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26.4%. 대선 TV토론이 도입된 1997년 이후 최고 시청률이었다. 그만큼 4월19일 대선 후보들이 사전 원고 없이 선 채로 2시간 동안 한 최초 ‘스탠딩’ TV토론(KBS 주관)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은 높았다. 정작 토론 내용엔 알맹이가 없었다. 해묵은 북한 ‘주적’ 문제, 대북 송금 특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색깔론’만 뜨거웠다. 지지율 선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18번의 질문이 몰렸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한 번도 질문을 받지 못했다. 후보들의 자유로운 이동이나 제스처도 전혀 없었다. 토론회가 끝난 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체력장 테스트 하는 것 같았다. 무릎이 아팠다”고 말했다.
02 진퇴양난. 문재인 후보를 향한 나머지 네 후보들의 일방적 공세로 끝난 2차 대선 후보 TV토론 뒤 심상정 후보가 곤경에 처했다. 일부 정의당 당원들이 심 후보가 문 후보에게만 유독 날을 세웠다며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정의당엔 항의 전화가 빗발쳤고 일부 당원은 탈당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공격해서 정의당을 탈당한다.’ 이 무슨 웃지 못할 형용모순인가!
03 “설거지를 어떻게…. 남자가 하는 일이 있고 여자가 하는 일이 있다. 그건 하늘이 정한 것이다.” ‘설거지 발언’으로 뭇매를 맞은 홍준표 후보의 입방정이 또 도마 위에 올랐다. 홍 후보는 2005년 쓴 자서전 에서 대학 시절 짝사랑하는 여성을 꼬시기 위해 돼지 흥분제를 구해달라는 하숙집 친구의 부탁을 받고 이를 구해줬다고 적었다. 친구의 엄연한 성범죄 시도는 실패로 끝났고 홍 후보는 책에 “장난 삼아 한 일이지만 그것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검사가 된 후에 비로소 알았다”고 썼다. 홍 후보는 “직접 관여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누리꾼들은 “제정신인가? 재미로도 못 쓸 말이다” “홍준표가 아니라 흥분표다”라고 조롱했다.
04 또 한 명의 젊은이가 과도한 업무와 열악한 노동환경에 스러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CJ E&M의 케이블채널 tvN 신입 조연출이던 이한빛 PD는 2016년 10월 “하루 20시간이 넘는 노동을 부과하고… 우리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이미 지쳐 있는 노동자들을 독촉하고 등 떠미는 것은 가장 경멸했던 삶이기에 더 이어가긴 어렵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입사 9개월 만이었다. 이 PD는 드라마 제작 도중 55일 가운데 단 이틀만 쉬고, 선임 PD 등으로부터 폭언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쪽은 그의 죽음을 성격과 근무태만 탓으로 돌린다. 유가족은 CJ E&M 본사 앞에서 회사 쪽에 책임 인정과 사과를 요구하는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05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미국 시사주간지 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7년 연속이다. 명단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21세기 술탄’이란 말을 듣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철권통치를 하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도 이름을 올렸다. 세계는 지금 ‘스트롱맨’ 전성시대다.
06 검찰이 박근혜씨를 4월17일 기소했다. 범죄 혐의는 18개이며, 공소장에 적힌 뇌물수수 금액은 592억원이다. 박씨에게 적용된 죄명은 뇌물수수, 직권남용·귄리행사방해 등이다. 첫 번째 재판은 대선 전인 5월2일 열린다. 이날은 공판준비기일이기 때문에 박씨가 출석할 의무는 없다.
07 4월15일 내전 중인 시리아에서 주민 호송 버스에 폭탄테러가 벌어졌다. 126명이 숨졌다. 어린이 희생자는 최소 68명에 이른다. 유엔 시리아 특사는 기자회견에서 테러범이 국제 구호단체 직원으로 위장해 먹을 것을 나눠주는 척하다 폭탄을 터트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선 4월1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선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에서 발생한 화학무기 공격을 규탄하는 결의안 표결이 있었지만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고 중국이 기권해 부결됐다.
