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일 수도

10월31일 국회 복지위에 상정되는 GMO완전표시제법

법안소위의 사흘간 회의에서 심사 못 받으면 해 넘길 가능성 커
등록 2016-10-27 06:18 수정 2020-05-02 19:28
19대 국회인 지난해 1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들이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20대 국회의 상임위 법안소위 회의는 10월 말부터 열린다. 한겨레 이정우 선임기자

19대 국회인 지난해 1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들이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20대 국회의 상임위 법안소위 회의는 10월 말부터 열린다. 한겨레 이정우 선임기자

9월5일 시민단체들은 ‘GMO완전표시제법’을 입법청원했다. 8월16일 윤소하 의원(정의당)은 ‘나는알아야겠당’ 당원들의 의견을 반영한 법안을 발의했다. 6월20일 김현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가장 먼저 법안을 냈다. 그로부터 꼭 넉 달이 지났다. GMO완전표시제법은 국회의 어디쯤 있을까.

개원 뒤 5개월간 국회 상정된 법안은 0건

GMO완전표시제 도입을 담은 식품위생법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이하 복지위)의 문턱에 걸려 있다. 국회의장이 새로 발의된 법안을 복지위로 넘겼으나(회부), 그 법안이 위원회의 공식 안건으로 채택(상정)되지는 못한 상태다. 법안 심사의 첫 관문으로 들어가지도 못한 셈이다.

GMO완전표시제법만 푸대접을 받은 건 아니다. 10월19일 현재 복지위에는 단 한 건의 법안도 상정되지 않았다. 20대 국회가 문을 연 5월30일 이후 발의된 법안 249건이 심사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복지위가 특별히 불량 상임위인 것은 아니다. 국회 16개 상임위에 발의된 총 2532건의 법안이 모두 ‘대기’ 상태다.

국회법 제59조는 법률 개정안 15일, 법률 제정안 20일 등 ‘숙려 기간’이 지난 법안은 ‘30일’ 뒤 처음 열리는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 자동 상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여야 합의로 법안 상정을 모두 미룬 것이다. 그동안 여야는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처리에 따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단식과 국정감사 보이콧,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된 권력형 비리 의혹,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공방 등으로 날선 대치를 벌였다.

개원 첫해의 현실적 제약도 있었다. 5월 말 국회에 입성한 국회의원들이 6월 상임위원회 배정·정부 업무보고, 7월 여름휴가, 8월 2015 회계연도 결산 심사, 9월 국정감사의 일정을 소화하다보니 법안 심사에 집중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드디어 복지위 국정감사 마지막날인 10월14일, 양승조 보건복지위원장과 김상훈 새누리당 간사,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간사, 김광수 국민의당 간사는 밀린 법안들을 상정할 ‘디데이’로 10월31일을 선택했다. ‘10월26~28일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의 2017 회계연도 예산안 심사→10월31일 전체회의에서 예산안 의결·법안 상정→11월1~3일 법안심사소위원회의 법안 심사’ 일정을 정한 것이다. 상임위원장은 교섭단체(20명 이상 소속 의원을 가진 정당)별로 1명씩 정해진 간사와 모든 의사 일정, 안건 등을 협의해 정하도록 규정한 국회법에 따른 절차다.

10월31일 열리는 복지위 전체회의는 하루 동안 속전속결로 진행된다. GMO완전표시제법은 다른 248건의 법안과 함께 양승조 위원장의 선언으로 공식 상정된다. 다음 순서인 ‘제안 설명’은, 법안을 대표발의한 김현권·윤소하 의원이 직접 하지는 않는다. 서면으로 대체된다.

GMO완전표시제법에 대한 국회사무처 전문위원의 ‘검토결과 보고’로 본격적인 심사 과정은 시작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담당하는 입법조사관(5급)이 쓰고 전문위원(2급)이 최종 검토해 법안 상정 48시간 전에 의원들에게 돌린 보고서다.

이 보고서를 보면 GMO완전표시제법의 운명을 가늠할 수 있게 된다. GMO완전표시제법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하는 의원들은 관행적으로 ‘입법이 타당하다’ 또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검토보고서의 결론을 본 뒤 마음을 정할 가능성이 높다.

