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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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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2016년 마지막 법안심사소위에서도 논의되지 못한 GMO완전표시제법

2017년 2월 식약처 고시 시행되면 현행 표시제법마저 후퇴 우려
등록 2017-01-06 08:34 수정 2020-05-02 19:28
2016년 6월20일 국회에서 ‘GMO 등 표시 기준 일부 개정 고시’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해당 고시는 상위 법률인 식품위생법에도 없는 비유전자변형식품(Non-GMO) 표시를 규제하는 등 ‘독소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2016년 6월20일 국회에서 ‘GMO 등 표시 기준 일부 개정 고시’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해당 고시는 상위 법률인 식품위생법에도 없는 비유전자변형식품(Non-GMO) 표시를 규제하는 등 ‘독소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GMO완전표시제법이 국회 심사 첫 관문인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묶인 채 연말을 맞을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예측은 현실이 됐다.

2016년 5월30일 20대 국회가 문을 연 뒤 야 3당과 시민단체는 총 4건의 GMO완전표시제법을 발의했으나 해당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심사소위)는 이를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았다. 결국 GMO완전표시제법 심사는 해를 넘기게 됐다. 연말까지 오로지 GMO완전표시제법(식품위생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국내 최초 온라인 프로젝트 정당 ‘나는알아야겠당’도 자동적으로 해산된다.

“이번에도 쟁점 법안은 다 빼자”

복지위 법안심사소위는 12월26~27일 이틀간 회의를 했다. 2016년 마지막 법안심사소위 회의였다. 회의 안건으로 채택된 법안은 142건이었다. 이 가운데 GMO완전표시제법은 없었다. 여전히 법안심사소위 ‘계류’ 상태다.

20대 국회 개원 뒤 7개월 동안, 법안 심사의 전권을 쥔 법안심사소위 회의는 세 차례 걸쳐 총 6일간 열렸다. 법안심사소위 회의를 통과한 법안 가운데 복지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에서 차례로 처리된 법안만이 새 법률로 빛을 볼 수 있다. 이 과정을 거쳐 복지위에 발의된 법인 총 443건 가운데 66건이 법률에 반영됐다(12월30일 기준).

GMO완전표시제법은 왜 세 차례 연달아 법안심사소위의 선택을 못 받았을까. 이유는 매번 똑같았다. 쟁점 법안이기 때문이다.

법안심사소위 회의에 앞서 여야 간사들은 어떤 법안부터 논의할지 안건을 협의한다. 이 과정엔 ‘무쟁점 법안→쟁점 법안’ 순서라는 대원칙이 깔려 있다. 효율적인 회의 운영을 명분으로 여·야·정부 간 쟁점이 없거나 덜한 법안부터 안건으로 채택하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와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대로 일찌감치 쟁점 법안으로 낙인찍힌 GMO완전표시제법은, 안건 협의 대상에서 사실상 원천 배제됐다. 2016년 마지막 법안심사소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야당 간사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에도 (간사 협의에서) 쟁점 법안은 다 빼자고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법안심사소위가 “골치 아프니 나중에 논의하자”는 식으로 한두 달씩 미루다보면 2017년에도 심사받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19대 국회에선 GMO완전표시제법이 ‘반쪽짜리’나마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기까지 1년9개월 걸렸다.

국회가 멈춘 사이 현행 GMO표시제마저 후퇴하고 있다. 식약처는 2016년 4월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보류한 ‘GMO 등 표시 기준 일부 개정 고시’를 다소 손질해 그대로 2017년 2월4일부터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잠시 보류된 식약처 고시는 더 개악돼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김성훈 비서관의 설명이다. “식약처는 (2016년 4월 행정예고했던) ‘고시의 수정안을 12월 마지막 주에 확정할 계획이다. 수정안이 국무조정실과 법제처를 통과하면 곧 시행한다’고 구두로 보고했다. 수정안 자료를 달라고 요구했으나 ‘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식약처가 말한 고시 수정안은, 식품기업·소비자단체·학계가 참여한 ‘GMO 표시제도 검토 협의체’에서 재논의된 결과물을 말한다. 수정안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야당과 시민단체가 ‘식약처의 월권’이라고 반발해온 고시안의 독소조항들이 그대로 포함됐다.

예를 들어, 고시의 상위 법률인 식품위생법에도 없는 ‘비유전자변형식품(Non-GMO) 표시 규제 조항’을 예정대로 신설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국내 농민이나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은 수입 GMO에 대응해 국내산 농·수·축산물에 비GMO 표시를 사실상 할 수 없게 된다.

