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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나는알아야겠당

GMO 공부부터 강령·행동수칙 토의·합의까지… ‘나는알아야겠당’ 창당 파티 현장 중계
등록 2016-09-17 07:50 수정 2020-05-02 19:28

샴페인은 제때 터지지 못했다. 국내 최초 온라인 프로젝트 정당 ‘나는알아야겠당’의 창당 파티가 예정된 9월5일 ‘저녁 7시’를 불과 5분 남겨둔 시각. 이미 4시간 전부터 파티장에서 손님 맞을 준비를 하던 창당준비위원회(창준위) 소속 김수정·채봉정 당원과 , 온라인 개발자 조합 ‘빠흐띠’는 망연자실했다. 눈앞의 좌석 40석은 텅텅 비어 있었다. “창당은 물 건너갔구나”라는 한탄이 터져나올 때쯤, ‘10분의 기적’이 일어났다.

강원도 춘천에서 혼자 2시간 넘게 전철을 타고 온 중학생 유정현 당원, 경기도 분당에서 회사일을 마치고 온 직장인 당원, 초등학생 두 자녀의 손을 잡고 온 주부 당원 등 곳곳에서 달려온 당원들이 순식간에 자리를 채워줬다. 좌석이 부족해 간이의자도 동원됐다. 그렇게 당원들의 폭발적인 박수로, 알아야겠당의 창당 파티가 서울 마포구 동교동 ‘미디어카페 후’에서, 조금 늦었지만 아주 성대하게 막을 올렸다. 파티 사회는 안수찬 편집장이 맡았다.

오직 GMO완전표시제법 통과를 위하여

알아야겠당의 창당 파티엔 없는 게 많았다. 기존 정당의 전당대회에 빠지지 않는 우렁찬 팡파르도, 반짝이 폭죽도, 귀한 손님도 없었다. 대신 알아야겠당엔 ‘핫핑크’가 있었다. 핫핑크는, 앞서 창준위가 ‘유쾌하고 진지한 시민정치 실험에 어울리는 색이 뭐가 좋을까’라는 고민 끝에 정한 당의 색깔이다.

일부 당원들은 핫핑크 재킷과 바지를 입거나 핫핑크 매니큐어, 립스틱을 칠한 ‘핫핑크 드레스 코드’로 파티장에 나타나 시선을 사로잡았다. 창준위도 핫핑크 선물을 준비했다. 핫핑크의 당 배지와 스티커였다. 배지와 스티커에는 당 로고도 새겨넣었다. 망원경, 돋보기, 확성기를 든 귀여운 캐릭터는 국회·정부를 감시하고 제 목소리를 내는 시민들을 형상화했다.

오로지 ‘GMO완전표시제법’ 통과를 목표로 모인 알아야겠당 당원들은 GMO 공부부터 시작했다. 오랫동안 GMO완전표시제 도입을 주장해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정의센터 박지호 간사가 “연간 200만t이 넘는 GMO가 식용으로 수입되고 있지만 (엉성한 표시제 탓에) 소비자들은 매일 GMO 식품인지 알지 못하고 먹는다”며 현실의 심각성을 알렸다.

이어 박 간사는 “국내 식품산업 규모가 164조원에 이르다보니, 산업 활성화에 목맨 식품의약품안전처는 GMO완전표시제 도입에 너무나 소극적이었고 국회 논의도 식품기업의 엄청난 로비에 가로막혀왔다”며 GMO완전표시제법이 십수 년째 표류해온 과정을 소개했다. 지금부터라도 소수의 활동가가 아닌, 알아야겠당 당원을 포함한 일반 시민들이 국회와 식품기업을 온·오프라인으로 압박한다면 의외로 법안이 쉽게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박 간사는 기대했다.

국내 최초 온라인 프로젝트 정당의 탄생이 한국 저널리즘에 시사하는 의미에 대해선 안수찬 편집장이 설명했다. 알아야겠당은 의 국회 입법 추적 프로젝트 ‘바글시민 와글입법’ 기획이 제안한 ‘시민정치 실험’ 가운데 하나였다. 안 편집장은 “지금까지 한국 언론의 정치 보도 가운데 상당수는 특정 정파에 근거한 의견과 주장을 앞세워 엘리트 정치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중계하는 식이었다”며 “정치인들을 무대에서 내려보내고 시민들을 무대에 올려야 언론이 민주주의에 기여한다고 생각해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회에만 맡기지 않는당’
9월5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미디어카페 후’에서 국내 최초 온라인 프로젝트 정당 ‘나는알아야겠당’의 창당 파티가 열렸다. 정용일 기자

9월5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미디어카페 후’에서 국내 최초 온라인 프로젝트 정당 ‘나는알아야겠당’의 창당 파티가 열렸다. 정용일 기자

온라인 기반 정당의 핵심인 온라인 플랫폼을 만든 빠흐띠의 권오현 대표는, 시민들이 일상에서 스마트폰으로 토론하고 의사결정하는 디지털 숙의민주주의(심의민주주의)에 대한 상상을 당원들과 공유했다. “‘정치’라고 하면 우리는 ‘의회’를 떠올린다. 그러나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만나는 공론의 장에서 발언하고, 국회와 행정부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행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시민들이 (쉽게) 모임을 만들고, 모임에서 나온 제안을 다 같이 논의하고, 이슈에 투표도 하고, 이슈에 대한 자료도 모으는 광장을 만들려고 한다.”

