응답이 87%에 달했다. 그동안 문 대통령이 보여준 국정에 대한 평가다. 바른정당 이혜훈 의원은 5월17일 TBS 에서 “(문 대통령이 너무 잘해서) 무섭다”고 했다. 유시민 작가는 JTBC 에서 “요 며칠 내가 문 대통령에 대해 다 알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외로 과감한 결단력이 있다”고 했다.
02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2명의 유해가 확인됐다. 정부 합동 세월호 현장수습본부는 세월호 선체 3층 객실에서 수습한 유골의 치아와 치열이 단원고 허다윤양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수습자 최초로 고창석 단원고 교사 유해가 3년 만에 유족 곁으로 돌아갔다. 이제 세월호 미수습자는 ‘조은화, 권재근, 권혁규, 남현철, 박영인, 양승진, 이영숙’ 7명이 남았다.
03 러시아발 위기가 심상치 않다. 미국에서도 ‘탄핵’ 바람이 분다. 취임 120여 일 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탄핵 논의가 가시화되고 있다. 상황은 한국과 비슷하다. 특별검사에게 운명이 달렸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와 러시아의 내통 혐의 의혹을 수사할 특별검사로 로버트 뮬러(72)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임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검 실시를 전혀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마녀사냥’이라며 맞서겠단 입장이다. 그가 임기를 끝까지 지킬 수 있을까.
04 반성은 적극적인데, 반응은 싸늘하다. ‘보수 대통합’ 명분으로 바른정당을 탈당해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간 ‘탈당파’의 고초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청문회 위원장이던 김성태 의원은 “바른정당은 최순실 폭탄을 피하려는 도피용·면피용 정당이었다”고 했다. 청문회 스타 장제원 의원은 “100일간의 정치 모험은 완벽하게 실패했다”고 했다. 도피, 면피, 모험, 실패 모두 그들이 한 일이다.
05 문재인 정부 출범 뒤 공영언론 사장이 스스로 물러났다. 조준희 YTN 사장이다. 조 사장은 IBK기업은행장 출신으로 2015년 3월부터 사장을 맡았다. 취임부터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받았다. 보도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해고자 복직 문제에도 소극적이었다. 지속적으로 그의 사퇴를 요구해온 YTN 노조는 환영했다. 조 사장의 사임으로 공영방송의 인적 쇄신이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졌다.
06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의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김태업)는 5월18일 사업에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에게 수천만원의 금품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로 구속 기소된 박채윤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에게 징역 1년 실형을 선고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미용 시술을 하고도 기록을 남기지 않은 혐의(의료법 위반)로 기소된 박 대표의 남편 김영재 원장에게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위증한 혐의로 기소된 정기양 세브란스병원 교수와 이임순 순천향대서울병원 교수에겐 각각 징역 1년,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07 사람길이 하늘에 뚫렸다. 1970~2015년 45년 동안 차가 다니던 서울역 고가를 공중 정원으로 재생한 ‘서울로 7017’이 5월20일 개장했다. 아파트 7층 높이(17m)로 한국에서 가장 높은 공원이 된 서울로에는 1024m에 이르는 길을 따라 50과 228종의 꽃과 나무 2만4천 그루를 심었다. 꽃과 나무는 마치 식물도감처럼 구기자나무부터 회양목까지 가나다순으로 심겼다. ‘7017’은 1970년에 개통한 서울역 고가가 주변 17개의 보행로와 연결된 ‘사람길’이 됐다는 뜻이다.
08 이재현(57) CJ그룹 회장이 경영에 복귀했다. 약 4년 만이다. 그는 2013년 7월 횡령·조세포탈·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2016년 7월 형량은 징역 2년6월에 벌금 252억원으로 확정됐다. 그는 건강상의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신청이 연이어 받아들여져 107일간 수감생활을 했고, 2016년 8월12일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그는 5월17일 경기도 수원 CJ블로썸파크 개관식에 참석해 “미완의 사업들을 본궤도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09 한국 프로농구(KBL)의 ‘역사’ 주희정(40) 선수가 5월18일 은퇴했다. ‘연습벌레’이던 그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프로 입단 뒤부터다. 고려대를 중퇴하고 1997년 프로농구단 원주 나래 블루버드(현 원주 동부)에 연습생으로 입단한 그는 그해 시즌 신인왕이 됐다. 프로 생활 20년간 1029경기를 뛰었고, 단 15경기를 결장했다. 한국 프로농구에서 출장 경기, 어시스트(5734개), 스틸(1584개) 등에서 통산 1위다. 그는 은퇴식에서 “다재다능하고 멋진 지도자로 돌아오겠다”고 했다.
10 5월17일은 아이다호데이, 즉 국제 동성애 혐오 반대의 날(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IDAHO)이었다. 1990년 동성애가 세계보건기구(WHO) 국제 질병 목록에서 삭제된 것을 기념해 만들어졌다. 이날 성소수자 단체들은 “개혁적 이미지를 추구한 이들에게도 성소수자 인권은 현실의 시험대가 되며 골칫거리로 취급당했다. 차별이 아니라 평등, 혐오가 아니라 사랑이 가능한 나라를 만들자”는 내용의 ‘성소수자 혐오에 맞선 공동 선언’을 발표했다. 군검찰은 5월16일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구속된 ㄱ대위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선고는 5월24일이다.
또 하나의 ‘유리천장’이 깨졌다. 피우진 전 육군 예비역 중령이 첫 여성 국가보훈처장으로 임명됐다. 국내 첫 여성 군용 헬기 조종사였던 그는 ‘유방암으로 인해 군 복무를 할 수 없다’는 국방부의 강제 퇴역 처분에 맞서 싸웠다. 그가 펼칠 새 보훈 정책은 “보훈 가족들이 소외감을 갖지 않도록 하는 따뜻한 보훈”이다.
사사건건 정부의 발목을 잡는 야당 모습이 이런 걸까. 원내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존재감이 ‘프로 시비러’ 수준으로 전락했다. 자유한국당은 재벌 개혁 의지를 담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에 대해 ‘자기 사람 심기’, 검찰 개혁 시동으로 평가받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임명에 대해 ‘코드 인사’라고 폄훼했다. 자유한국당 정준길 대변인은 5·18 민주화운동 진상 규명 과정에서 ‘북한군 개입 의혹’이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누리꾼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 누리꾼은 “없어져도 정신 차리지 못할 당”이라고 했다.
강산이 변할 세월 동안 변함없었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투쟁이 꼭 10년을 맞았다. 부지 선정은 주민 의사를 무시한 채 밀실에서 이뤄졌고, 공사 과정은 평화적 생존권을 파괴하는 밀어붙이기였다. 절대 보존 대상이던 구럼비 바위는 파괴됐고, 제주에서 가장 살기 좋은 마을이던 강정 공동체는 갈등과 반목에 신음한다. 국책사업이란 미명하에 벌어진 10년간의 폭력. 구럼비 바위야 우리가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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