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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 줄게 안전 다오?

식약처, 추천 절차 없이 ‘GMO 등 안전성심사위원회’에 일부 인사 장기 선임

심사위원에 몰린 연구용역, 145건 GMO 안전성 심사 탈락 사례는 0건
등록 2016-10-18 21:27 수정 2020-05-03 04:28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5년간 유전자변형식품(GMO) 관련 연구용역의 82%를 ‘GMO 등 안전성심사위원회’에서 오래 일한 교수들에게 몰아줬다. 연합뉴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5년간 유전자변형식품(GMO) 관련 연구용역의 82%를 ‘GMO 등 안전성심사위원회’에서 오래 일한 교수들에게 몰아줬다. 연합뉴스

세계 최대 유전자변형식품(GMO) 개발업체인 몬샌토는 2014년 10월31일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하 평가원)에 서류 뭉치와 파일을 제출했다. 이번에는 나비류·나방류인 인시류(鱗翅類) 해충에 저항성을 가지는 GM콩인 ‘MON87751’의 안전성을 심사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신청서를 접수한 식약처는 외부 전문가들에게 MON87751의 안전성을 판단해달라고 맡겼다. 그 외부 전문가들은 ‘GMO 등 안전성심사위원회’(이하 심사위원회)였다. MON87751이 우리 몸에 안전한지, 밥상에 올라도 되는지가 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달려 있던 셈이다.

김해영·김형진 위원 14년간 연임

은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을 통해 식품용 GMO의 인체 위해성을 심사하는 위원회 명단을 알려달라고 식약처에 요청했다. 그러나 식약처는 심사위원 20명의 성씨와 소속 단체만 공개했다. ‘권○○, 서울대학교 교수’라는 식이다. 심사위원이 노출되면 관련 기업들의 로비로 심사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를 댔다.

대신 은 송기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로부터 2001년~ 2014년 10월 심사위원회 명단 일체를 받아 분석했다. 송 변호사는 에서 2001~2010년 심사위원 명단을 공개한 이후 추가로 명단을 공개한 적이 없다.

심사위원회가 처음 구성된 2001년부터 2014년 10월까지 총 여섯 차례 위원회가 꾸려졌다. 2001~2006년 임기는 3년, 2006년 11월 이후 임기는 2년이다.

심사위원 ‘독점’은 심각했다. 김해영 경희대 교수와 김형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오창분원장은 지난 14년간 다섯 번 연임했다. 여섯 차례의 심사위원회에 모두 참여한 것이다. 식약처가 윤소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로 미뤄보면 2014년 말 여섯 번째로 연임돼 지금도 심사위원을 맡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규언 연세대 교수, 손대열 대구한의대 교수, 김욱 고려대 교수는 다섯 차례(11년), 손동화 한국식품연구원 연구원, 안강모 성균관대 교수는 네 차례(8~9년)나 심사위원에 위촉됐다.

이들은 어떻게 오랫동안 심사위원회에 머물 수 있었을까. 식품위생법 시행령은 ‘GMO 관련 학회·대학·시민단체에서 추천을 받은 사람, 식품위생 관계 공무원 중 식약처장이 위촉한 사람’을 심사위원 자격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최근 자료인 2012~2014년의 추천기관을 윤소하 의원실을 통해 받아보니, 네 차례 이상 선임된 김해영·김형진·김규언·손대열·김욱 위원을 포함한 10명의 위원은 별도의 추천기관이 없었다. 단지 ‘전문가’라는 이유로 평가원이 선임한 것이다.

평가원 관계자는 “(추천기관 없이) 전문가로 위촉된 위원들은 기본 2~3번씩 연임된 위원들로, 제일 처음에는 추천을 받았으나 (오래돼서) 어디서 추천을 받았는지 기록을 찾을 수 없다”고 윤소하 의원실을 통해 알려왔다. 심사위원회가 새로 구성되는 2년마다 거쳐야 하는 추천 절차를 일부 건너뛴 것이다. 평가원 관계자는 “(11월에 새로운 심사위원회가 구성되는데) 이번에는 그렇게(모두 추천을 받아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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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이해관계로 얽혀 있어

소수의 전문가에 의해 장기간 운영되는 심사위원회는 심사의 공정성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송기호 변호사는 “정부 스스로가 아닌 안전성심사위원회가 객관적·중립적 심사를 통한 의사결정을 하게 하자는 게 이 제도의 취지”라며 “너무 장기간 동일인이 위원을 맡으면 내부에서도 경력 차이가 발생하게 되고, 내부의 견제와 균형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가 있다. GMO 안전성 심사를 독식해온 전문가들이 식약처의 GMO 관련 용역을 싹쓸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식약처의 ‘최근 5년간 GMO 관련 연구용역 현황’ 자료(윤소하 의원실 제공)를 보면, 2012~2016년 17건의 연구용역 가운데 14건을 ‘장기’ 심사위원들이 도맡아 수행했다.

