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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잘 단다고 소통 잘하는 기자 아니다

‘디지털 시대 좋은 기자 만들기’ 넥스트저널리즘스쿨 2주차 강의 요약… 과감한 사진, 도구로서의 데이터, 기사의 유통 방식 등에 주목해야
등록 2016-02-17 17:15 수정 2020-05-03 04:28

“미디어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그런데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이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는 말이다.”(이희욱 편집장)
어느 때보다 뉴스 소비가 많아진 디지털 시대다. 굳이 신문을 들지 않아도, 텔레비전을 켜지 않아도 사람들은 뉴스를 본다. 스마트폰을 열기만 하면 네이버·다음 등의 포털과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뉴스가 넘쳐난다. 매체도 엄청 늘었다. 온라인뉴스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건 신문을 찍거나 방송을 만드는 것보다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소비자도, 생산자도 무한대로 늘어나는 시대다.
그러니 이른바 ‘기레기’라고 욕먹는 기자도 넘쳐난다. 매체가 많아져 경쟁이 심화되자 한 번 클릭에 하나 올라가는 페이지뷰를 늘리기 위해 언론사들은 ‘낚시성’ 제목을 걸거나, 이슈가 터지면 바로 기사가 검색될 수 있게 ‘베껴쓰기’에 치중한다. 더 많은 자료를 검색하고 좋은 기사를 쉽게 유통시킬 수 있는 디지털 시대지만 미디어의 품질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오히려 듣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런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기사는 무엇인가. 은 고민했다. 지난 1월 , 구글코리아와 함께 ‘넥스트저널리즘스쿨’ 2기를 공동 주최했다. 언론사 입사를 지망하거나, 대안 미디어를 고민하는 젊은이들과 함께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기 위해서다. 제1097호(기자도 모르는 언론 이야기 ‘신발이 뉴미디어를 구원하리라’)에서는 부지런히 자료를 쫓고 취재원을 만나는 데 필요한 튼튼한 신발, 즉 저널리즘의 기본을 찾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1월26~30일 서울 삼성동 구글캠퍼스에서 열린 2주차 강의에서는 특히 디지털 시대의 기사를 고민하거나 실험을 이미 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가운데 몇몇의 강의를 요약한다.

(왼쪽부터) 김도훈 <허핑턴포스트코리아> 편집장, 하용호 넘버웍스 대표, 천관율 <시사IN> 기자가 1월26~30일 서울 삼성동 구글캠퍼스에서 열린 넥스트저널리즘스쿨 2주차 강의에서 디지털 시대의 기사 쓰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블로터

(왼쪽부터) 김도훈 <허핑턴포스트코리아> 편집장, 하용호 넘버웍스 대표, 천관율 <시사IN> 기자가 1월26~30일 서울 삼성동 구글캠퍼스에서 열린 넥스트저널리즘스쿨 2주차 강의에서 디지털 시대의 기사 쓰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블로터

1.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사진을 찾아라” 김도훈 편집장

평범한 인터뷰 사진은 쓰지 않는다. 대부분 매체들은 인물의 구도가 좋고 전체적인 광경을 사진에 담으려고 노력한다. 이것은 데스크톱컴퓨터에 고착화된 생각이다. 사람들은 모바일(스마트폰)로 많이 본다. 모바일로 볼 때는 크롭(Crop·사진이나 그림의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내다)을 과감하게 해야 한다. 인물의 경우 목까지 잘라내기도 한다. 바로 그 사람, 인물의 표정을 볼 수 있게 말이다. 사람 얼굴만큼 효과가 좋은 것이 없다.

정치인과 인터뷰를 가끔 한다. 그때마다 패션 사진작가를 데려간다. 일반적인 미디어 사진기자들이 정치인을 찍게 되면 모두가 봐온 구도가 나온다. 패션 사진작가는 그렇지 않다.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든 아니든 ‘에지(edge) 있게’ 과감하게 사진을 찍는다. 접근 방식을 조금만 달리해도 굉장히 신선한 사진이 나온다. 외국에선 이런 시도를 많이 한다. 테리 리처드슨이라고 섹슈얼한 사진을 찍는 패션 사진작가로 유명한 이가 있다. 모조리 벗겨서 찍는데 사진의 선정성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이 사람은 힐러리 사진까지 찍었다.