창당 파티의 하이라이트는 알아야겠당의 강령 초안을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창준위원들이 사전에 마련한 강령 초안에는 알아야겠당의 분명한 활동 목표(‘GMO완전표시제법의 탄생을 위해 뭉쳤당. 불꽃처럼 활동하고 연기처럼 사라진당’), 디지털 기반 정당의 정체성(‘알아야겠당은 온라인 광장에서 수다 떨고 투표한당’), 시민정치의 의지(‘국회에만 맡기지 않는당. 정치인에게만 맡기지 않는당’)가 고루 담겼다. 강령과 행동 수칙은 모두 온라인 정당의 발랄함이 돋보이는 ‘당체’로 쓰였다. 당원을 대표해 강령을 읽던 김수정 당원도, 이를 듣던 당원들도 키득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당원들은 강령과 행동 수칙 초안에 대해 여러 질문을 던졌다. “대형마트에 가면 수입과자나 수입맥주에 Non-GMO(비GMO) 표시가 스티커로 가려져 있어요. 이런 것도 찾아내는 건가요?”(행동수칙 ‘마트에 가면 GMO 표시가 있는지 찾아본당’ 관련), “건강하게 산다는 건 GMO를 아예 먹지 말자는 건가요?”(행동수칙 ‘건강하게 산당’ 관련)

충분한 토론이 필요한 대목을 짚어낸 당원도 있었다. “GMO가 안전한지 아닌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고 들었어요. 개인적으로는 내가 먹는 GMO가 내 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령 초안에 나온 ‘GMO가 안전한지 아닌지는 상관없당. 우리 먹거리에 GMO가 포함되었는지 아닌지 알아야겠당’ 부분을 두고 한 말이었다.

애초 창준위는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는 측면에서 무조건 GMO완전표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취지로, ‘GMO가 안전한지 아닌지는 상관없당’이라는 대목을 넣었다. 그러나 GMO가 과학적으로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당원들도 있을 것이다. 이에 안수찬 편집장은 “큰 문제가 없다면 일단 이 자리에서 강령을 통과시키고, 안전성 문제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좀더 논의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당원들은 큰 함성과 박수로 알아야겠당의 강령과 행동수칙을 통과시켰다. (GMO 안전성 문제를 강령에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한 토론은 장커뮤니티인 do.parti.xyz의 ‘살림하장’에서 할 수 있다.)

불꽃처럼 활동하장

약 3시간 동안 진행된 창당 파티에선 당조직도 결정됐다. 당 지도부 없이 수평적·기능적으로 활동할 △발굴하장(우리 곁의 GMO 찾기) △찾아가장(국회 압박) △알리장(시민들과의 소통) △외국보장(해외 사례 연구) △살림하장(당비 관리) 등 5개의 ‘장’이 추인을 받았다. 당원들은 자신이 원하는 1개 이상의 ‘장’을 선택했으며, ‘장원’ 간 연락을 도울 ‘장장’(장 대표) 5명도 박수로 선출됐다.(관련기사 '우리 장, 같이 하장' 참조) 파티는 끝났고 창준위는 흩어졌다. 이제 639명의 당원들이 불꽃처럼 활동할 시간이다.

디지털  액션  작당소에  가입해주세요

‘두(DO) 빠띠’로  GO!

① 업빠띠 메인 화면(왼쪽) ② 두빠띠 메인 화면

① 업빠띠 메인 화면(왼쪽) ② 두빠띠 메인 화면

나는알아야겠당 홈페이지 ‘업빠띠’( up.parti.xyz)가 개편됐다(①). 당 색깔인 ‘핫핑크’로 옷을 갈아입은 것은 물론, 20대 국회에 발의된 GMO완전표시제 법안들을 모아보면서 법안에 대한 의견 댓글을 달 수 있다.

가장 큰 변화는 5개 장이 그룹별로 모일 수 있는 ‘두빠띠’( do.parti.xyz) 페이지가 생긴 것(②). 웹페이지 주소에 ‘DO’를 넣은 것은 추후 당의 액션을 강조하는 의미로, 김수정 창준위원의 아이디어이다. 두빠띠에서 당원들은 토론, 찬반 투표, 자료 공유 및 위키(웹에서 여러 이용자들이 협업해 콘텐츠를 만드는 형식)를 활용해 온·오프라인 액션을 도모할 수 있다.

업빠띠, 두빠띠 모두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기기에 무관하게 인터넷에 접속만 하면 이용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커피 한잔 마시듯 손쉽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나는알아야겠당의 기술 담당 ‘빠흐띠’에서 심혈을 기울였다.

활용을 하려면 가입이 먼저!

‘두빠띠’ 가입은 웹페이지 오른쪽 위 메뉴 버튼을 누르면 된다. 페이스북·트위터 계정 및 전자우편 주소를 써넣으면 가입할 수 있다. 더 자세한 가입 방법과 활용법은 다음 링크( 1boon.kakao.com/h21/parti)에서 볼 수 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정리 강남규 객원기자
페이스북 라이브 중계·파티 영상 기록 김수정·이세영 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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