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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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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_GMO는?

법안 심사 앞서 국회의원에게 편지 보내고 직접 찾아간 ‘나는알아야겠당’

여야 의견 차이로 GMO완전표시제법은 논의 테이블에도 못 올라
등록 2016-11-11 17:07 수정 2020-05-03 04:28
10월7일 식품의약품안전처 대상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유전자변형식품(GMO) 문제를 두고 여야 의원들이 팽팽하게 맞섰다. 결국 GMO완전표시제법은 쟁점 법안으로 분류돼 법안 심사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연합뉴스

10월7일 식품의약품안전처 대상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유전자변형식품(GMO) 문제를 두고 여야 의원들이 팽팽하게 맞섰다. 결국 GMO완전표시제법은 쟁점 법안으로 분류돼 법안 심사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연합뉴스

드디어 GMO완전표시제법이 국회 ‘발의’ 단계를 넘어섰다. 10월31일, GMO완전표시제를 담은 식품위생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첫 법안이 발의된 지 넉 달여 만이다.

곧바로 공은 복지위 내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로 넘겨졌다. 전체 복지위원 22명 가운데 법안소위 위원 10명이 법안 심사의 전권을 휘두르게 된다. GMO완전표시제법이 여야 합의로 법안소위만 통과하면 일사천리로 ‘복지위 전체회의→법제사법위원회→본회의’ 단계를 밟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법안소위 위원 10명의 선택에 GMO완전표시제법의 운명이 달려 있는 셈이다.

야당 5명 찬성, 여당 5명 답변 보류·거부

은 본격적인 법안 심사에 앞서 법안소위 위원들이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궁금했다. 10월20일~11월4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소비자시민모임·아이쿱생협·한국YMCA와 함께 법안소위에 참여한 10명의 의원실에 공개 질의서를 보냈다.

질의서는 4개 문항으로 구성됐다. ① 가공 후 상태와 상관없이 GMO 원재료를 사용했다면 GMO 표시를 해야 한다. ② 생산·유통 과정에서 생산자 의도와 상관없이 우연히 섞인 GMO 허용량을 뜻하는 비의도적혼입치(표시 면제 범위)는 현행 3%에서 0.9%로 낮춘다. ③ 비의도적혼입치가 0.9% 이내일 경우 Non-GMO(비GMO) 표시를 허용해야 한다. ④ 비의도적혼입치가 0%일 경우 GMO-Free(무GMO) 표시를 허용해야 한다. 시민사회의 오랜 요구사항이다.

답변은 여야에 따라 정확히 5 대 5로 갈렸다. 권미혁·남인순·인재근·전혜숙 의원(더불어민주당)과 김광수 의원(국민의당) 등 야당 의원 5명은 모두 4개 문항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반면 여당 의원 5명은 답변을 회피하거나 거부했다. 새누리당 간사인 김상훈 의원실은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 같은 당 성일종 의원실은 “의견 수렴을 거쳐 입장을 정리하겠다”며 ‘미응답’했다. 송석준 의원은 답변서를 보내왔으나 4개 문항에 모두 ‘입장 보류’를 선택했다.

GMO 표시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출신 김승희 의원과 소아과 의사 출신 박인숙 의원은 아예 답변을 ‘거부’했다. 그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두 의원은 10월7일 국정감사에서 “식약처가 심사 후 안전한 GMO만 수입·시판을 허용해주고 있다” “GMO에 대해 떠들고 있지만 오늘도 하루 종일 먹고 있다”며 식약처 편에 섰다.

법안 심사 첫 관문부터 새누리당 의원들의 무관심과 사실상의 반대로 GMO완전표시제 처리에 경고등이 커진 셈이다. 법안소위는 관행적으로 여야 합의로 안건을 처리하는 만큼 한쪽이 끝까지 거부하면 온전한 법안 통과가 불가능하다.

