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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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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먹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GMO 급식 전면 제한한 대만과 달리 지자체마다 규정 다른 한국…

아이들이 GMO 꺼리는 이유
등록 2016-12-20 20:55 수정 2020-05-03 04:28
평소 유전자변형식품(GMO)에 관심 많은 이재륜(왼쪽)·최예진 학생이 학교 급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평소 유전자변형식품(GMO)에 관심 많은 이재륜(왼쪽)·최예진 학생이 학교 급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대만에선 지난 2월 학교위생법을 개정해 모든 초·중학교 급식에서 유전자변형식품(GMO)을 한 방에 퇴출시켰다. “발육기 아이들이 매일 GMO를 먹지 않을 선택권이 없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만들어진 덕분이었다. 즉, 의무적으로 급식을 먹는 아이들을 위해선 아예 GMO를 사용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도 학교급식법 제16조에 열거된 ‘금지 식재료’에 GMO를 넣으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지만, 아직 국회에 법안 개정안조차 발의되지 않은 상태다. GMO 급식을 제한하는 일률적인 법이 없다보니 지방자치단체는 재량에 따라 조례나 지침을 만들어 비GMO(Non-GMO) 급식을 시행하고 있다.

2014년부터 초등학교 급식에 GMO 식재료를 쓰지 않는 경기도가 가장 앞선다. 이에 더해 내년부터 경기도 광명시는 초·중·고교, 부천시는 초·중학교로 비GMO 급식을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초·중학교를 대상으로 GMO 농산물 사용을 금지하는 서울시는 내년부터 GMO 가공식품도 사용하지 않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반면 대부분의 지자체는 예산 부족으로 비GMO 급식을 권장만 하는 처지다. 사는 곳에 따라 아이들이 건강한 급식을 먹는 행운이 갈리는 셈이다. GMO 급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안 먹을 방법이 있는지 아이들에게 직접 물었다.

이재륜(서울 숭례초 5)·최예진(서울 성일중 3학년) 학생은 지난 8월 국회에서 열린 ‘우리의 간식 먹거리, GMO로부터 안전한가’ 토론회의 발제자로 나섰을 정도로 GMO에 관심이 많다. 대화는 12월14일 저녁 7시 서울 성북구 마을사회적경제센터 카페에서 이뤄졌다.

“네, 오늘은 맛있었어요!”

“오늘도 급식을 먹었어요?” 질문과 동시에 두 학생이 한목소리로 외쳤다. 예나 지금이나 수요일은 ‘특식’이 나오는 날이다.

예진 수요일은 항상 맛있어요. 볶음밥이랑 우동국물이랑 구슬떡볶이가 나왔어요.

재륜 우리 학교도 수요일마다 맛있게 나와요. 오늘은 닭날개양념조림하고 죽하고 모닝빵이 나왔어요.

예진 평소 늘 불만이 있어요. 급식표를 보고 어느 날은 환호를 지르고 어느 날은 한숨을 쉬어요. 수요일이나 축제, 운동회만을 기다려요. 오늘 같은 경우는 환호를 질렀어요. 튀김, 볶음밥, 소시지. 고기 반찬 있으면 좋아하거든요. 풀만 나오면 애들이 다 그래요. “아, 오늘은 맛없겠구나.”

재륜 불만이 없어요. 매일 맛있어요. 금요일에는 과일도 나와요. 어떤 때는 과일이 다른 요일에도 나오지만 금요일에는 무조건 나와요. 학교에서 친환경 급식이라 하고 맛도 있어요. 그래도 (어떤 때는 친환경이 아니라고) 의심이 들지만 자꾸 먹게 돼요.

