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4월26일 새벽 경북 성주 골프장에서 기습 군사작전이 펼쳐졌다. 주한미군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핵심 장비인 차량형 사격통제레이더, 교전통제소, 이동식 발사대 등을 반입했다. 경찰 8천여 명이 주민들을 막아섰고 10여 명이 다쳤다. 환경영향평가 등 사전 절차는 무시됐다. 미국 정부는 열흘 전까지 “사드 배치는 (한국의) 다음 대통령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했다. 완벽하게 뒤통수를 쳤다.
02 사드는 공짜가 아니었다. 기습 반입 이틀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청구서를 내밀었다. 트럼프는 와 인터뷰해 “사드는 10억달러(약 1조1337억원) 시스템이다. 매우 경이롭다. 하늘에서 바로 미사일을 격추한다”며 “한국 정부가 돈을 지불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기습 사드 배치의 책임자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지목된다.
03 대선 막바지 뒷심이 달리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발목을 포괄임금제가 붙잡았다. 포괄임금제는 연장·야간근무 등 시간외근무 수당을 급여에 포함해 일괄 지급하는 제도로 장시간 노동의 원인이다. 안 후보는 4월25일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불평등 해소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장시간 저임금 해소 문제다. 안랩이 임금계약을 포괄임금제로 했다”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말에 “저는 경영에서 손 뗀 지 10년도 넘었다. 경영에 관여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안랩은 안 후보가 대표이사로 있을 때부터 ‘연 600시간분의 시간외근무 수당이 포함돼 있다’는 조항이 있는 연봉 계약을 체결했다.
04 바른정당발 보수 후보 단일화는 불가능한 작전이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적폐 세력’ 오명에 시달리는 자유한국당과 손잡기 어렵다. 호남 기반을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도 완주를 고집하는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를 붙잡을 이유가 없다. TK(대구·경북)에서 유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배신자 프레임에 갇혔다. 안 후보와의 통합도 이해득실이 복잡하다. 4월23일 TV토론에서 안 후보를 향해 “조잡하다”고 한 말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그 와중에 바른정당 이은재 의원이 4월28일 “좌파 후보를 저지하기 위해서”라며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갔다. 비열한 거리에 의리는 없다.
05 삼성전자가 4월27일 지주회사를 포기했다. 2016년 11월부터 검토하던 계획이었다. 지주사 전환은 삼성 경영권 승계의 핵심 과제였다. 대외적으로는 지주회사 전환이 삼성전자의 사업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에서라고 알려졌다. 이날 이사회에서 자사주 13% 소각을 결정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된 상황에서 지배력 강화를 위한 지주사 전환은 여론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정무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06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안철수 후보 지지 선언은 예견된 것이었다. 민주당에서 탈당한 이언주 의원에 이어 최측근 최명길 의원까지 국민의당행을 결행한 것만으로 김 전 대표의 갈 곳은 정해졌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김 전 대표는 4월28일 여러 언론에 “안 후보가 (임기 단축 개헌에) 뜻이 있더라. 통합정부안을 짜서 주겠다”고 했다. 안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김 전 대표에게 개혁공동정부 준비위를 맡아달라고 부탁드렸다”고 했다. 김 전 대표는 2012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당선, 2016년 민주당 승리를 이끌었다. 2017년 대선, 안철수 후보 택한 노정객은 이번에도 승리의 깃발을 꽂을 수 있을까.
07 4월26일 MBC는 이덕영·곽동건·전예지 기자에게 징계를 통보했다. 이 기자는 출근정지 10일, 곽 기자와 전 기자는 근신 7일. MBC 막내 기자인 이들은 지난 1월 유튜브에서 “MBC가 다시 정상화될 수 있도록 포기하지 말아달라. 한 번만 더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당시 동영상을 본 선배 기자 90여 명이 답하는 동영상을 올려 호응을 얻었다. 동영상을 올린 지 4개월이 지나 MBC는 돌연 회사의 임직원을 근거 없이 비방하고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징계를 결정했다. 막내 기자 3명과 송 PD는 징계 재심을 신청할 계획이다.
08 세월호 선체 수색 10일 만에 미수습자 흔적에 다가섰다. 해양수산부는 세월호 4층 선수에서 단원고 2학년6반 박영인군의 교복 상의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수색 후 처음 나온 미수습자 유류품이다. 단원고의 만능 스포츠맨으로 꼽히던 영인군은 “아들이 원하는 축구화를 사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고 절규하던 부모님이 전남 진도 팽목항에 축구화를 놓고 기다리던 학생이었다. 영인군의 교복 외에 300점 이상 유류품이 수습됐다. 선체조사위원회는 조타실에서 침로기록장치를 확인하며 수색을 이어갈 계획이다.
09 “표현의 해방구 문을 활짝 열겠다.”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가 4월27일 개막했다. 5월6일까지 이어지는 영화제 슬로건은 ‘대안과 독립’이다. ‘블랙리스트’ 파문으로 얼룩진 박근혜 시대가 끝났음이 느껴지는 기치다. 58개국 229편의 영화가 상영되는 영화제는 사상 최대 규모다. 5월 첫쨋주 징검다리 휴일이 있어 많은 관객이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10 전 국민의 사랑을 받은 가 독일그룹 ‘블랙 푀스’의 노래 (Drink doch eine met)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샀다. 이 노래를 작사·작곡한 가수 전인권씨는 그동안 논란에 침묵하다 4월28일 페이스북에 “나는 곧 독일로 갈 예정”이라며 “일단 그 곡을 만든 사람 입장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원하는 것을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표절 판단과 별개로 이번 논란은 전씨가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견해가 알려진 뒤 시작돼 마녀사냥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심블리’가 떴다. 4월25일 진행된 4차 TV토론이 결정적 ‘한방’이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동성애 반대’ 발언이 끝나자마자 ‘1분 찬스’를 활용해 “동성애나 성적 지향은 찬성하거나 반대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경제·안보 분야 토론에서도 전문성과 개혁성을 드러냈다. 이튿날 1억원 넘는 후원금이 몰렸고 200~300명이 당원으로 가입했다. 4월28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선 지지율이 7%로 뛰었다. 심 후보는 “일단 홍준표 후보를 제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강철수’가 불안하다. 지지율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더블 스코어’ 차이로 벌어졌다. 4월 28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지지율은 24%를 기록했다. 문 후보(40%)의 절반 수준이다. 보수층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TV토론 부진, 잇따른 의혹 검증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겨우, 100일이다. 4월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았다. 취임 직후부터 경악스러운 공약을 밀어붙였으나 법원·의회·여론에 가로막혔다. 반이민 행정명령, ‘오바마 케어’ 폐지, 멕시코 국경 장벽 착공 등이 대표적이다. ‘요란한 빈수레’에 지지자와 반대자가 등을 돌렸다. 취임 100일 기준 트럼프 지지율은 44%로, 현대적인 여론조사를 시작한 이후 꼴찌다. 트럼프는 한 인터뷰에서 “작은 고치 안에 들어앉아 있는 것 같다. 경호 규모가 엄청나서 사실상 아무 데도 갈 수 없다. 더는 운전할 수도 없다”고 예전 생활을 그리워했다. 아직, 3년9개월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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