의원마다 ‘행운의 편지’ 177통씩 보내[%%IMAGE3%%]

이 사태를 예견한 온라인 프로젝트 정당 ‘나는알아야겠당’은 일찌감치 온·오프라인 직접행동을 준비했다. 우선 당원들은 “올해가 가기 전에 심사라도 시작해달라”고 촉구하는 편지부터 보내기로 결정했다. 여야 의견 차이가 큰 법안일수록 심사 자체가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편지는 당원 의견 수렴을 거쳐 ‘다음 국회 때도 재선 가능한 행운의 편지(feat.GMO완전표시제)’ 형식으로 완성됐다. 온라인 개발자 협동조합 ‘빠흐띠’는 인터넷에서 몇 초 만에 의원들에게 손쉽게 전자우편을 보낼 수 있는 ‘행운의 편지 자동 발송 시스템’( up.parti.xyz/letter)을 만들었다. 당원들의 자발적 참여는 신통방통한 시스템을 만나 폭발했다. 10월21일~11월4일 1772건의 편지가 의원들에게 전송됐다. 법안소위 위원 10명이 전자우편 177통씩 받아본 셈이다.

당원들은 온라인 광장에만 머물지 않고 국회도 직접 찾아갔다. 10월24일 김세영·김수정·임성빈·최승호 당원은 경실련, 아이쿱 등과 함께 법안소위 의원실들을 돌았다. 회의 참석과 지역구 활동으로 의원들은 대부분 자리에 없었다. 대신 당원들은 보좌진을 만나 “법안소위에서 심사를 빨리 시작하라” “GMO완전표시제법을 통과시키라”고 요청했다.

특히 심사 일정과 안건 협의의 ‘열쇠’를 쥔 여야 간사 의원실 설득에 주력했다. GMO완전표시제에 찬성하는 더민주 간사 인재근 의원실과 국민의당 간사 김광수 의원실에선 “잘 협의해보겠다”고 답했다. ‘민원인’에 대한 의례적인 태도인지, GMO의 안전성을 주장해온 새누리당 간사 김상훈 의원실도 “좋은 법”이라고 긍정적으로 말했다.

그러나 박인숙·성일종·송석준 의원(새누리당), 권미혁·전혜숙 의원(더민주) 등 5명의 의원실은 “바빠서 만나기 어렵다”고 했다. 임성빈 당원은 “야당 보좌관들은 비교적 협조적이었지만 여당 보좌관들은 제대로 마주하기도 어려웠다”고 국회 방문 소감을 전했다. 최승호 당원은 “5분 남짓 짧은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보좌진에) 우리 입장을 전달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쟁점 법안’이라는 여당의 한마디에

법안 심사라도 시작해달라는 당원들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GMO완전표시제법은 복지위 전체회의에는 상정됐지만 법안소위 논의 테이블에는 올라가지 못했다. 11월1~3일 사흘간 열린 법안소위 안건으로 채택된 법안은 전체 287건(11월2일 기준) 가운데 85건에 불과했다. 결국 당원들의 1차 시도는 물거품이 됐다.

GMO완전표시제법은 왜 우선순위에서 밀렸을까. 지난 5월30일 20대 국회 개원 이후 처음 열린 법안소위에서 어떤 법안부터 논의할지는 여야 간사 협의를 통해 정해졌다. 이들은 효율적인 법안소위 운영을 위해 ‘무쟁점 법안→쟁점 법안’ 순서로 심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핵심은 법안 성격을 규정하는 과정이었다. 간사를 맡은 김상훈·김광수·인재근 의원실의 담당 보좌진들은 10월25일까지 복지위 행정실에 전체 발의된 법안에 대한 소속 정당의 입장을 보냈다. 각 법안마다 ‘쟁점 법안’ ‘무쟁점 법안’ 또는 ‘이번 법안소위에 논의’ ‘다음에 논의’라고 표시하는 방식이다.

새누리당의 의사가 결정적이었다. 김상훈 의원실은 GMO완전표시제법은 ‘쟁점 법안’이라는 의견을 행정실에 전달했다. 한 정당이라도 이견을 보이거나 정부가 반대하는 법안은 무쟁점 법안 지정이 불가능해진다.