김해영 교수(14년)는 총 12억9500만원 규모의 연구용역 9건을, 안강모 교수(8년)는 총 4억8천만원 규모의 연구용역 5건을 받았다. 식약처의 연구용역이 진행된 2012~2014년 이들은 현직 심사위원이었고, 2015~2016년에 이르는 지금도 심사위원일 가능성이 높다. 김규언 교수(11년) 역시 심사위원이던 2005~2008년 식약처와 과학기술부가 의뢰한 2건(총 17억700만원)의 연구용역에 연구원으로 참여했다. 어떤 영향력으로부터도 독립적·중립적이어야 할 심사위원들이 이해관계로 정부와 밀접하게 얽혀 있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연구자는 “(식약처는) GMO과 관련해 조금이라도 부정적이거나 신중한 입장을 가진 연구자에게는 연구과제를 주지 않는다”며 “(심사위원이 연구용역을 받았다는 건) GMO 찬성론자라는 뜻이고, 그러면 당연히 (심사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고 했다. ‘GMO 옹호론자’인 식약처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해줄 만한 심사위원들에게 안전성 심사와 함께 연구용역을 몰아주고 있다는 의혹이 든다는 뜻이다. 식약처는 국내로 GMO가 수입되기 전인 1990년대 말부터 “GMO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해왔으며, 이를 근거로 ‘GMO 안전성 심사를 강화하고 완전표시제를 시행하라’는 일부 학계와 시민사회의 요구에 귀를 닫아왔다. 이에 대해 평가원 관계자는 “연구과제는 공개 경쟁으로 공정하게 선정된다”고 밝혔다.

모든 심사는 ‘서류 심사’로
유전자변형식품(GMO) 표기 의무화 투표를 앞둔 2014년 9월, 미국 하와이 옥수수 농장에서 몬샌토 직원이 일하고 있다. 미국에서 개발된 GM옥수수의 대부분은 하와이에서 시험재배된다. AP 연합뉴스

유전자변형식품(GMO) 표기 의무화 투표를 앞둔 2014년 9월, 미국 하와이 옥수수 농장에서 몬샌토 직원이 일하고 있다. 미국에서 개발된 GM옥수수의 대부분은 하와이에서 시험재배된다. AP 연합뉴스

식약처로부터 직접 연구용역비를 받지 않더라도, 심사의 독립성·중립성 논란을 낳을 수 있는 위원들이 있다.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은 정부출연 연구기관 소속 연구원들이다. 심사위원 6관왕을 차지한 김형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분원장을 포함해 매번 심사위원회에는 적게는 1~2명, 많게는 6명의 국립·정부출연 연구기관 연구원들이 선임되고 있다. 또 정우석 건국대 교수(7년)는 교수에 임용되기 전 세계적 GMO 개발업체인 듀폰(1998~2001년)을 거쳐 미국 농무성(2001~2002년)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심사위원들 사이 토론과 견제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심사위원 대부분은 생명공학·식품공학·의학·약학을 전공한 교수들로 채워져 있다. 새로운 GMO가 독성을 만들어내는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지를 과학적으로 따져보는 게 심사위원회의 역할이라는 점에서 불가피한 일이긴 하다.