‘자기가 쓴 기사의 댓글은 페이스북에서 보지 않는다’가 의 원칙이다. (온라인 매체 는 SNS를 통해 기사가 널리 유통되는 데 성공했다.) 내가 기사를 썼는데 미친 듯이 욕이 달리면 기자가 뒤로 물러서게 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기자는 뒤로 물러나게 되고 일을 하는 데 생산성이 확 낮아진다. 댓글을 잘 달아준다고 소통을 잘하는 기자가 되는 게 아니다. (기사 클릭 수) 그래프를 보고 왜 사람들이 많이 보지 않을까를 고민하며 어떤 방식으로 보여줄지를 고민하는 게 기자다.

2. “기사가 완성됐다고 그걸로 끝이 아니다” 하용호 넘버웍스 대표

미디어가 굉장히 힘들어하는 시대에 가장 잘 살아남은 곳이 어디인가를 보면 (미국 온라인뉴스 서비스)를 들 수 있겠다. 월평균 UV(방문자 수)가 2억5천만 회, 월평균 PV(페이지뷰)가 50억 회다. 기자들이 백악관에 출입하는 시대다. 오바마의 메디케어(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의료보험 핵심 공약)도 를 통해 홍보됐다.

여기가 왜 흥했나. 데이터에 최적화해서 기사를 쓴다. 초창기부터 데이터 과학자를 고용했다.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기사가 대부분 SNS를 통해 소비되더라. 비소셜은 25%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검색이나 소셜로 들어와 기사를 봤다. 기사가 여기에 최적화돼야 하지 않겠느냐는 건 당연한 이야기였다. 그러다보니 는 글을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뒤 유통 단계를 유심히 봤다.

사람들은 짧은 글의 반복을 더 많이 공유한다거나, 그룹 사진보다 한 명의 원샷을, 흑백보다는 컬러 사진이 더 많이 공유된다거나 이런 것을 끊임없이 연구했다. 페이스북에서 기사 공유를 누르면 사진 섬네일(기사 등을 링크할 때 붙는 작은 이미지)이 뜨는데, 이게 아무렇게나 골라지는 것이 아니다. 섬네일이 어떤 형태가 되었을 때 공유 배율이 높게 나오는지 본다.

그러면서 계속 테스트했다. 섬네일을 교체하면서 사람들이 어떤 섬네일일 때 가장 많이 공유하는지 본다. 똑같은 사건에 대한 기사를 다른 사진과 제목으로 바꿔가며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확인한다. 기사를 완성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유통 과정의 데이터를 통해 끊임없이 바꾸는 것이다. 과거에는 관점이 좋은 기사가 읽힌다고 판단했다면, 는 읽는 게 어떤 것인지에 초점을 맞춘다. 이게 옳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기사를 유통 확산시키기 위해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노력은 앞으로 미디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3. “데이터스토리텔링도 좋은 질문이 핵심이다” 천관율 기자

기획자라면 좋은 질문이 핵심이다. 데이터는 도구다. 데이터가 우리를 구원해줄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사람들 간의 네트워크를 분석하건, 지리정보를 이용하건, 전통 방식으로 코멘트를 따건,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건 간에 질문에 달렸다.

해결해야 할 질문이 뭔가, 질문 하나만 해결하면 그 콘텐츠는 성공한다. 답하려면 필요한 데이터가 무엇인지 판단해야 한다. 내가 무슨 데이터를 갖고 있으니 뭘 써야지 하는 생각 정도로는 안 된다. 콘텐츠가 딱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실을 새롭게 보여주거나, 적어도 우리가 안다고 생각했던 사실의 이면을 보여줘야 한다.

데이터와 스토리 사이에 가혹하게 검증했는가도 따져야 한다. 데이터를 과시하는 게 기사의 목적이 아니다. 과정은 샅샅이 훑되 결과물은 90% 이상 버릴 수 있어야 한다. 결론만 떠먹여주면, 과정이 안 보이면 기자가 마음대로 쓴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렇게 압축해도 되나, 정직한 건가 자기 규율을 해야 한다. 압축 과정에 기자의 주관적 판단이 들어갈 수밖에 없으니 자기 보호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자칫 잘못하면 신뢰성이 무너진다. 외부의 공격에 대항할 논리가 있는지 끊임없이 대항해야 안전하다.

유행은 굉장히 빨리 변하고 기술은 늘 발전한다. 이 경우 언제나 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30∼40대가 되면 이 경주에서 이길 수 없다. ‘좋은 기사 쓰기’의 원칙은 느리게 변한다. 좋은 질문을 만들고, 이를 모르는 사람에게 어떻게 잘 전달할 것인가, 이쪽이 우리가 오래 경쟁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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