인재근 의원실도 ‘국민의당에서 낸 법안이 올라오면 그때 법안소위에서 같이 논의하자’고 판단했다. 11월에 김광수 의원실이 추가로 법안 발의를 하면 이미 상정된 김현권·윤소하 의원 안과 묶어서 심사하자는 취지다. 김광수 의원실에선 자신들이 낼 법안과 별개로 ‘이번 법안소위에서 심사하자’는 의견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올해를 그냥 넘길 수도

언제 다시 법안소위가 열릴지는 기약이 없다. 법안소위는 잘해야 한 달에 한 번 열리는데, 그마저도 연말에는 법안 심사 대신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 예산부수법안 처리에 여야의 관심이 집중된다. 내년 초에 법안소위가 재개되더라도 새누리당과 식약처가 극렬하게 반대하거나 야 3당이 끈질기게 요구하지 않으면 또다시 심사는 물 건너갈 수 있다. 여당의 저항을 누그러뜨리고 야당의 의지를 높이는 당원들의 또 다른 특단의 행동이 필요한 때다.

법안  심사  좌우하는  ‘전문위원 검토보고서’


보고서는   거들  뿐?


GMO완전표시제법(식품위생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의 심사 우선순위에서 밀린 배경에는 국회사무처의 ‘검토보고서’가 있다. 이번에도 검토보고서는 GMO완전표시제 도입에 ‘신중론’을 폈다. 안건 순서 조정을 맡은 여야 간사는 이 보고서를 참고해 GMO완전표시제법을 ‘쟁점 법안’으로 분류한 뒤 나중에 논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향후 본격적으로 심사가 시작되더라도 보고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나 새누리당 의원들이 법안 처리를 거부하는 핑계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국회법에 따라 국회 전문위원이 작성한 검토보고서는, GMO완전표시제법이 복지위 전체회의에 상정(10월31일)되기 48시간 전인 10월29일 의원들에게 배포됐다. 법안 심사 전 의원들이 입법 배경과 제안 이유·내용,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파악하도록 돕는 절차다. 그러나 구체적인 법안 내용을 모르는 의원들은 보고서를 보고 찬반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법안 100개 중 70~80개는 보고서 의견대로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복지위의 정순임 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GMO완전표시제법 조항들에 대한 찬반 의견을 조목조목 짚었다. 우선 유전자변형식품(GMO)을 원료로 쓴 모든 GMO에는 예외 없이 표시를 의무화하자는 핵심 조항이다. 지금은 ‘제조·가공 후 DNA 또는 단백질이 남아 있는 식품’으로 표시 대상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확대하고 선택권을 보장하고자 하는 (완전표시제) 개정안의 입법 취지가 타당하다”면서도 “DNA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은 식품에 대해 GMO를 원재료로 사용했는지 과학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사후 검증·관리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적었다.
다만 GMO에 대한 국민적 불안을 인식했는지, 이번 보고서는 부정적 영향을 구구절절 설명하지는 않았다. 19대 국회인 2014년 2월에만 해도 같은 내용으로 발의된 법안에 대해 보고서에는 △과도한 규제 △소비자 물가 부담 상승 △미국과의 통상 마찰 등 온갖 반대 이유를 달았다.
현행법에 없는 Non-GMO 표시제를 도입하자는 조항에 대해 보고서는 우선 “소비자가 제품 선택시 보다 신속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소비자 선택권 증진이라는 측면에서 입법 취지가 타당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GMO를 쓰지 않은 모든 식품에 자율적으로 Non-GMO, GMO-Free를 표시하게 하자’는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제안에 대해선 “소비자에게 오인·혼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콩·옥수수 등 6개 GMO 표시 대상에 대해서만 Non-GMO 표시를 허용하되 0.9%의 비의도적 혼입치(생산·유통 과정에 의도치 않게 GMO가 섞였을 것으로 보고 표시를 면제해주는 비율)를 인정하자’는 윤소하 정의당 의원의 제안에도 반대 의견을 덧붙였다. “소비자는 Non-GMO라고 표시된 경우 GMO가 전혀 함유되지 않은 것으로 이해할 가능성이 높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그러므로 GMO 0% 함유인 경우에만 Non-GMO 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지난 4월 식약처가 행정예고해 논란을 산 내용과 일치한다.
보고서는 기계적으로 찬반 의견을 나열한 듯 보이지만, 관행적으로 ‘합의제’로 운영되는 법안소위는 이런 ‘쟁점’을 명분으로 여야 의견이 적당히 절충된 ‘반쪽짜리’ 표시제법을 통과시키거나 아예 법안 처리를 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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