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도 치료를 멈출 수 없는 삶, 이제야 장애가 됐다

2024년 6월3일 오후 김미영 한국췌장장애인협회 대표(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가 1형당뇨 관리 기기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2026년 7월1일은 1형당뇨를 겪는 이들에게 뜻깊은 날이었다. 보건복지부가 2025년 12월 개정한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에 따라 1형당뇨인을 비롯해 6개월 이상 집중적인 인슐린 치료를 받은 환자를 ‘췌장장애'라는 새로운 장애 유형으로 등록하는 제도가 이날부터 시행됐기 때문이다. 장애인으로 등록된 1형당뇨인은 장애인 복지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게 된다. 복지부가 새로운 장애 유형을 신설한 것은 23년 만에 있는 일이다.
1형당뇨는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세포를 공격해 더는 인슐린을 분비하지 못하게 하는 질환이다. 외부에서 인슐린을 주입하고, 실시간 혈당을 확인하는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 주입기 등을 사용하는 것이 필수다.
그동안 1형당뇨는 치료가 어려운 중증 질환임에도 장애로 인정받지 못하는 등 의료·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이번 ‘췌장장애' 인정은 1형당뇨인과 가족들에게 의미 있는 제도적 진전으로 평가된다. 이 과정에서 김미영 한국췌장장애인협회(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는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는 최신 당뇨 관리 기기의 국내 도입과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이끄는 등 1형당뇨 환자들의 치료 환경 개선에 힘써왔다.(제1518호 참조) 한겨레21은 김 대표에게 췌장장애 인정의 의미와 앞으로 남은 과제에 대해 들었다.
―췌장장애가 장애인복지법상 새로운 장애 유형으로 인정됐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어떤 마음이셨는지요.
“이 소식을 처음 접한 것은 2025년 7월, 복지부가 췌장장애 시행과 관련해 우리 환우회와 다른 장애인 단체들과 함께 연 간담회 자리에서였습니다. ‘정말 시행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무척 감격스러웠습니다. 간담회 때 손이 떨려 메모를 제대로 하기 어려웠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췌장장애 인정은 23년 만의 장애 유형 확대입니다. 이번 변화는 어떤 의미인가요.
“장애로 인정받는 문턱은 생각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23년이라는 시간이 그 문턱의 높이를 보여주는 숫자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췌장장애 신설은 환자와 가족들의 절실한 요청에서 출발했고, 의학적 근거와 일상생활의 어려움, 사회적 지원의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인정된 변화입니다. (…) 이번 변화는 더 큰 어려움으로 내몰리기 전에 사회가 함께 지원하겠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제도 변화로 췌장장애를 겪는 분들과 그 가족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무엇일지요.
“췌장장애를 겪는 분들이 등록장애인으로서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게 됐다는 점입니다. 장애인등록증, 이른바 복지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고 요건에 따라 활동지원, 장애수당·장애아동수당, 통신·교통요금 감면, 세제 혜택, 의료비 공제, 고용·교육 관련 지원 등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연금이나 장애인주차표지, 장애인 콜택시처럼 췌장장애만으로는 이용이 제한되는 부분도 있어 앞으로는 췌장장애의 특성에 맞는 의료·복지서비스가 더욱 구체적으로 설계돼야 합니다.”
―그동안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무엇이었는지요.
“췌장장애를 의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어떻게 설명하고 증명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 장애 인정 요구를 이기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었고, 장애라는 말 자체에 대한 부담 때문에 반대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런 오해를 풀고 부정적 시선을 바꿔나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췌장장애를 겪는 분들의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해서 어떤 과제가 남아 있을까요.
“췌장 기능뿐 아니라 실제 생활의 어려움도 함께 반영할 수 있도록 판정 기준을 보완해야 합니다. 동시에 합병증 없이 건강하게 관리할 수 있는 의료 환경과 학교·직장에서 필요한 배려와 지원도 함께 마련돼야 합니다.”
―정부 지원은 확대됐지만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펌프 등의 의료비 부담은 여전합니다.
“의료비 지원은 과거보다 확대됐지만, 여전히 환자와 가족의 부담은 큽니다. 췌장장애는 나이에 따라 관리의 어려움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연령에 따른 지원 차등을 없애고, 최소 90% 이상은 정부가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실제 환자들이 사용하는 제품이 지원 대상에 반영돼야 합니다. (…) 제품 지원과 함께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까지 설계돼야 합니다.”
―한국 사회가 췌장장애를 바라보는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씀했습니다.
“췌장장애는 보이지 않아도 분명한 장애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 장애 여부를 판단하거나 장애인을 부족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겨레21과 언론에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췌장장애를 더 많이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췌장이라는 장기 자체가 아직 많은 사람에게 낯설고, 췌장 기능에 장애가 생겼을 때 환자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도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언론이 환자들의 일상과 어려움, 필요한 제도적 지원을 꾸준히 조명해준다면 사회적 인식도 함께 바뀔 것이라 믿습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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