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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05-16 17:25 수정 2020-05-03 04:28

01  문재인 대통령이 빠르게 새 정부의 진용을 갖추고 있다. 국무총리에는 이낙연 전남도지사, 국가정보원장에는 서훈 전 국정원 3차장을 내정했다. 대통령비서실장에는 임종석 전 의원, 민정수석에는 조국 서울대 교수를 발탁했다. 측근을 최대한 배제한 문 대통령의 초기 인사에 여론의 평가는 일단 호의적이다.

02  갓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른다. 논공행상을 두고서다. 5월11일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의 면담을 급히 취소했다. 공식적으로는 일정 문제 때문이라지만 내각과 대통령비서실 수석 등 인사 문제에 대한 추 대표의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12일 당무위원회를 열고 당의 인사추천권을 공식화하기 위한 당헌 개정에 나섰다. 집권 초기 파워게임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03  김수남 검찰총장이 5월11일 사의를 표명했다. 시점이 입길에 올랐다. 조국 서울대 교수가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에 임명된 직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 고위 관계자는 “민정수석 임명과는 무관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뒤부터 사표 낼 생각을 계속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제 총장을 내보내고 새 인물을 자리에 앉히는 부담을 덜게 됐다. 문 대통령은 12일 김 총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검찰 개혁이 ‘격랑’에 올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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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흔들리고 또 흔들렸지만 이제는 돌아와 검찰을 겨누는 가장 날카로운 칼이 됐다. 청와대는 직제 개편으로 신설된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에 박형철 전 부장검사를 임명했다. 박 비서관은 윤석열 검사와 함께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논란이 됐던 국가정보원의 대선 여론 조작 사건을 진두지휘했다가 거듭된 좌천성 인사 보복으로 끝내 검사복을 벗었다. 검찰을 잘 아는 유능한 수사 검사가 검찰의 적폐를 겨눈다. ‘검찰, 너 떨고 있니.’

05  앓던 이가 빠졌다. 5월11일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사표가 수리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이 일괄 제출한 사표 중 황교안 국무총리와 박 처장의 사표를 제일 먼저 받았다. 박 처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임명된 뒤 6년3개월 동안 보훈처 수장을 맡았다. 그동안 박 처장은 5·18 민주화운동 기념행사에서 제창을 막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양하고 민주화운동을 폄하하는 DVD를 제작해 배포하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만찬을 이유로 지각 출석하고… 아, 지면이 부족하다.

06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로 추정되는 유골이 잇따라 발견됐다. 세월호 현장수습본부는 5월12일 세월호 4층 선미에서 사람의 뼈로 추정되는 유골을 다수 발견했다고 밝혔다. 앞서 침몰 해역에서 5월5일 사람의 것으로 추정되는 뼈 1점이 수습된 것을 시작으로 10~11일 세월호 선미 좌현 쪽에서 3점의 뼛조각이 발견됐다. 미수습자 9명이 모두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빈다.

한겨레 김정효 기자

한겨레 김정효 기자

07  기획재정부가 달라졌다. 기재부는 5월12일 ‘최근 경제 동향’ 보고서에서 “추경 등 적극적 거시정책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처음 추경안(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공식화했다. 불과 20일 전인 4월22일만 해도, 개선되는 경제지표를 근거로 “추경을 편성할 필요가 없다”며 신중론을 고수한 기재부였다. 그 사이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의 ‘10조원 일자리 추경’ 공약에 발 빠르게 보조를 맞춘 것으로 보인다.

08  교육부도 바뀌었다. 지난 3년간 교육부가 매달렸던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포기한다. 5월12일 문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서다. 2015년부터 국정화를 ‘적폐’로 규탄해온 문 대통령은 교육 분야 업무 지시 1호로 ‘국정화 폐기’를 선택했다. 교육부도 운명을 알고 있었다. 앞서 정권 교체가 이뤄지기 직전인 5월9일, 홈페이지에 게재했던 국정화 관련 내용을 지웠다. 교육부가 앞으로 주워담아야 할 일은 수없이 많다.

09  미국 정가는 발칵 뒤집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월9일(현지시각)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갑작스럽게 해임했다. 당사자는 “나는 대통령이 FBI 국장을 어떤 이유 없이도 해임할 수 있다고 오래 믿어왔다”며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여당인 공화당조차 “전례 없는 조치”라고 반발했다.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러시아 내통’ 의혹을 의욕적으로 수사하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나쁜 사람’인 코미 전 국장을 찍어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10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잘 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방침을 통보했다고 영국 경제주간지 인터뷰에서 밝혔다. 는 5월11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를 두고 “힐러리 클린턴에 의한 한국과의 협상은 끔찍한 협상”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미 FTA는 농업 부문 피해와 여러 독소조항 등으로 국내에서도 반대가 거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마저도 “불공정하다”고 투덜댔다.




& 다운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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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
낭중지추. 문재인 대통령 주머니 속에 든 송곳이 밝혀졌다. 기획재정부 7급 공무원 출신 이정도 총무비서관이다. 문 대통령은 그가 재주가 뛰어나 저절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대통령과의 인연은 대단치 않다. 총무비서관은 대대로 대통령과 ‘패밀리’적 관계를 갖는 이가 맡던 자리여서 끝은 늘 구속되거나 쫓겨나거나였다. 문 대통령은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청와대를 투명하게 운영해보고 싶다”고 발탁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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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 가 스스로를 찔렀다. 조국 민정수석 어머니가 이사장인 사학법인이 ‘고액 상습 체납’ 명단에 올랐다는 기사를 자사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올렸다. 문제는 그다음부터. ‘조국 본인도 이사였고 지금은 부인이 이사라는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듯’이란 첫 번째 댓글도 가 달았다. 개인 계정으로 바꿔 달아야 했던 것을…. 댓글 조작이란 지적이 이어졌고 는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이주의  숫자


32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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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작가가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진상을 밝히는 르포르타주 를 출간한 지 32년 만에 처음 개정증보판을 냈다. 황 작가는 1985년 이 책을 출판한 뒤 열흘간 구금됐다. 당시 책을 펴낸 풀빛출판사 나병식 대표는 구속됐다. 그는 5월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정증보판 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평생 광주가 나를 놓아주지 않은 덕분에 다른 길로 가지 않고 내 문학의 특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환봉 기자·서보미 기자·김완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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