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1073일 만이다. 바다에 잠겨 있던 세월호가 떠올랐다. 3월10일 정부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파면 결정 5시간 만에 선체 인양을 전격 발표했다. 그러곤 3년여를 끌어오던 일을 순식간에 해냈다. 3월22일 오전 10시 세월호 선체 시험 인양에 돌입했고, 저녁 8시50분 선체 일부를 들어올렸다. 23일 새벽 3시 세월호가 바다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최종 인양 과정에서 선미 램프가 잘려나가는 곡절을 겪었지만 예정대로라면 3월 말 4월 초 전남 목포신항에 입항된다.
02 고대하던 세월호 인양이 이뤄졌지만 갈 길은 멀다. 급작스런 인양 결정으로 선체조사위원회조차 구성하지 못한 형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 여당이 대선 전에 세월호 조사의 주도권을 갖기 위해 속도전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몇 년을 준비해온 인양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의 열쇠인 선미 램프가 갑자기 잘려나간 것도 의혹을 증폭시킨다. 김형욱 전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조사관은 “50t짜리 문이 유실방지망 없이 열려 있었다는 것인데, 이는 해양수산부의 직무유기다. 그곳으로 뭐가 빠져나갔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03 “이렇게 꺼낼 수 있는데 단 한 사람 때문에 안 했다니 새삼 울화가 치민다.” 세월호 인양을 보고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한 사람 때문이지만 인양에 반대한 사람은 여럿이다. 김재원 당시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세월호특조위를 “세금 도둑”이라고 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역시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시절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라며 정부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중에서도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인 김진태 의원은 세월호 인양에 가장 강력히 반대한 인사이다. 김 의원은 천문학적 비용과 인양시 추가 희생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하며 “아이들은 가슴에 묻는 것”이라고 했다. 인양 결정 뒤 김 의원은 “차라리 잘됐다”는 모호한 입장을 내놨다.
04 ‘광주 학살’의 주범 전두환의 부인 이순자가 자서전 에서 “우리 내외도 사실 5·18 사태의 억울한 희생자”라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일기와 개인 기록, 대통령 재임 중 작성된 각종 기록물, 퇴임 후 5·18특별법에 따른 검찰 수사·재판 기록 등을 토대로 만들어진 자서전은 720쪽의 방대한 분량이다. 출간을 앞두고 한 종합편성채널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전두환 표창’ 논란에 대해 “그걸 전아무개가 줬으니까 집어던져야 한다는 것은 편협한 생각“이라고 발언했다.
05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3월24일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실 산하 사무실 3곳을 압수수색했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오로지 법과 원칙,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총장이 박 전 대통령 신병 처리에 관해 운을 뗀 것은 처음이다. 박 전 대통령은 3월21일 검찰에 출두해 21시간20분 동안 조사받았다. 검찰 수사팀에선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박 전 대통령은 수의를 입고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기다려야 한다.
06 방송통신위원회가 재승인 기준에 미달한 종합편성채널 TV조선에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했다. TV조선은 총점 1천 점 가운데 기준 점수 650점에 못 미치는 625.13점을 받았다. 그러나 방통위는 “추가 개선 계획을 제출하고 이행 의지를 보였다”며 조건부 재승인했다. 종편은 3년마다 재승인을 받는다. 언론시민단체들은 “종편 퇴출을 요구한 촛불 민심을 처참히 짓밟았다”며 방통위 자체를 개혁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07 더불어민주당이 3월22일 진행한 대선 후보 경선 현장 투표 결과가 유출돼 파문이 일고 있다. 결과는 각 지역 순회 경선 때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22일 저녁 7시께 득표 결과 자료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히 퍼졌다. 유출된 것은 전체 투표자의 25%가량인 1만5천여 명의 개표 결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조사위원회를 꾸려 진상조사에 나섰지만 부실한 경선 관리가 여실히 드러났다.
08 ‘모리토모학원 스캔들’은 일본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불린다. 아베 정부가 옛 군국주의식 교육을 하는 우익 성향 모리토모학원에 100억원 가까운 부동산 특혜를 줬고, 이 학교는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를 새 초등학교 명예교장으로 임명한 사실이 드러났다. 아키에가 아베 총리 명의로 학교 쪽에 100만엔을 기부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학원은 새 학교 이름을 ‘아베 신조 기념 초등학교’로 정하겠다고 밝혔다. 정국은 대혼란에 빠졌다. 아베 내각 지지율이 10%포인트가량 급락하고 그의 장기 집권 계획에도 거대한 균열이 나고 있다.
09 이정미 헌법재판관이 ‘박근혜 탄핵 선고’를 끝으로 헌법재판소를 떠났다. 이선애 변호사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역대 세 번째 여성 헌법재판관이다. 이 신임 재판관은 사법연수원 21기 출신으로 1992년 판사 임관 뒤, 헌재 헌법연구관, 변호사,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으로 활동했다. 인권위 시절 개인정보 보호 강화에 반대 의견, 변호사 시절 ‘도가니법’ 반대, 친일파 후손 변호, 서울 반포동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 등이 입길에 오르고 있다.
10 유독 쓰라린 패배였다. 슈틸리케호가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6차전에서 중국에 0-1로 졌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문제로 빚어진 감정의 골이나 ‘공한증’은 논외로 치자. 당장 월드컵 9회 연속 진출이 위기다. 현재 한국은 승점 10으로 조 2위다. 3위 우즈베키스탄이 9점, 4위 시리아가 8점으로 한 경기면 뒤집어질 수 있다. 한국은 시리아, 카타르, 이란,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가 남았다. 만만한 팀이 없다.
이제 그만 올라와 집으로 가야 한다. 경기도 안산 단원고 남현철·박영인·조은화·허다윤 학생, 단원고 고창석·양승진 교사, 6살 혁규와 아빠 권재근씨, 이영숙씨. 1070여 일째 찾지 못한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9명의 이름이다.
특별수사본부가 3월24일 청와대를 압수수색했다. 우병우 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의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민정수석실 산하 사무실 3곳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청와대 경내에 들어가지 못한 채 청와대로부터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전달받았다. 청와대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검찰과 특검의 압수수색을 원천 거부한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3월21일 검찰 조사를 받았다. 파면된 그의 혐의는 13가지다. 그는 검찰 조사 21시간 가운데 조서 검토에 7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밤 11시40분부터 다음날 아침 6시54분까지다. 박 전 대통령은 2014년 4월16일 오전 10시 세월호 참사 보고를 받고 오후 5시15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나타났다. 그 사이 7시간 동안 청와대 참모들은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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