19대 국회에선 법안소위에 1년9개월 걸려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9대 국회인 2013년 5월 홍종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했던 GMO완전표시제법의 운명 역시 검토보고서의 ‘조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 검토보고서는 “개정안의 내용 가운데 GMO 법적 용어 통일은 타당하나 표시 의무 강화와 관련해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부정적 결론을 내렸다.

결국 지난해 말 본회의를 통과한 GMO완전표시제법으로 GMO 용어는 통일됐지만 표시제를 강화하는 성과는 크게 거두지 못했다. 그로부터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터라 전문위원들이 ‘GMO완전표시제 도입이 타당하다’는 정반대의 결론을 내리기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19대 국회 때 작성한 검토보고서를 참고는 하지만 결론이 다를 수도 있다. 아직 정해진 게 없다.” 담당 입법조사관의 말이다.

그러고 나선 대체토론도 뒤따른다. 249건의 법안이 법안심사소위원회(이하 법안소위)로 넘어가기 전에 복지위원 누구나 안건 전체와 관련해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당부하는 과정으로 대부분 싱겁게 끝난다. 복지위원들이 정치 현안이 아닌 GMO완전표시제법을 콕 찍어 토론을 벌일 가능성은 낮다.

관건은 11월1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법안소위 회의에 GMO완전표시제법이 안건으로 오를지다. GMO완전표시제 법안이 여야 간 의견 차이가 전혀 없는 ‘무쟁점 법안’으로 분류되면 이 기간 안에 심사대를 가뿐히 통과할 수 있게 된다. 효율적인 회의 운영을 위해 ‘무쟁점 법안→쟁점 법안’ 순서로 심사를 진행하는 관행 때문이다. 법안소위 첫날인 11월1일에는 무쟁점 법안을 일사천리로 통과시키고 이튿날부터는 쟁점 법안을 하나씩 논의하는 식이다.

그러나 GMO완전표시제가 무쟁점 법안으로 선택받는 ‘행운’을 누릴 가능성은 없다. 여야 간사 의원실에선 “GMO완전표시제법은 쟁점 법안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지난 십수 년간 여야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주무 부처인 식약처의 반대도 강하다는 이유를 댔다.

이에 대해 현재 1차적으로 법안의 성격을 분류하고 있는 복지위 행정실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명시적으로 쟁점 법안, 무쟁점 법안이 구분되는 건 아니다. (다만 우리가) 입법조사관이 검토보고서의 초안을 보고 (법안의 성격을 정리하면) 여야 간사 의원실에서 추가로 조정해 안건 목록을 만든다.”

쟁점 법안 중에서도 앞 순서에 논의될지도 중요하다. 그러나 10월7일 국정감사에서 여야 간 벌어진 ‘GMO 안전성 격론’에 비춰보면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음에 열리는 법안소위를 기약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 안에 두 번째 법안소위를 열지에 대해선 여야 간사가 합의하지 않은 상태다.

법안소위마다 “골치가 아프니 나중에 논의하자”고 계속 미루다가 1∼2년을 흘려보낼 수도 있다. 19대에선 GMO완전표시제법이 ‘반쪽짜리’나마 법안소위를 통과하기까지 무려 1년9개월이나 걸렸다.

새누리당이 반대하면 ‘완전’표시제는 어려워

우여곡절 끝에 GMO완전표시제법이 법안소위 심사대에 오르더라도 ‘완전한’ 형태로 통과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관행적으로 법안소위는 쟁점 법안의 의견 차이를 최대한 좁혀 만장일치로 의사를 결정한 뒤 상임위원회 전체회의로 넘겨왔다. 대신 끝까지 반대하는 의원들은 회의록에 ‘소수의견’을 남기는 방식으로 의사표현을 한다.

물론 법안소위의 재량으로 표결에 부칠 수도 있다. 현재 법안소위는 새누리당 5명, 더불어민주당 4명, 국민의당 1명으로 구성돼 있어 야당이 표 대결에서 불리하지도 않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이 ‘복지위 파행’을 감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야당 간사 의원실 관계자는 “야당 의원들이 상임위를 파행시키면서까지 GMO 법안을 처리할 것이냐는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독자  퍼스트  언론,    정기구독으로  응원하기!


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인터넷신청▶ http://bit.ly/1HZ0DmD
카톡 선물하기▶ http://bit.ly/1UELpok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