‘4월 고시안’에 없던 새로운 조항도 생겨났다. 식약처는 GMO 표시 대상에서 부형제, 가공보조제 등의 용도로 사용된 첨가물은 제외하는 방안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형제는 식품의 맛·향·색 등 특정 기능을 강조하기 위한 물질이다. 식약처는 유럽연합(EU)과 코덱스(Codex·국제식품규격위원회)도 GMO 표시 대상인 원재료 범위에서 효소나 부형제 등을 제외하고 있다는 이유를 댔다. 그러나 이 역시 국회에서 논의되지 않은 사항이다.

당초 식약처는 식품기업의 요구를 수용해 표시 면제 대상을 ‘복합원재료 함량 5% 미만의 경우’로 하려 했으나 소비자단체 등의 반발로 계획을 접은 것으로 전해졌다. 가공식품에 GMO를 원료로 사용한 복합원재료(두 종류 이상의 원재료·성분으로 가공된 뒤 다른 식품의 원재료로 쓰이는 식품)가 쓰였더라도, 그 함량이 5% 미만이면 표시를 면제해주는 엄청난 특혜 조항이 생길 뻔한 셈이다.

야당에서 고시 재수정 요구하지만

김현권 의원과 시민단체들은 12월30일 국무조정실과 법제처에 “국민 민심과 더 멀어진 식약처 고시를 재검토하라”는 성명서를 전달했다. 그러나 식약처가 의원들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 이번 고시 수정 기간은 별도 의견 수렴 과정 없이 정부가 최종 결정해 2017년 2월4일부터 시행된다. 여당은 무관심하고 식약처는 완강히 버티는 상황에서 시민들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

질병관리본부  안전성  심사결과보고서  정보공개  거부


GM벼  세포의  사생활?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가 유전자변형(GM)벼 세포가 인체에 안전하다고 판단한 근거를 밝히지 않기로 결정했다. 화장품 원료로 쓰일 GM벼 세포는, 국내에서 생산 승인에 앞서 정부의 인체위해성 심사를 통과한 첫 유전자변형생물체(LMO)다(제1142호 ‘GM벼 세포 화장품 나온다’ 참조).
질병관리본부는 2016년 12월5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송기호 변호사가 신청한 정보공개 청구 ‘이의신청’ 건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GM벼 세포에 대한 인체위해성 심사결과서(보고서)를 공개해달라’는 송 변호사의 요구를 두 번이나 거부한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인체위해성 심사결과보고서가)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했다. 안전성 심사결과보고서를 공개하면 어떤 업무가 어떻게 지장을 받는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물론 현행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 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LMO법) 시행령에는 LMO의 인체위해성 심사가 끝난 뒤 인터넷 홈페이지에 30일 이상 공개해야 하는 정보로 5가지만 열거하고 있다. 위해성 심사 신청인, 위해성 심사 목적과 용도, 개발자, LMO 명칭과 특성, 심사 결과 등이다. 여기서 심사 결과란 ‘적합’ 또는 ‘부적합’의 단답형으로, 그 결과가 도출된 이유나 과정은 제외된다. 그 내용은 인체위해성 심사결과보고서에 자세히 기술돼 있지만 공개 대상이 아니다. 산업용 LMO 관리 주무부처로 질병관리본부에 인체위해성 심사를 의뢰한 산업통상자원부의 담당자는 “현행법상 공개할 수 있는 항목이 정해져 있어 심사결과보고서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식품용 LMO, 즉 유전자변형식품(GMO)의 안전성을 심사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다르다. 식품위생법 역시 안전성 심사결과보고서 자체를 공개하는 대신 단순한 심사 결과만 공개하면 되도록 규정돼 있지만, 식약처는 모든 심사결과보고서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다. “심사위원회에서 GMO가 안전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심사보고서를 바로 인터넷에 공개해 의견 수렴을 하고, 그 결과 최종 보고서가 나오면 다시 공개를 한다. 심사의 투명성을 위한 과정이다.” 식약처 담당자의 설명이다.
식약처의 관행에 대해 산자부 담당자는 “산업용 LMO는 식품용과 달리 복제가 쉬워서 질병관리본부가 (보고서) 공개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송 변호사가 요청한 정보공개 대상은 ‘심사결과보고서 중 기업의 영업 비밀에 관한 사항은 제외하고, (GM벼 세포가) 안전하다고 판단한 과학적 근거’였다. 애초에 기업의 영업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부분은 공개를 요구하지도 않았다는 뜻이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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