재륜·예진이는 서울시 친환경 무상급식 덕분에 학교에서 신선한 농·수·축산물을 먹고 있다. 그러나 어떤 원재료로 만들어진 가공식품을 먹는지는 알지 못한다. 가공식품에 대해선 아직 이렇다 할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같은 국가 안에서 살고 같은 국민, 학생인데 누구는 좋은 걸 먹고 누구는 안 좋은 걸 먹는 것도 이해 안 가요. 불공평하고 차별이에요.” -최예진

“같은 국가 안에서 살고 같은 국민, 학생인데 누구는 좋은 걸 먹고 누구는 안 좋은 걸 먹는 것도 이해 안 가요. 불공평하고 차별이에요.” -최예진

예진 학교 행사가 많을 때는 7 대 3 정도? 7이 깨끗한 거(농·수·축산물)고, 3이 그런 거(가공식품)예요.

재륜 우리 학교는 8 대 2 정도요.

예진 아이스크림이랑 음료수도 나와요.

재륜 소시지하고 순대도 나와요. 그런데 학교에서 친환경 음식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맞는 거 같아요. (소시지가) 무조건 맛있는 게 아니라 살짝살짝 맛있어요. 맛이 달라요.

예진 우리는 (가공식품) 좋아해요. 밥 먹기 위해 학교를 가니까요. 맛있으면 그냥 먹는 거죠!

급식으로 제공되는 가공식품에는 여러 식품첨가물 외에 GMO 원재료가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제1129호 ‘밥상 한가운데 GMO’ 참조). 아이들은 GMO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GMO가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 논쟁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지만 아이들은 GMO 이야기에 눈살부터 찌푸렸다(제1133호 ‘GMO 안전성 평가 끝나지 않았다’).

재륜 유전자변형 음식물. 무조건 사라져야 하는 나쁜 음식이에요.

예진 GMO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원래는 식량난 극복을 위해 유전적으로 배합돼서 (GMO가) 만들어졌잖아요. 그렇게 따지면 가난한 사람은 한 명도 없어야 하거든요. (가난한) 사람이 계속 죽어나가는 걸 보면 (GMO는) 돈 벌려고 하는 속셈으로밖에 안 보여요.

재륜 맞아요. 기아 난민 배불리 먹게 하기 위해서 GMO를 만든 거라면 왜 과자에도 들어가나요. 우리가 먹는 거에 왜 넣었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 돼요. 그리고 기아 난민이라고 그런 걸 먹어도 되나요?

예진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그걸 먹으면 위험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잖아요. 실제로 (병에) 걸린 사람도 있고요. 이걸 계속 먹고 자라면 나중에 내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그래서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재륜 저는 확실히 위험하다고 인식하고 있어요.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자꾸 (GMO를) 입에 물게 되니까. (웃음)

예진 제 동생이 아토피가 좀 심했어요. 과자나 초콜릿을 먹으면 매일 가려워서 힘들어했어요. 그래서 우리 집에선 과자나 초콜릿을 너무 먹고 싶은 날에만 먹어요. 확실히 (먹는 양을) 줄이니까 동생 아토피가 많이 나아졌어요.

“기아 난민 배불리 먹게 하기 위해서 GMO를 만든 거라면 왜 과자에도 들어가나요. 그리고 기아 난민이라고 그런 걸 먹어도 되나요?”  -이재륜

“기아 난민 배불리 먹게 하기 위해서 GMO를 만든 거라면 왜 과자에도 들어가나요. 그리고 기아 난민이라고 그런 걸 먹어도 되나요?” -이재륜

재륜 저도 과자 먹고 나서 추울 때 두드러기 생긴 적이 있어요. 엄마가 그렇게 맛있지는 않아도 몸에 좋은 주스를 많이 만들어줘서 그런 게 없어진 거 같아요.

아이들은 GMO와 비GMO를 구분하려 노력하지만 잘되지 않는다고 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은 물론 학교 급식에서도 마찬가지다. 학교 영양사 역시 GMO 가공식품 사용을 자제하려 해도 불완전한 표시제 때문에 GMO와 비GMO를 가리기 쉽지 않다.

예진 옥수수랑 어려운 영문을 한글로 바꾼 것들은 거의 GMO이지 않을까요.