08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대통령제 개헌안을 통과시켜 강력한 권력을 쥐고 장기 집권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의원내각제 체제의 터키에서 국무총리였던 그는 개헌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도입해 당선됐다. 그는 이어 형식적 대통령제를 의회 해산권까지 가지는 제왕적 대통령제로 바꾸는 개헌안을 내놨고 4월16일 국민투표로 통과시켰다. ‘형제의 나라’라고 익숙한 느낌이 드는 것은 기분 탓?
09 2015년과 2016년 처참한 테러 참사를 당한 프랑스 파리가 또다시 테러 공포에 휩싸였다. 대통령선거 1차 투표를 사흘 앞둔 4월20일 밤, 파리의 심장부 샹젤리제 거리에서 총성이 울렸다. 지하철 9호선 프랭클린루즈벨트역과 조르주상크역 사이 대로에서 테러 용의자가 갑자기 자동차에서 내리더니 정차한 경찰 순찰차량에 사격을 가했다. 경찰관 한 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고 2명은 중상을 입었다. 용의자는 경찰의 대응사격으로 숨졌다. 테러 직후 이슬람국가(IS)는 을 통해 자신들이 사건을 주도했고 용의자는 벨기에 출신 IS 조직원 아부 유시프라고 공개했다.
10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영웅이 되고, 리오넬 메시는 무너졌다. 유럽챔피언스리그 파리 생제르맹과의 16강 2차전에서 6-1 승리의 대역전극을 연출한 FC 바르셀로나에 두 번째 ‘캄프누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4월19일 홈에서 벌어진 이탈리아 유벤투스와의 8강 2차전에서 메시의 FC 바르셀로나는 한 골도 뽑지 못하는 무력한 경기를 펼치면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메시의 앙숙 호날두는 전날 바이에른 뮌헨과의 8강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맹활약으로 7시즌 연속 팀 4강 진출을 이끌었다. 호날두는 챔피언스리그 개인 통산 100골이란 대기록도 세웠다.
시리아 출신 사진작가이자 인권활동가인 아브드 알카데르 하바크는 4월15일 시리아 알레포 근처 테러 현장에서 폭발 충격으로 정신을 잃었다. 깨어난 그의 눈앞에 아이들이 죽어가는 ‘생지옥’이 펼쳐졌다. 한 아이의 손이 움직이는 것을 확인한 그는 아이를 끌어안고 앰뷸런스를 향해 달렸다. 그가 아이를 필사적으로 구조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은 전세계를 감동시켰다. 하바크가 주저앉아 오열하는 모습도 담겼다. “다른 아이한테 달려갔는데 이미 숨이 멎었어요.”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에 ‘한반도 안보’가 농락당했다. 미국 태평양사령부는 4월8일 싱가포르를 출항해 한반도가 있는 서태평양으로 향한다고 발표했다. 칼빈슨호의 항로 변경은 북한을 염두에 둔 미군의 무력시위로 여겨지면서 한반도 전쟁 위기가 고조됐다. 하지만 칼빈슨호는 한반도 반대쪽인 인도네시아 남쪽으로 움직인 것으로 확인됐다.
탈서울을 넘어 탈수도권이다. 4월19일 통계청은 2010~2015년 수도권으로 들어온 인구가 238만7천 명이고, 수도권을 떠난 인구가 255만 명이라고 발표했다. 수도권 인구이동이 16만3천 명 순유출로 나타난 것이다. 통계청에서 인구이동을 집계한 1970년 이래 수도권에서 순유출이 관찰되기는 처음이다. 그동안 서울에서 빠져나간 인구를 경기도가 대부분 흡수했는데 그 양상이 달라졌다. 정부청사가 들어선 세종시로 9만5천 명, 제주로 2만3천 명이 순유입됐다. 경기도로만 보면 여전히 34만3천 명 순유입이지만, 5년 전의 55만7천 명보다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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