그러나 농촌진흥청의 주관으로 사료용 GMO가 생명체와 환경에 위해한지를 심사하는 ‘전문가심사위원회’ 30명 가운데는 법학 연구자, 소비자단체 임·직원, 언론인이 3~4명씩 끼어 있다. 더구나 GMO의 위험성을 주장해온 김은진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도 포함돼 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새로 들어오는 (사료용) GMO의 위해성 심사는 물론 국민 정서도 고려하기 위해 다양한 위원들을 위촉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심사위원들은 어떻게 심사하고 있을까.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식약처에 모여 1시간30분~4시간 정도 회의를 한다. 식약처가 작성한 ‘2013년~2016년 8월 안전성심사위원회 회의록’(윤소하 의원실 제공)을 분석해보니 44번의 회의에 평균 13명의 위원이 참석해 4건의 안건을 논의했다. 회의 정족수인 과반(10명)이 겨우 참석한 회의도 한 차례 있었고, 직접 만나지 않은 ‘서면 회의’도 두 차례 있었다. 물론 이들 회의에서도 “(특정 GMO의) 안전성이 확인되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모든 회의에서 안전성 심사는 ‘서류 심사’로 이뤄진다. 몬샌토 같은 개발사가 직접 안전성 ‘평가’를 한 결과를 제출하면, 심사위원회는 그 자료를 근거로 안전성 ‘심사’를 한다는 뜻이다. 개발사가 내는 독성시험 결과, 알레르기 유발 시험 결과, 영양 분석 등의 자료는 평균 책자 18권(총 2만 쪽)에 이를 정도로 방대하다. 추가 실험이 필요하면 개발사에 “실험해서 데이터를 보내라”고 요청해야 한다.

유럽연합(EU), 미국 등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1차 안전성 평가는 개발사에 맡기고 있다. GMO 개발로 수익을 얻는 개발사가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수익자 부담 원칙’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연구자는 서면 심사의 한계를 말했다.

“서면 심사는 개발자가 내놓은 데이터를 믿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도 일반적으로 5~6번 같은 실험을 해서 잘 나온 데이터를 내놓는다. 그래서 한국도 유럽연합처럼 100개의 GMO에 대해 서면 심사를 한다면 그중 1~2개라도 (실험을 통해) 개발자의 데이터가 맞는지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

똑같은 서면 심사를 하더라도 한국은 안전성 심사 기준을 높게 설정한 유럽연합과는 다르다. 독성시험 기준이 대표적이다. 실험동물에게 GMO를 90일간 먹인 결과(반복투여 독성시험)를 개발사에 요구하는 유럽연합과 달리, 한국은 실험동물에게 한 차례 GMO를 투여하고 14일간의 변화를 살펴본 결과(단회투여 독성시험)만 참고하는 경우도 많다. (관련기사 'GMO 안전성 평가 끝나지 않았다' 참조)

평가원 관계자는 “국제 기준에서도 14일짜리 독성시험 결과와 90일짜리 독성시험 결과는 필요에 따라서 보도록 돼 있다”며 “14일짜리 독성시험으로도, 새로 들어간 (GMO) 단백질이 어떤 독성을 일으키는지 보는 데 충분하고, (우리도 경우에 따라) 90일짜리 시험 결과를 검토한다”고 반박했다. 또한 “승인된 일부 GMO에 대해 사후적으로 90일짜리 독성시험과 알레르기 혈청시험을 통해 직접 검증하고 있다”고 반박했다.은 심사위원회가 어떤 방식으로 안전성 심사를 하고 있는지 묻기 위해 여러 전직 심사위원들에게 전화로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식약처에 문의하라” “현직 위원에게 물어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EU는 ‘사전 예방성 원칙’ 택해

유럽연합과 한국의 심사 기준 차이는 ‘원칙’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한국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식품 안전성 평가에 ‘실질적 동등성 원칙’을 적용한다. ‘평범한 옥수수는 안전하다. 평범한 옥수수와 비교해 GM옥수수는 실질적으로 크게 차이가 없다. 그러므로 GM옥수수는 안전하다’고 전제하는 소극적인 평가 방식이다.

반면 유럽연합은 환경 전반에 대해, 잠재적 악영향을 우려할 근거가 있다면 유해성 증거가 없어도 사전에 이를 금지하는 엄격한 ‘사전 예방성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평가원 관계자는 “한국도 2008년부터 환경 위해성 심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사위원회는 2014년 10월31일 몬샌토가 제출한 GM콩 ‘MON87751’에 대한 단회투여 독성시험, 알레르기 유발 시험, 영양분석 자료 등을 두 차례에 걸쳐 살펴봤더니 “MON87751 콩은 지금까지 식품으로 섭취해온 콩과 비교하여 안전성에 문제가 없음이 확인되었다”며 7월5일 안전성 심사를 마무리했다.

이렇게 간편한 서면 심사 과정을 통해 콩, 옥수수, 면화, 카놀라(유채), 감자, 알팔파, 사탕무, 미생물 등 총 145건의 식품용 GMO 안전성이 승인됐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안전성 심사를 탈락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심사위원 이력 분석에는 ‘나는알아야겠당’의 김수정·서아람·정민수 당원이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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