재륜 과자랑 참치캔이랑 통조림 같은 거요.

예진 GMO가 널린 거 같아요. 집에서도 동생이랑 GMO 이야기를 많이 하거든요. 과자를 두고 ‘이것도 GMO겠지’ 하면서 결국은 먹게 되고. (웃음)

재륜 슈크림단팥빵하고 버터링 먹을 때 (가공식품) 뒤에 쓰인 함량 중에 처음 보는 걸 검색해보면 ‘이것도 GMO다’라는 게 있어서 구분되기는 하는데 살짝 오래 걸려요.

예진 급식 안내표에도 원산지는 나와 있어요. 볶음밥에 돼지고기가 들어 있으면 국내산 돼지고기라고 쓰여 있어요. 그런데 이 돼지가 GMO 사료를 먹여 키웠다든가 그런 건 없어요.

재륜 맞아요. 원산지만 있어요.

예진 빵이 있다고 치면 껍질(포장지)에 지방이 얼마큼 들었다고 쓰여 있잖아요. 그걸 배식할 때는 벗겨서 준단 말이에요.

재륜 (원재료) 볼 수가 없어요. 음식으로 아예 통에 담겨 있으니까요.

예진 거기(급식표)에 구구절절 다 쓸 수 없으니까 GMO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서 오늘 급식에는 뭐가 나왔다고 알 수 있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다 스마트폰 한 대씩 가지고 있잖아요.

재륜 뭐가 GMO인지 알려주면 확실히 먹는 게 줄어들 거 같아요.

가장 궁금한 점을 물었다. 아이들은 GMO를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할까. ‘인권’ ‘선택할 권리’ ‘건강하게 살 권리’라며 단호하게 거부하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역과 연령에 따라 다른 급식을 먹는 지금 상황에 대해서도 아이들은 납득하지 못했다.

예진 아니요. 그건 인권이잖아요. 자신의 건강을 지킬 권리가 있으니까요. 그거를 무시한 채 저희한테 알리지도 않고 (GMO를) 만들어서 주는 거니까 우리 권리는 계속 박탈되는 거죠.

재륜 누나랑 같은 생각이에요. 사람들에겐 원래 잘 먹어야 할 권리가 있어요.

예진 같은 국가 안에서 살고 같은 국민, 학생인데 누구는 좋은 걸 먹고 누구는 안 좋은 걸 먹는 것도 이해 안 가요. 불공평하고 차별이에요.

재륜 저는 그냥 다 똑같이 맛있고 몸에 나쁘지 않은 음식을 먹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예진 앞으로 급식을 만들 때 필요한 재료에 GMO가 들어가지 않도록 기준이나 법을 만드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조금이라도 우리가 먹어야 한다면 알려줄 의무가 있고요.

재륜 맞아요. 그리고 영양사 선생님들이 좀더 급식에 신경 써주면 좋겠어요.

예진 유치원 때부터 GMO 개념은 몰라도 ‘나쁜 식품’ ‘좋은 식품’ 이렇게라도 알려야 할 필요가 있어요. 전 초등학교 5학년 실과 시간 때 GMO에 대해 처음 잠깐 들었어요. ‘GMO는 유전자를 배합해서 만든 거다’ 이 정도로. 얼마 전에는 (중학교 3학년) 기술 시간에 GMO 개념이랑 찬성 쪽과 반대 쪽이 싸운다고 들었고요. 더 일찍 알면 좋을 거 같아요.

재륜 실과 교과서를 넘길 때도 GMO는 한 글자도 못 봤어요. 전 네이버 블로그에서 GMO를 알게 됐어요. 아직도 우리 반에는 GMO가 뭔지 모르는 아이가 많은데 6학년 때는 배우면 좋겠어요. 그래야 과자 먹는 것도 줄이고 어른이 돼도 (GMO는) 안 된다고 인식할 수 있으니까요.

반짝이는 대안을 낸 아이들은 늦은 저녁밥을 먹으러 집에 서둘러 돌아갔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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